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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마다 작은 지붕을 얹고 올라간다. 누가 누가 더 높나 내기를 하는 듯 층층이.
겨우 한 사람 지나갈 정도의 길을 만든 까닭은 너와 함께 팔짱을 끼고 지나갈 수 있도록 베푼 배려.
살짝 그러쥐고 조심스레 쓰다듬으면 손에 착 감기는 부드러움이 너의 미소와 다르지 않다.
셔터가 내려갔음에도 자꾸만 시선이 향한다. 문이 열리면 사라질 너를 걱정하면서.
낮은 곳에 뚫린 터널의 끝이 빛으로 휩싸여 있다. 끝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 끝의 거리를 가늠할 수 없어 잠시 망설인다.
상상력이 상상력을 낳는다. 무당벌레 아래로 미끄러지며, 산의 단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느 석상에서나 볼 수 있는 부처의 모습이지만 어째서인지 입 꼬리가 조금 더 올라간 것 같다.
해가 닿지 않는 그늘에 앉아 넓디 넓은 운동장을 바라본다. 수많은 흔적 위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가 아득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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