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원시림의 속살을 맛보다
- 경상북도 울릉군 -
머나먼 울릉도 여행은 울렁거림으로 시작합니다. 작심해야 갈 수 있는 머나먼 여행길, 그 먼 바다 한가운데 떠 있을 섬으로 향하는 울렁거림이 그 첫 번째입니다. 쾌속선이 다니는 길이어서 예전보다는 한결 이동하기 편해졌지만 파도라도 높을라치면 뱃멀미 때문에 겪어야 하는 울렁거림이 두 번째입니다. 마지막 울렁거림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과 하염없이 걷고 싶을 만큼 운치 있는 숲길에서 울릉도의 속살을 마주했을 때 겪게 됩니다. 맞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 ‘울릉도 속살까지 들여다보는 섬 일주 트래킹을 떠나라!’
요즘 갈 곳 잃어 매너리즘에 빠진 백패커들, 섬 곳곳에 산재한 울릉도만의 참 매력을 느껴보기 위해 발걸음을 한 첫 소감은 과연 어떨까?
“천혜의 비경들이 즐비하다더니, 숲이 마치 원시림에 가까워! 포장도로가 놓이긴 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내륙 옛길은 수풀이 머리 위를 껑충 치솟는 곳이 많아.”
“제1호 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될 만도 하지? 하늘 한 점 보이지 않게 가릴 정도로 나무들이 빽빽하고, 사방은 온통 생명의 빛이 흘러넘치고 있어!”
안평전 등산로 입구까지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 불편함도 있지만, 등산로에 들어선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짜증은 눈 녹듯 사라진다. 무엇을 보았기 때문일까?
“길이 벌써부터 가팔라지는 게, 우리가 숲 속 깊숙이 들어온 것 같아. 어느새 그 푸른 바다가 한 조각도 보이지가 않네.”
“빛이 투과되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어 시간마저 멈춘 듯하구나. 하지만, 발걸음 뗄 때마다 나무와 풀, 흙이 발산하는 상쾌한 기운이 기분을 좋게 하지 않아?”
하나의 거대한 산과 같은 이 섬은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다보면 흡사 정글탐사를 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속살을 보기 위한 장소는 따로 있다고.
“나리분지를 제외하면 평지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어! 지금 우리가 향하는 저 봉우리, 원시림이 정말 빼곡하다! 혹시 뱀이라도 나오는 거 아닌가 몰라!”
“신기하게도 여긴 뱀이 없다지? 그래서 더 자유롭게 발길을 내딛을 수 있다고.” “그거 참…. 그나저나 저 중앙에 솟은 최고봉의 모습, 멀리서 봐도 참 장관이야.”
성인봉 정상은 별다른 풍경 없이 표지석 하나 덩그러니 서 있어 뭔가 밋밋하다. 시야마저 답답한 듯한 이곳을 벗어나 아래로 향하다 보면 전혀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는데?
“나무가 어른 키보다 높게 자라 있어 봉우리 몇 개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발밑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탁 트인 전망을 기대했는데, 이거 좀 실망스러운 걸.”
“이쪽으로 내려와! 여기가 바로 명당이었어! 형제봉, 미륵사, 송곳봉들까지 훤히 다 보여.” “정말! 가을에 오면 주변에 단풍보다 더 붉은 마가목 열매들을 실컷 보고 갈 수 있겠다.”
하산 길은 나무계단이 계속돼 비교적 편안하다. 그러나 나리분지에서 출발한 사람들에겐 여기가 ‘공포의 계단’으로 불린다는데 왜일까?
“오르는 길은 산비탈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나무계단만 보더라도 내려가는 길은 참 편하게 가겠다! 한 1천600개 계단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소리~. 2천개도 훨씬 넘는다던데?”
“정확히는 몰라도 아까 이쪽에서 오르던 사람들은 계단 수를 헤아리다 이내 포기했겠지?”
과히 식물의 보고라 할 수 이곳의 상쾌한 숲길은 나리분지까지 계속된다. 이 길을 걸으며 자생하는 나무와 꽃, 풀에 대해 친절한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다는데?
“부지깽이부터 명이, 노랑털머위꽃, 미역취 등 이 일대에서 자생하는 식물 종류만도 정말 어마어마하구나!”
