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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와 정신이 머무는 공간, 영랑생가


누구나 중학교에 들어가면 김영랑을 접하게 된다. 대부분의 국어 교과서에서 그의 대표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을 싣고 있다. 학교에선 그가 김소월, 박목월과 더불어 전형적인 서정시인이자 일제시대의 독립운동가임을 가르쳐주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이번에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그가 45년간 살아온 생가에서 한번 찾아보도록 하자.

                    
                

김영랑의 생애와 세월을 함께한 영랑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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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생가 문간을 넘어서면 보이는 안채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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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이 생활한 안채의 방 중 하나

김영랑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리 없는 한국의 대표 시인 중 한 명으로, 그의 필명과 작품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외에 사람들이 아는 바는 그다지 없는데, 본명이 김윤식인 그는 전남 강진의 오백 석 지주 집안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럼에도 영랑은 한평생 험난한 삶을 보내는데, 일제 시대와 한국전쟁을 겪고 대구형무소에서는 6개월의 옥고를 치르며 48세의 이른 나이에 포탄 파편을 맞아 세상과 하직한다. 이렇듯 교과서나 그의 작품만으로는 알 수 없던 삶의 이면을 영랑생가를 둘러보며 되새길 수 있다.
 
강진군에 있는 영랑생가는 영랑의 아버지가 1903년 아들의 출생을 기념해 설계한 것으로 1905년에 완공됐다. 집은 영랑이 해방 전까지 45년간 삶을 영위한 공간으로써, 그의 작품 100여 편 가운데 60편가량이 탄생하는 문학적 요지로 자리매김한다. 그가 서울로 이주하기 위해 집을 판 후에는 개인 소유지였다가 1985년 군에 매입된 후 문간채, 안채, 사랑채는 훌륭히 보존되고 있다. 그리하여 현존하는 문인 생가 중 우수한 보존상태를 평가받아 국가 중요민속자료 제252호로 선정되었다. 

 

돌담, 툇마루, 단풍, 동백잎…. 김영랑의 시가 싹튼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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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동백이 흐드러진 영랑생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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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문간채로 가는 길목을 따라 늘어선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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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의 시가 새겨진 바위가 생가 곳곳에 자리한다. 

문인 최초의 개인 시집 <영랑시집> 속 시 대부분은 이곳 영랑생가에서 근간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사랑채에서 문학 공부를 했다고 하나 사실 생가 전체가 시상이고, 문학이다. 그가 남긴 청아하고 순수한 시들은 저마다 바위에 각역된 채 생가 곳곳에서 운치를 더한다. 담쟁이덩굴에 뒤덮여, 문간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쭉 늘어선 돌담은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의 배경이며 사랑채의 모란나무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배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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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생가 곳곳에 시가 적힌 바위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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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의 생가와 그 주변은 온통 시상으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다. 안채 뒤뜰에 수 그루 심어진 동백나무는 영랑의 등단작인 <동백닢에 빛나는 마음>의 소재이며 전라도의 향토성과 정감이 느껴지는 <오매 단풍들것네>는 안채 뒤편의 감나무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광경에 누이가 감탄한 상황을 시로 남긴 것이란다. <사개틀린 고풍의 툇마루에>는 그가 종종 흔들의자를 놓고 앉아 감상에 빠졌던 사랑채의 툇마루에서 쓰였는데, 실제로 영랑생가에서 바라보는 사랑채의 모습 또한 전체적으로 뒤쪽으로 쏠린 듯한 형상임을 알 수 있다. 참으로 그의 생가 곳곳에서 그의 지난 삶과 작품을 엿볼 수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시문학파의 일대기를 담은 시문학파기념관

영랑이 활동했던 시문학파기념관 전경 

영랑생가에서 고개를 돌리면 노란색 외벽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그가 소속되어 활동했던 시문학파기념관이다. 사실 이곳이 강진군에 세워지기까지 여러 가지 말이 많았단다. <시문학>이라는 동인지를 펴낸 시문학파는 당시 동인이었던 용아 박용철의 돈을 빌려 창간하였고 34세에 용아가 세상을 떠난 후로는 발간을 중단하였다. 후에 시문학파기념관 위치 선정을 두고 용아의 출생지에 기념관을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제시됐는데, 시문학파의 태동은 다름 아닌 영랑에서 비롯됐다는 결론 하에 2012년, 이곳에 세워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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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기념관 전시실의 내부

현대 시의 출발점으로 일컬어지는 시문학파는 1930년 정인보, 박용철, 정지용 등 서정시인들이 모여 결성한 파로써 앞서 말했듯 시 전문지인 <시문학>을 발간하고 순수시 운동을 주도한 동인이다. 이러한 시문학파의 정신을 담은 시문학파기념관은 당시 활동했던 문인의 생애를 조명하고, 일제 시대 우리말로 당당히 저항의지를 표명했던 시인들의 여러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랑의 시집은 꼭 보길 추천한다. 문화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 전시된 시집 중 제일 가격이 높은 시집이기 때문. 대략 780만 원을 호가한다고 하니 그 모습을 한번 구경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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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파기념관 1층에 마련된 영랑감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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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생가의 사랑채 마당에서는  감성학교 야외프로그램이 행해지기도 한다.

현재 이곳에서는 주요행사로 ‘시와 음악이 흐르는 영랑생가 음악회’, 명사를 초대하는 ‘화요일 밤의 문화데이트’, 초·중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프로그램 ‘영랑 감성학교’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니 관심 있는 이들은 참고하자. 만약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2층의 북 카페에서 책을 읽어도 좋다. 이곳에서 공부를 좀 한 트래블피플이라면 다시 밖으로 나가보자. 영랑생가 주변의 대숲을 비롯한 다양한 수목을 구경하다 보면 피로한 몸과 머리가 풀릴 것이다. 이렇게 생가 주변까지 쭉 둘러보고 난 후에는 전보다 더 훨씬 영랑과 가까워져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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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보는 데만 익숙해져 있다면 이제는 영랑생가에 들러보세요. 모란꽃과 동백꽃 그리고 흙 내음 사이에서 보고 만지는 시는 분명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거예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1년 06월 1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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