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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차 있던 것들이 서서히 비워져나간 빈 자리 앞에 섰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차오르고야 말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슬퍼지는 마음.
물빛이 끝을 모르고 번져나가는 와중에 묵직한 고기 한 마리가 조용히 기슭을 헤엄치고 있다.
기도를 끝내고 내려가기 전, 내가 걸어온 세상의 모든 땅을 보았다. 걸을 땐 몰랐는데 굽이굽이 이어져 수갈래로 나뉜 길을 걷고 있었구나.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은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그 울림이 고스란히 가슴으로 옮겨져, 눈부신 풍경을 마주하면 입술 틈새로 새어나온다.
무엇이 담겼을까, 정말로 담기는 것일까. 동화책 속에서 빌려온 듯 새침한 모양새.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데, 이 재잘대는 소리는 어디에서 울리고 있는 것일까. 놀이가 끝나고도 계속되는 이야기, 이야기들.
아직도 한 그루의 나무인 듯 선연한 모습들. 시리고도 아름다운 풍경들이 웅크리고 있다.
어깨를 기대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늘어가는 것이 비단 마음 속에 재워 둔 것들이 많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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