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가 한입 베어 물고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렀던 독사과. 세 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그녀가 또 모르는 사람이 내민 사과를 덥석 받아 물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빛깔이 좋았던 것일까 향이 치명적으로 달콤하였을까? 마녀가 백설공주에게 사과를 내민 것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주었던 것처럼. 그래서 다들 사과를 할 때 손을 내민다고 하나. 손을 내밀면 아니 사과를 하면 받아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승희는 딸에게 명작동화 백설공주를 읽어주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딸아이가 그 다음 이야기를 말해달라고 보채지 않았다면 그녀의 머릿속은 수만 가지 질문들로 가득 채워졌을지도 모른다.
승희는 정신없이 떠올리던 생각들을 더듬어보았다. 사과를 내민다. 사과를 받아준다. 그것이 백설공주의 목숨을 앗아갈 뻔할 만큼 치명적이든 아니든. 사과하고 싶은 사람에게 정말 사과를 내밀면 사과를 받는 사람도 문득 이런 생각을 하며 받아줄 수 있을까? 유치하다.
삼 년 전 승희와 다툰 그녀의 친구 A와의 일이 떠오른다. 전혀 관계없는 세계 명작 백설 공주를 읽으면서 왜 A가 떠오른 걸까. 그녀와 A는 쌍둥이처럼 생각이 잘 맞곤 했다. 그래서 대학 캠퍼스 시절엔 늘 A와의 추억이 가득했다. 그런 그녀들이 다시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기로 다짐하던 그 순간, 4년간의 우정이 모래성이 쓰러지듯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하지 말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승희는 A에게 못된 말을 쏟아 부었고 A도 울부짖으며 다시는 만날 일 없을 것이라며 관계를 끝내버렸다.
둘은 울고 있었고 서로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로가 서로에게 서운했던 마음이 물밀 듯이 몰아쳐 오면서 폭풍우처럼 상대방의 가슴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 후 승희는 결혼을 했고 귀여운 아이도 낳았다. 간간히 또 다른 친구를 통해 A의 소식을 들었으나 관심 없는 척 했다. A도 승희의 소식을 들었겠지만 감감무소식인걸 보니 그녀의 마음도 아직 인가 보다.
딸아이가 자꾸만 보챘다. 이번엔 밖에 나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복잡한 생각들을 했던 승희는 몸이 천근만근이라 나가기 싫었지만 딸아이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승희는 하는 수없이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볼 심산이었다.
“엄마! 사과다 사과. 오늘 우리가 책에서 읽었지? 사과!”
목요일이었지. 오늘은 우리 동네 장이 열리는 날이다. 딸아이는 그새 과일을 파는 곳을 본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신이 나서 과일아저씨가 하는 말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아주 달고 맛있는 장수 사과입니다. 당도가 높고 몸에 좋은 장수사과입니다.”
승희는 순간 사과를 보내면 A가 받아줄까요? 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질 뻔했다. 순간 얼굴이 달아오른 승희는 사과 한 박스를 주문하는 걸로 질문을 대신했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사각사각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아까 시식용 사과를 집어 들더니 여전히 사각사각 잘도 베어 먹는다.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될 만한 일을 그런 유치한 사과를 보낸다고 해서 받아줄 수 있을까?
나 같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받아줄 수 있을까?
사과를 보내본다.
빛깔 좋고 치명적인 달콤한 향이 나는 사과를 받아든 A. 상처가 아물지 않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백설공주처럼 한 입 베어 물어본다.
사사삭 사사삭, 나는 유독 의성어나 의태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소리들을 좋아했다. 예를 들면 뽀드득 뽀드득 같이 눈 오늘 날 눈을 밟을 때 나는 소리나 가을철 떨어지는 낙엽을 밟을 때 나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 그리고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모래를 밟을 때 나는 사사삭 하는 소리와 같은 것 말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소리들에 남달리 귀가 쫑긋 솟는 나는 그만큼 소리에 민감하게 굴어 친구들과 자주 다투기도 했다. 어쩐지 친구들은 그런 나와 싸우면 치사하게 내가 싫어하는 소리들을 내곤 했다.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다던가 식판을 숟가락으로 긁는 다는 등.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다고 해도 나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가장 좋았던 그 순간 같은 해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 교집합처럼 얽혀있기 때문이다.