“부지깽이? 옛날 아궁이에 군불 피울 때 사용하는 나무자루를 일컫는 말 아닌가?” “이 안내판을 봐봐! 잘 설명해놓았잖아. 여기 가장 흔한 ‘너도밤나무’ 이야기도 있네!”
등산로가 끝나더라도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는 이어지며 행의 묘미를 더한다. 산들이 철갑을 두른 듯 분지를 감싸고 있는 나리분지 평원에서는 또 어떤 풍경이 기다릴까?
“통나무로 집을 짓고 지붕에 돌을 잔뜩 올린 울릉도식 집구조의 너와집이 있는 나리마을로 가볼까? 통나무와 나무껍질로 지은 투막집들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을 거야.”
“나리전망대로 가보는 게 더 낫지 않겠어? 마을 전경은 물론이고, 화산이 폭발하면서 이만큼 넓고 평평한 땅을 갖게 된 섬을 앞으로도 쉽게 감상하기가 힘들 테니까.”
흙냄새, 나무냄새 구수한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의집을 지나고 ‘신령수’라 부르는 샘터가 나온다. 이곳 물맛이 어디에 비길 데 없을 정도로 좋다는데?
“신이 내린 물맛이야! 달고 청량해. 하여튼 물맛 하나는 이름 그대로 신령스럽구나. 마트서 산 생수는 쏟아버리고 이 약수로 가득 채워야겠어!”
“내 생각은 좀 달라! 이끼와 양치식물들로 가득 메워진 바위들 틈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이 물, 고로쇠 수액처럼 목 넘김이 부드러워. 울릉도의 속살 맛이 있다면 이런 맛일까?”
혹자는 항구와 항구를 오가는 배를 타고 내려서 터벅터벅 걷는 여행이야말로 울릉도의 ‘속살’과 마주할 수 있는 진정한 여행법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울릉도 여행의 참맛은 ‘걷기’에 있습니다. 그 모든 길들은 거의 대부분 바닷길과 연해 있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쉴 새 없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올레길과 둘레길 등 수많은 길들을 새로 내고 있지만, 울릉도의 길은 예전부터 자연 그대로 거기 있어 왔기에 특히 그러합니다. 외딴섬의 원시비경에 숨겨진 그 속살이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은 울릉도로 한번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수탈의 기억마저 품어내다
- 경상북도 포항시 -
포항시 남구에 자리한 구룡포는 일제 당시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누구나 이곳에 가면 1923년 일제가 구룡포항을 축항하고 동해 어업을 점령한 침탈 현장을 쉽게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국권을 빼앗긴 암울한 기억 앞에서 이윽고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생각할 수 있는 유능함으로 역사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사시대 유적부터 조선시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까지의 역사가 이 동해 앞바다에 숨어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 미션은 ‘황금어장에서 행복과 슬픔을 느껴라!’
기묘한 현무암이 늘어선 구룡포해변은 동해바다를 향해 뻗어가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그 노력이 채 끝맺지 못해 바닷가에 머무른 모습이 애처롭다.
“구룡포의 이름은 아홉용이라는 뜻이야. 이곳에서 승천한 아홉용과 오르지 못한 한 마리 용의 이야기는 지금에까지 이어지고 있어.”
“그들이 용이라 말했던 그것은, 혹시 이곳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과 그들의 모습이 비친 바닷가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일본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마을인 냥, 구룡포의 한 골목에는 일본식가옥이 길게 늘어져있다. 조용한 우리나라의 어촌마을에 왜 이런 건물들이 세워졌을까?
“일본인 가옥거리가 있는 이곳은 근대 문화 역사 거리라고 해. 일본인들이 집을 짓고 어업을 하기 위해 방파제를 쌓아 만든 곳이래.”
“풍부한 어장 때문일까? 일본인들에 의해 이용당하고 힘들었던 역사의 기록이 이렇게나 길고 긴 거리로 남아있다니, 조금 슬퍼.”
골목을 지나다 보면 옛날 여관으로 사용되었다는 건물 내부로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 오래된 이 건물에는 조금 콤콤한 냄새와 함께 또 한 번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다.
“일본식의 가옥을 일본인이 직접 지은 것이라 그런지, 한국적인 정서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집 구조를 하고 있어.”
