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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끝자락이 조심스레 그려내는 지도. 따라가면 무엇이 나올지, 어린애처럼 설레는 마음.
잎사귀보다 무거워 가지를 휘게 만드는 너 역시 애초에 작은 꽃에 지나지 않았다.
주위를 감싼 소나무가 시야를 가려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것 자체가 풍경인데도.
그늘에 가려진 횡단보도 위로 누가 지나가는지 알 수가 없다. 나를 뒤따라오던 너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으니.
성벽이었을 돌무더기 위로 구름이 둥실 넘어간다. 무엇을 지켜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경계를 그리면서.
저토록 가지런한 모양새가 우뚝 설 줄 누가 알았을까. 놀라운 마음에 발걸음도 함께 우뚝 멈추고 만다.
이 길을 걸으며 웃을 수 있는 이가 있었을까. 절로 느려지는 걸음에 마음이 무겁다.
기억의 귀퉁이에는 가끔, 낯선 것들이 자리하곤 한다. 막막한 여백과 그 사이를 가르는, 결코 알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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