5년 전 여름 나는 가장 좋아하는 친구 유경과 마주앉아있었고 우린 웃으며 팥빙수를 나눠먹었다. 성격도 잘 맞고 모난 내 성격을 잘 받아주는 유경이었기에 우린 소위 평생친구를 하기로 하며 자주 만났다. 유경과 한참 다이어트를 하며 다음 해 여름엔 꼭 살 빼서 비키니를 입고 부산 앞바다를 누비고 다니자며 약속을 했었는데 우정도 사소한 말다툼엔 배길 재간이 없었다. 사실 지나고 보면 별 것도 아닌 것이었는데 그 때의 소녀감성엔 말 한마디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화해를 하긴 했지만 한 번 금이 간 접시를 다시 쓸 수 없는 것처럼 우리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친구 B에게 유경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당장 전화기를 들어 만나자고 하고 지난날을 후회하며 눈물 콧물을 쏟으며 화해를 하고 웃으며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괜한 자존심도 아니었고 유경에 대한 미움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네가 미국으로 떠나는 날 괜스레 송도해수욕장을 나와 맨발로 하염없이 모래사장을 거닐기만 했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났을까. 학창시절에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 B와 연락을 지속해오던 나는 B에게서 유경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조만간 한국에 잠시 들어온 다는 것이었다. 친구 B에게 소식을 전해들은 나는 멋쩍은 말투로 그래? 라고만 했을 뿐 언제인지 어디로 오는지 캐묻지 않았다.
이년 간 다닌 직장을 그만 둔 나는 며칠 간 방안에서 빈둥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친구 B에게서 들은 유경의 소식이 머릿속에 맴돌았기에 점퍼 하나만 집어 들고 송도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많았다.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은 없었으나 나처럼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 이들은 많았다. 사사삭, 사사삭. 내 발끝으로 모래가 밟히자 얄궂은 소리를 내며 내 무게 그대로를 바닥에 그려나갔다. 그렇게 한 발자국 두 발자국을 걸었다. 사사삭 사사삭.
그런데 저 멀리에서 아주 낯익은 누군가가 보였다. 유경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유경의 모습인 것 같았다. 나는 섣불리 달려갈 수 없었다. 만약 유경이라면 무슨 말을 건네야 할까? 미안했다고 보고 싶었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그렇게 가버리는 게 어디 있느냐고 소리를 질러야 할까?
문득 천천히 유경에게 다가가는 데 바닥에 탁 하고 걸리는 것이 있다. 빈 소라껍데기였다. 소라껍데기를 집어 들고는 잠시 귀에 가져다대었다. 사람들이 많았기에 소라껍데기에서 바다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을 텐데 내 귓가에는 솨아아하고 바다소리가 들렸다. 유경이도 나를 보았을까? 내 발걸음이 조금은 빨라졌다. 유경에게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다가가는 데 귓가에서는 더 이상 사사삭하는 모래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직 소라껍데기에서 들리던 솨아아 하는 소리만 들릴 뿐.
그렇게 맨발로 걸어간 그 길 끝엔 거짓말처럼 유경이 서있었다. 유경은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그리고는 맨발로 달려온 내 발끝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하구나 넌. 모래사장 걸으면서 사사삭 소리 듣는 거 보니. 나한테 무슨 할 말 없어? 난 너한테 할 말 되게 많았는데.”
나는 말없이 빈 소라껍데기를 건넸다.
“여기, 여기에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담았어. 들어봐.”
유경은 웃으며 빈 소라껍데기를 귓가에 가져다 댔다.
팔이 아파 펜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을 하면 딱 떠오르는 건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인데, 왠지 며칠 째 날씨가 우중충했다. 그래도 바람에 단풍잎 한 장이 날려 오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이다.
