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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 앞에 새 것이 열렸다. 오래된 죽음과 갓 태어난 빛깔의 조화가 묘하다.
거대한 시간의 흐름 앞에 남은 것은 사념의 대리석 한 조각. 유독 짙다. 그대들의 그림자가.
비석과 석상 사이를 지나다 눈을 의심했다. 젖줄 같은 넝쿨 끝에 덩그러니 놓인 수박 하나.
이곳을 걷고 있으면 어디선가 우당탕탕,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온다. 영원한 앙숙이자 친구인 그들이 지치지도 않고 골목을 누비고 있다.
그늘에 가려진 횡단보도 위로 누가 지나가는지 알 수가 없다. 나를 뒤따라오던 너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으니.
다가서려는 마음이 때로는 욕심이 될 수도 있다. 먼 발치여서 아름다운, 푸른 어우러짐을 보라.
봉오리를 올려내기도 전에 핀 꽃들의 색깔이 선명하다. 높낮이가 다른 목소리들이 건네는 꿈 이야기들.
줄 하나 내려놓고 후후 입김으로 언 손을 녹여본다. 걸려도 그만, 놓쳐도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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