“맞아. 아무리 따라하려해도 따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지. 우리에게 남은 침략의 역사와 아픔을 잊지 않도록 잘 보존하는 것이 좋겠지?”
서민들이 살았을 법한 일본식 가옥들이 즐비해 있지만, 이곳은 무언가 남다르다. 2층으로 지어진 이 화려한 목조건물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마네킹을 이용해 일본사람들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모습이 꼭 박물관처럼 꾸며놓았어. 실제로는 개인의 가옥이었다니 믿겨지지가 않아.”
“일본식 화장실의 모습이 정말 특이해.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식 화장실과는 전혀 다르게 나무로 만들어져있는 화장실이, 역사를 그대로 보존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일본인가옥 거리의 중심에는 구룡포공원이 자리해 있다. 공원에 서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해바다에 한동안 매료되겠지만 얼마 못가 일제 침탈의 흔적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이곳 젊은이들은 군대로 징집되고 마을 처녀들은 정신대 끌려가고…. 이 공원 둔치에서 떠나는 배를 바라보며 가족들은 울부짖었을 거야. 구 충혼탑 기단 신사터 초석이야. 일본인이 세운 신사와 도가와 야사브로 송덕비가 있던 곳이 여기라지?”
“맞아. 일본사람들이 다 떠나간 그해 가을, ‘왜색일소’를 외치며 여기에 시멘트를 부었어.”
일제강점기의 기구한 역사는 사실 구룡포의 작은 단면일 뿐이라고 했던가. 구룡포를 제대로 보려면 일주일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구룡포를 조금 달리 바라볼 수도 있겠어. 선사시대 유적부터 조선시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까지의 역사가 이 물길에 숨어 있으니까.”
“구룡포해수욕장과 그 인근의 주상절리, 대보면과 구룡포읍 경계에 위치한 고인돌, 등대박물관까지, 가만 생각해보니 이곳만 돌아보고 그냥 돌아가면 안 되겠다 싶어!”
구룡포에서 호미곶까지의 해안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말봉재 정자에 올라서면 우리 땅 동쪽의 눈부신 어항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저기 저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와 머구리, 과거의 어두운 흔적은 금세 잊어버릴 법한 풍경이야.”
“하루 세 번 어판장이 열리는 구룡포항의 모습도 그래. 너울대는 동쪽 바다의 매력을 한없이 부풀리고 있지. 긍지의 항구, 긍지의 사람들, 시간이 지나도 잃지 않는 빛과 같아.”
화려한 구룡포항, 그러나 이 아름다운 항만 역시도 ‘축항’이라는 침탈의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간다.
“맞아. 1920년대 일제가 구룡포 앞바다에 축항을 한 거야. 일본인이 대량 어획을 하는 큰 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여기 어업은 일본인이 다 장악했지. 참 씻어내기 아픈 역사야.”
“아픈 역사를 이겨내고자 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긍지와 아픔을 그들은 알까?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가 ‘침탈의 역사에 대한 뉘우침과 교훈’으로 남길 바랄 뿐이야.”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던 구룡포. 지금도 대게, 고래, 과메기, 오징어 할 것 없이 어마어마한 어장을 품고 있는 이 포항의 대표 어항은, 먼발치에서 바라보면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구룡포를 조금만 더 가까이 서서 들여다보면 즐비한 일본식 가옥과 신사터 등을 만나 우리네 아픈 기억을 반추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이 비옥한 구룡포 앞바다의 물숨이 일제강점기 기구한 역사의 시작이라니. 믿기시나요? 우리 민족 역사의 아픔을 되짚어가는 조금 특별한 포항 여행, 여러분 가슴에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기름진 살이 오른다
- 전라북도 고창군 -
고창하면 풍천 장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북 고창 선운사 앞을 흐르는 고랑의 이름을 딴 풍천장어는 겨우내 몸을 숨기고 있다 가을철 그 기름지고 땡땡한 살점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보양식으로 제격인 장어는 유명인들의 보양식으로도 손꼽힐 만큼 그 힘과 맛을 자랑합니다. 특히나 복분자 술과 함께 먹는 풍천장어는 긴말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식당을 들어갈 때 푸석했던 얼굴이 나올 때는 반질반질 윤기가 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고창의 힘! 풍천장어를 탐하고 오라’입니다.