이직을 앞두고 몇 달 간, 일을 쉬게 된 나는 이 며칠 동안 편지를 썼다. 마치 동물원의 오래 된 노래처럼, 그리고 동물원의 노래를 들으면서 말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취업을 해서 쉴 새 없이 일만 한 지 어느덧 삼 년. 친구들은 다 서울에 취업을 했지만, 나는 이사한 집 근처에 취직을 했다. 일을 하랴 저축을 하랴 주말에는 부쩍 건강이 안 좋아지신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랴,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다. 친구들은 잘도 놀러 다니는데 나만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 나름대로 장녀의 책임을 다 하고 있는 것이 뿌듯하기도 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즐겁게 술잔을 기울이며 속 얘기를 털어놓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만나지를 못하다 보니 연락이 뜸해지는 것도 당연지사. 서운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끔, 간절곶에서 보았던 소망 우체통이 생각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뜨는 곳이라 해서 찾아간 간절곶이었지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소망 우체통이었다. 사람 키보다 훨씬 더 큰 그 우체통을 보며 나는, 저 안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담겨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머릿속에 차 있는 이 그리움들을 모두 보내려면, 역시 그 우체통에 찾아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문구점에 가서 편지지 몇 묶음과 펜 한 세트를 산 것이었다. 그날 저녁부터 나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조우는 특별해야 했다. 휴대전화를 통해 께적께적 내 소식을 알리고 싶지 않음이 첫째요, 인간관계에 조금은 진지해져 보고 싶은 마음이 둘째였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의 네 권의 졸업앨범을 모두 펼치고,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를 편지봉투에 옮겨 적었다.
초등학교 때의 친구가 세 명, 중학교 때의 친구가 다섯 명, 고등학교 때의 친구가 열한 명, 그리고 대학교 때의 친구가 열일곱 명. 손을 꼽아 몇 명인지를 세며, 세월이 흐르면 잊혀 진다는 게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유경이에게. 안녕, 나 신윤지야. 나이를 두 배는 먹었으니까 내가 기억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학년 때 네 짝이었던, 빨간 실내화 가방 주인 말이야…….’
‘민지에게. 안녕, 나 윤지야. 난 아직도 우리 학교 앞에 있던 떡볶이 아주머니의 얼굴이 기억 나. 혹시 아직도 그 가게가 있니? 너랑 다시 그 곳에 가고 싶다. 내 사춘기 때의 기억들은 다 거기에 있어…….’
‘윤수에게. 안녕, 나 윤지! 잘 지내지? 고등학생 때에는 그렇게 날 쫓아다니더니,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대학 가서 예쁜 여자 친구라도 생겼나봐? 하긴, 지금 생각해보니 너도 꽤 인기가 있었지. 하지만 그래도 넌 내 친구야, 그냥 친구. 네 동생도 이제 대학생이겠구나. 어렸을 때 진짜 귀여웠는데…….’
‘현경이에게. 야! 어떻게 이 년 동안 연락이 없을 수가 있어? 얼굴도 잊어버리겠다야. 내가 그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기나 해? 나 이제 쉬어. 그러니까 이거 받으면 빨리 전화 해. 내가 이미 너희 집 앞에 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긴장하고. 아, 그리고 언제 한 번 같이 윤 교수님 뵈러 가자. 윤 교수님이 우리 진짜 예뻐하셨잖아. 설마 벌써 다른 애제자가 생기신 건 아니겠지? 그럼 진짜 서운할 것 같아…….’
편지를 쓰며 나는 예상보다 많은 후회를 했고, 예상보다 많은 그리움을 느꼈다. 편지지 한 장씩에 꾹꾹 눌러 담은 기억들만큼이나 말이다. 마지막 편지에 마침표를 찍으며, 나는 대나무밭에서 목청껏 소리를 내지른 이발사처럼 후련해졌다. 내 앞에, 못 다한 이야기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봉투 하나하나를 밀봉해가는 동안, 흐린 가을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내일은 소망 우체통에 간다.
추억이 묻어있는 그 벤치엔 아무도 없다. 그리고 우리의 흔적이 남아있을지 모르는 그 벤치에 홀로 앉아본다. 바람이 불었고 코스모스가 하늘거렸다. 언제 지났는지 모르는 간이역엔 조그마한 움직임도 없다. 간이역 가봤냐고 수줍게 묻던 열두 살 난 지석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까만 얼굴에 다정하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철로를 걸으며 은주의 손을 잡아주던 지석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철로를 걸어본다.
소란스럽던 교실에 종이 울리자 아이들이 일사불란하게 각자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선생님 뒤로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따라 들어왔다.
차렷, 선생님께 인사! 반장의 구령에 맞춰 아이들이 일제히 인사를 했다. 선생님은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다고 했다. 서울에서 왔고 이름은 이은주라고 했다. 선생님은 은주에게 빈자리에 앉으라고 하셨고 그 자리는 지석의 옆자리였다. 지석은 서울에서 온 여자아이가 짝이 된다는 것에 괜히 부끄러워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자신에게서 혹시나 시골냄새가 나지 않을까 킁킁거리기도 했다. 은주는 작은 목소리로 안녕? 이라고 했고 지석도 안녕이라고 답했다.
