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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울타리를 끼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네가 바람을 가르지 못하는 너의 갈기가 눈동자에 맺힌 그것 만큼 아련하다.
누군가의 죽음에 문을 달아 여닫는 이는 또 누구인가. 모든 것에 문을 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가지런한 담장 사이로 푸른 것이 흐른다.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 묘한 긴장감.
오랫동안 함께 있어 닮게 된 것일까. 숲과 같은 빛깔로, 숲이 흐른다.
내 것이 아닌 기억들이 책장 가득 꽂혀 있다. 누군가의 기억을 더듬어 읽어 나갈 수 있는 일의 설렘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지.
눈을 감으면 희미한 불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상상으로 들여다보는, 먼 옛날의 이야기.
혼자 올라왔을까? 누가 올려 놓았을까? 담 너머로 빼꼼 고개를 내민 호박 한덩이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것이 아니다. 혁명의 정신이 숭고한 것은 알면서도 땅으로 곤두박질쳤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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