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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비탈이 함께 꾸민 물길. 어느 비탈에 기대어도 계곡물이 발을 적셔 줄 것이다.
주위를 감싼 소나무가 시야를 가려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것 자체가 풍경인데도.
물의 끝자락이 조심스레 그려내는 지도. 따라가면 무엇이 나올지, 어린애처럼 설레는 마음.
어두운 수면, 그 위를 점점이 덮어가는 푸른 것들. 가리고 싶었던 무언가를 덮어감에 아쉬움이 남을 줄 누가 알았을까.
바다와 해변이 서로를 꼭 끌어안은 그 경계에 섰다. 바다가 밀려드는 것인 줄로 알고 있었더니, 해변도 바다를 가만히 안고 있다.
어느 틈에서 떼어내었는지, 어느 틈에 걸릴 것인지 알 수 없는 미완의 무언가.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음이 아쉬움 뿐인 것은 아닐 터.
눈을 감아도 비쳐드는 햇살과, 그 아래 선 것들. 위태롭고도 고운 모습들에 눈이 시리다.
처음은 아닐 것이다. 멋대로 다가와 쌓이는 낙엽이라든가 속까지 젖을 정도로 흠뻑 내리는 비라든가, 살포시 내려앉는 너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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