은주의 집은 지석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물이 마을을 휘돌아 나가는 물동이동인 회룡포에 사는 은주와 지석은 줄곧 마을 냇가로 나가서 놀거나 뿅뿅다리를 건너며 놀았다. 밖에서 자주 놀아서인지 지석은 얼굴이 까맸으나 은주는 함께 놀아도 얼굴이 하얬다. 다리를 건너며 장난을 치던 지석은 볼이 발그레 져서는 은근슬쩍 은주에게 용궁역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은주야 너, 간이역 가봤나?”
“간이역? 어디?”
“왜, 저쪽으로 쭉 가다보면 용궁역 나오는데, 가봤나?”
“아니. 안 가봤어. 용궁역이라고? 재밌겠다! 가보고 싶어. 간이역이면 꽤 재미있겠다.”
간이역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지석은 은주에게 철로를 걸어보자고 했다. 은주는 그러다 갑자기 기차가 달려오면 어쩌냐며 무서워했고 지석은 남자답게 자기만 믿으라고 했다. 둘은 손을 꼭 잡고 철로 끝을 걸었다. 바닥으로 먼저 떨어지는 사람이 손목을 때리는 게임이었다. 지석의 눈에는 두 눈을 꼭 감고 아슬아슬하게 철로 위를 걷는 은주가 참 예뻤다. 그리고는 자신이 먼저 균형을 잃고 떨어지며 은주에게 슬쩍 손목을 내밀었다. 은주는 웃으며 지석의 손목을 살짝 때렸다.
가을바람이 살랑하고 불자 철길 옆에 난 코스모스가 바람 따라 흔들렸다.
“지석아. 실은 나 또 이사 간다. 아빠가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한 대.”
지석은 놀란 마음에 그만 철길 옆 벤치에 주저앉고 말았다.
“원래는 여기에서 초등학교 졸업하고 다시 올라가는 거였는데. 그렇게 됐어. 너무 아쉽다. 너랑 여기에서 재밌는 시간 많이 보냈는데.”
“가족이 다시 올라가면 가야지 뭐. 언제 올라가는데?”
“아마 내일 학교에 인사만 하고 올라갈 것 같아.”
그렇게 은주는 떠났다. 지석은 차마 은주가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은주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아도 끝내 지석의 모습은 운동장 너머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십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은주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철길을 걸었다. 간이역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어쩐지 조금은 쓸쓸해보였다. 벤치에도 철길에도 사람의 흔적이 드문드문 보였다.
철로를 걸으며 은주의 손을 잡아주던 지석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철로를 걸어본다.
어 어. 균형을 잃은 은주가 휘청하고 철로에서 떨어지려는 순간 누군가 은주의 손을 잡았다. 지석이다.
지석은 여전히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많이 보고 싶었다며 했다. 그리고는 반가운 손을 내밀었다. 은주도 싱긋 웃으며 지석의 손을 잡았다.
아버지의 산사랑은 끝이 없었다. 아버지에게 산에 가지 말라는 것은 집에서 박제인형처럼 지내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바람만 쌩하고 불어도 엄마는 산이 위험하다며 아빠를 말리려 들었고 아빠는 좁은 포위망을 뚫고 나가는 고양이처럼 또 산으로 가셨다.
엄마는 아빠가 아무래도 산에 우리가 모르는 좋은 것을 숨겨두었나 보다고 혀를 끌끌 찼지만 아빠가 왜 이토록 산에 매달리는지 알 수 있었다.
아빠는 종종 내게 할아버지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빠가 어렸을 적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꽤 큰 인삼밭에서 농사를 지으셨다고 했다. 그런데 해마다 인삼도둑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셨다는 것이다. 애지중지하던 인삼을 어떤 놈이 훔쳐갔는지 걸리기만 하면 온몸을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줄 것이라며 씩씩대셨다고 했다. 그날 아침이 되었을 때도 어김없이 인삼 한 뿌리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꼭 한 뿌리씩만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마음먹은 할아버지는 그날 조그만 오두막에서 꼼짝없이 인삼도둑을 기다리고 있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가고 이상한 짐승의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던 할아버지는 무서움에 덜덜 떨면서도 인삼도둑을 잡고자 기다란 몽둥이를 들고 꼭꼭 숨어있었다. 그런데 그때 자박자박 거리는 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졸음이 확 깨었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자박자박 자박자박’ 사람의 소리인지 짐승의 소리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오두막에서 내려와 냅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진했다.
