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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풀이 내는 소리인줄 알았더니 너였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애꿎은 풀만 사각사각.
기억에 가득 배어 있는 냄새, 그 온기. 코를 가까이 해 보지 않아도 향긋함을 안다.
여전히 굳세고, 여전히 아픈 시선들. 나을 수 있을까. 나아질 수 있을까.
가로지르는 이들을 굽어보는 것들.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조심스러워 진다.
신림동 서점에서 책 하나를 꺼내 펼쳤다가 도로 덮었는데 순간 낯선 이의 한숨이 뺨에 닿았다.
어린 나무 한 그루와 소리 없는 응원들. 의심의 여지 없는 따뜻함.
산에도 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없는 곳이 있다. 나무가 없다고 해서 산이 아닌 것 아니라는 듯.
높은 땅에 빗금이 가득하다. 올려다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덜 여문 마음 때문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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