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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 만난 구름도 꽤나 고마운 구석이 있다. 흐려진 바다와 스며나온 햇살이 함께 그려낸 은파.
수십 년이 지나도 좀처럼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좁은 골목 안에서 부대끼면서도 좀처럼 불평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탑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다가가선 안 된다는 듯 조금씩 경계를 확장해 나간다.
언덕 위, 구름을 뚫을 기세로 솟은 석탑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솟아날 것만 같다.
땅의 기운을 받아 푸르던 것이 태양을 머금고는 붉은 빛을 띤다. 햇빛이 닿은 곳부터 점점 번져 간다.
내다볼 수 있는 벽이란 무엇보다 슬프다.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하지만 결코 닿을 수 없을 발걸음.
한 계단을 오를 때마다 벽이 따라온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짚자 서릿발 같은 냉기가 팔을 타고 올라왔다.
그곳에 가면 기왓장 위로 떨어지는 낙엽 소리 하나, 마당을 쓰는 빗자루 소리 둘, 네가 문을 여는 소리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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