“잡았다 요놈!”
“악!”
깜깜한 어둠 속 사정없이 내리친 몽둥이를 온몸으로 받은 건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 그렇게 잡고 싶었던 인삼도둑이 짐승도 아닌 다른 사람도 아닌 아들이었다니.
불빛을 비춰보니 아버지는 그만 정신을 잃었고 이마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에구머니나 하는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도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고 아버지를 둘러업고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자초지종을 물었다. 한참 뜸을 들인 아버지는 할아버지께 사실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것아, 그게 얼마짜린데 도대체 그동안 그걸 다 어디에 빼돌린겨? 엉?”
“아부지, 잘못했어요. 빼돌리려고 빼돌린 것은 아니고 다 좋은 곳에 썼다니까요.”
“이놈이! 바른대로 말 못해? 몽둥이찜질 한 번 더 당해야 말할 것이여?”
“아아, 아부지. 실은 저 윗동네 민자네 어무니가 많이 아프다 해서 내 몇 개 가져다준 것밖에 없다니까요.”
“뭐? 민자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양반네 가져다 바쳤다 이 말이지?”
아버지는 예나 지금이나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나 보다. 사실 우리 엄마 이름이 민자고 엄마는 아빠의 첫사랑이다. 첫사랑을 위해 간 큰 도둑이 되기로 했던 어린 소년.
아빠가 요즘 산에 다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 할아버지 때문이다.
그 옛날 우리 아빠가 엄마를 위해 인삼도둑이 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할아버지를 위한 거짓말도둑이 되기로 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도둑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버지는 오늘도 함박웃음을 띠며 산으로 간다.
때는 백제시대. 어둠이 얕게 깔리고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커지던 그 순간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검은 그림자가 달빛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드리운다. 휘리릭 소리가 들려오더니 한 여인이 서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왕실의 사람은 아닌듯하다.
드넓게 펼쳐진 연꽃 사이에 청초하게 서있는 여인은 왕실의 여인이 아닌가. 고운 비단 옷에 단정하게 빗어 내린 검은 머리카락. 달빛을 받아 더욱 고운 얼굴빛은 희고 여리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가운데 놓인 정자는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빛을 받아 아름답고 아름답게 피어난 연잎은 맑은 이슬을 머금고 있다. 그 가운데에 왕실의 여인이 서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그 때 검은 그림자가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여인이 기다리던 사람인 듯했다.
궁남지는 무왕이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가 고향을 그리워하여 무왕이 선화공주를 위해 만든 인공정원으로 천한 신분의 사람이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항상 어둠이 짙게 깔리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나온 것이다. 사실 이 둘이 처음 만난 곳도 이 궁남지이다. 그래서 무왕과 선화공주만큼이나 이 둘에게도 이곳 궁남지는 특별한 공간이다.
선화공주는 왕가의 무왕과 함께 이곳에서 달을 보는 것을 즐겨하였으나 왕실의 여인들과 산책하는 것도 즐겼다. 그래서 이 여인도 궁남지를 몇 번 들른 적이 있다. 그러다 선화공주는 궁남지 연못 한가운데에 핀 연꽃이 유난히 아름다워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연못 한가운데에 핀 꽃을 꺾으려면 연못으로 들어가야 했고 신하들도 무르고 나온 터라 꺾어다 줄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마마, 이 연못 근처 마를 팔던 남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꽃을 꺾어달라는 청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그러자 왕실의 다른 여인이 반기를 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곳은 저렇게 마를 파는 신분의 천한 사람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니 그냥 돌아가는 것이 맞는 듯 하옵니다.”
그러자 선화공주가 단호하게 말했지요.
“그런 말 마십시오. 마를 파는 사람이라고 어찌 다 천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누군지 궁금하니 이곳에 올 수 있으면 얼굴 한번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마를 팔던 남자는 궁남지에 들어와 선화공주에게 꽃을 꺾어다 주고 왕실의 여인을 처음 보게 된 것이다.
이 여인과 남자는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를 많이 닮아있었다. 그만큼 신분을 초월한 사랑은 이루어지기기도 힘들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둘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이곳에서 사랑을 키워나갔다. 진흙과 닮은 남자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연꽃을 닮은 여인.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과 닮은 이 둘의 사랑도 둘처럼 아름답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딸애가 유치원에서 신선이라는 단어를 듣고 왔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신선이 뭐냐고 묻는다. 분명 유치원선생님에게도 똑 같이 신선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테고 선생님께서는 다정한 목소리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을 텐데 이 녀석은 내게 꼭 되묻는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는 마치 처음 듣는 다는 듯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모습에 최대한 친절히 대답해주려고 한다.
“신선은 말이야. 산신령알지? 그런 것처럼 상상 속 인물이야. 도를 닦으면서 인간 세계에서 유유자적하며….”
아이에게 말을 해주면서도 아차 싶었다. 아이는 유유자적이 뭐야? 도를 닦는 게 뭐야? 하며 이맘때 쯤 아이들이 그렇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퍼부어 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어쩐지 곰곰이 생각에 빠진 듯했다.
“빈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음, 신선은 왠지 좋은 것 같아서.”
역시 어린아이라도 감은 있는 듯했다.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하는 삶만큼 매력적인 삶이 없다는 것을 그 짧은 이야기 속에서 캐치해 낸 듯했다.
“응, 빈이 말이 맞아. 신선은 아주 경치가 좋은 곳에서 자연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란다. 그래서 아주 경치가 멋진 곳에는 신선이 노닐다 간 곳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지.”
아이는 반은 알고 반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에게 신선이니 유유자적 하는 삶이니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나니 퇴근 후 유치원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넥타이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앉아있는 신세가 어쩐지 처량해졌다. 풍류를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삶을 크게 동경하며 사는 것은 아니었지만 쉬는 것을 마다할 사람 없고 노는 것을 싫어할 사람도 없었다. 때마침 아내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아이에게 오늘 하루에 대해 물었다. 아이는 당연히 엄마에게도 처음 듣는 것처럼 신선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나와 똑같거나 비슷한 이야기를 하겠지라며 넥타이를 푸는데 아내의 입에서는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빈이 저번에 아빠 엄마랑 무진정 갔다 온 거 기억나? 거기가 신선이 놀던 곳처럼 아름답다고 했었는데.”
“아! 맞아. 엄마랑 아빠랑 거기에서 사진 많이 찍었지!”
역시 엄마는 위대했다. 나는 아이의 눈높이는 고려하지 않은 백과사전같은 말만 늘어놓았는데 아내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며 아이의 이해를 도왔다.
“응, 그러고 보니 지금쯤 무진정에 꽃도 피고 녹음이 푸르러 더없이 예쁘겠다. 봄은 이래서 좋아. 발길 닿는 곳 어디든 예쁘고 멋있잖아. 그래서 말인데 여보, 이번주 주말에 무진정 다녀올까? 저번에 갔을 때는 사람도 너무 많고 해서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것 같아.”
이번주 주말이면 사회인 야구단에서 중요한 야구시합이 있는 날인데 차마 아내와 아이의 눈빛을 똑바로 보고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내는 내 대답도 마저 듣지 않은 채 벌써 룰루랄라였다.
어쩔 수 없이 야구단의 중요 경기에 참석 할 수 없다는 비보를 알린 채 아내와 아이의 손을 잡고 무진정으로 달렸다.
와아. 아내와 아이의 입에서는 동시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연못에 소박하게 자리한 정자가 기품 있게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야. 무진정 무진장 아름답네.”
아내는 어쩐지 썰렁한 농담까지 곁들였다. 사실 주말을 손꼽아 기다린 야구 시합을 제쳐두고 온 것이라 입이 삐죽 나와 있던 차인데 무진정의 멋들어진 경치와 아내와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정말로 신선이 풍류를 즐기다 간 것처럼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는 무진정 앞에 서니 신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선 시대 문신 정도는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빠, 아빠가 신선 같아.”
빈이는 저 멀리서 달려오며 나보고 신선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순간 그렇게 늙어보이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 아이의 함박웃음에 나도 따라 웃으며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무진정 무진장 아름답다 정말.”
아내와 나는 오랜 시간동안 한 곳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검은 그림자가 빠른 걸음으로 내 뒤를 쫒고 있다. 잡힐 듯 말듯 도망가는데 순간 몸을 누가 옭아 맨 것처럼 옴짝달싹못하고 곧 잡힐 것 같아 두 눈을 꼭 감을 때 눈을 떴다.
“뭐야? 또 악몽 꿨어? 식은땀 좀 봐.”
며칠째 계속되는 악몽에 기분이 영 찜찜하다. 누군가 숨 막히게 쫒아오는데 항상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이 끝이 난다. 잠귀가 밝은 룸메이트는 항상 나 때문에 덩달아 잠에서 깬다.
“안되겠다, 너. 네가 경연이 얼마 안 남아서 신경이 좀 쇠약해 진 것 같아. 몸도 비쩍 마르고. 오늘은 고기파티라도 해야겠다. 얼른 옷 입어. 나가자.”
“아니야, 그냥 집에 있을래.”
“웬일이래? 고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 너 좋아하는 소고기 먹으러 갈려고 그랬는데? 이래도 안 갈래?”
못이기는 척 룸메이트를 따라나선 우시장 골목.
“검붉은 생간에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걸 보고 입맛이 돌아? 너 전생에 구미호 아니었나 잘 생각해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간을 김에 싸먹는 룸메이트를 보고 어젯밤 꾼 악몽이 떠올랐다. 어쩌면 내 뒤를 바짝 쫒아오던 것이 룸메이트가 아닐까 생각했다.
처음 와본 길치고는 너무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여느 정육점 골목이 그렇듯 붉은 유리창 사이로 적나라한 갈비와 살점을 자랑하는 고기들이 걸려있고 비릿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자극하는 이곳. 우시장 골목을 언젠가 와본적이 있는 것 같았다.
“고기 타겠다. 얼른 먹어.”
고기 한 점을 가지고 깨작대는 내 앞에 놓인 접시에 고기 몇 점을 놓아주었다. 그러면서 우시장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것을 들려주었다.
“여기 우시장 뒷골목으로 도축장이 있는데, 거기서 아직도 소 울음소리가 들린대, 음메에에에.”
“무슨, 차라리 옛날에 만득이 시리즈가 더 무섭겠다.”
룸메이트의 싱거운 말에 문득 옛날 기억이 떠올랐다.
우시장에 와 본 적이 있다. 기억이 떠올랐다. 시골에서 기르던 소를 팔러가던 날이었다. 할머니와 엄마는 한 걸음 한 걸음 무거운 발걸음으로 기르던 소의 고삐를 잡고 시장으로 향했다. 나는 그 길이 어떤 길인지도 모르고 웃으면서 엄마 뒤를 쫄래쫄래 따라 간적이 있다. 소는 몇 분 뒤 자신의 운명을 알기라도 하는 듯 자꾸만 뒷걸음을 치는 것 같았다. 할머니와 엄마도 가슴 아픈 심정으로 소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도착한 우시장 골목으로 많은 소들이 사람들 손에 이끌려 와있었다. 무게를 재고 돈을 흥정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음메에에에.’
파란색 천으로 둘러싸인 곳에서는 유난히 구슬픈 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렸을 때 나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았다.
소가 구슬피 울어대던 이유를.
그날 엄마는 식탁위에 아빠가 좋아하는 육회와 꽃등심을 올려놓았다. 뭔지도 모르고 덥석 집어먹었던 육회는 고소하면서도 비릿했다.
그리고 왠지 그날 먹었던 것을 다 비워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우시장에 와 본적이 있어. 거기에도 도축장이 있었는데 소가 구슬프게 울었던 기억이 나. 왠지 그 때의 기억이 꿈속에 나타나는 것 같아. 붉은 빛이 가득한 좁은 골목이었어.”
“그런데 평소에 괜찮다가 갑자기 왜 나타나는 건데?”
“글쎄, 경연이 다가와서 그런가봐.”
우시장 골목을 빠져나와 멀리서 다시금 붉은 빛이 선명한 정육식당 간판을 보았다. 여전히 고기들은 신선한 핏빛을 자랑하듯 걸려있었고 약간의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누군가에게는 선명하고 붉은 빛이 식욕을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거운 마음을 내려두고 뒤를 돌아 나왔다.
더 이상 소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고 꿈속에서도 누군가가 뒤 쫒아오지 않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