고창에 도착하면 거리마다 속속들이 풍천장어를 내건 간판들이 보인다. 그 간판의 수 정도면 괜히 풍천장어 풍천장어 하는 것은 아닐 터.
“여행 중에 제일이 식도락 여행 아니겠어? 오로지 맛을 위해 떠나는 거지.”
“그래, 식도락 여행 좋지! 벌써부터 장어 굽는 냄새나 나는 것 같아. 풍천 장어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맛집이 있을까?” “풍천은 어디든 맛있을 것 같아. 그 명성이 괜히 나온 거겠어?”
강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지형을 따 붙은 풍천. 선운사 앞의 도랑에서 흘러드는 인청강 일대에서 잡히는 풍천장어를 으뜸으로 치는 이유는 뭘까?
“그런데 왜 사람들이 풍천장어를 으뜸이라고 할까?”
“그건 장어의 맛도 맛이지만 지형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지. 서해 바닷물이 들어와 민물과 바닷물과 합쳐진다고 해서 풍천이라고 부른데. 그래서 풍천장어라고 하지. 예로부터 고창갯벌 풍천장어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정도로 장어 중엔 으뜸이야”
고창의 수많은 장어집 중에서도 두 가지 선택권은 있다. 장어와 함께 남도식 상차림을 받아 볼 것인가, 오직 장어만을 만나고 올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
“그런데 정말 어디 가게로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다. 셀프 장어집도 보이고.”
“풍천 장어집은 반찬의 가짓수가 적고 직접 장어를 구워야 하는 셀프 장어와 푸짐한 남도식을 맛보며 장어를 제대로 구워주는 남도식 상차림 이렇게 두 부류의 가게를 선택할 수 있어 어떤 곳에서 맛볼래?”
고창의 장어가 양식이라 하여 반감이 든다고? 풍천장어도 대부분이 양식이지만 최근에는 갯벌에서 직접 기르거나 바닷물에서 몇 개월간 축양을 하여 자연산과 다름없다.
“그런데 양식장이 보이는 걸 보면 자연산은 아닌가보네.”
“그래도 실망하긴 일러. 인공 사료를 쓰지 않고 순수한 해수로 양식을 하기 때문에 거의 자연산이나 다름없다고! 일단 먹어보면 알거야.” “어디, 한번 먹어볼까?”
고창의 또 다른 명물 복분자는 장어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복분자 한 잔에 장어 한 점을 드신 아저씨는 껄껄 웃으시고 아주머니는 쑥스러운 듯 볼이 발그레해진다.
“다들 복분자와 함께 곁들여 먹고 있어. 장어가 스태미나 식품으로 알려져서 그런가봐. 복분자도 그렇고 특히나 남성에게 좋다니까. 그러니 조금 낯 뜨겁긴 하다.
“그런데 꼭 남성에게만 좋은 건 아니야. 피부미용이나 노화를 억제하니 여성들에게도 얼마나 좋다고.”
선운사의 여름에는 상사화가 지천으로 핀다. 상사화가 지고 단풍이 들어서면 비로소 장어의 기름기가 가득 찬다. 선운사를 병풍삼아 먹는 장어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복분자 한 잔 곁들이고 장어 한 점 먹으니 다른 게 부러울 게 없다. 그렇지?”
“그럼! 당연하지. 상사화가 지고 단풍이 든 선운사를 바라보며 먹는 장어라. 옥황상제도 요새는 전북 고창서 온 사람을 보면 풍천장어 맛을 몰래 물어 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거겠어?”
장어를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지만 장어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한 소금구이와 비린맛과 느끼함을 잡는 양념구이 둘 다 양보할 수 없게 된다.
“풍천장어는 기름기가 많이 돌아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구나! 살점도 도톰하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네. 내 입맛엔 소금으로 간을 한 소금구이가 딱 맞는 것 같아.”
“그래? 난 양념장을 덧발라 구워먹는 양념구이가 더 맛있는 것 같은데? 느끼한 것도 덜 하고.”
여름철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찾게 되는 보양식. 그중에서도 풍천 장어는 원기회복에 그만이라 찬바람이 불어와도 끄떡없다.
“오늘 장어 제대로 맛보고 간다. 올 겨울은 한파, 눈보라가 몰아쳐도 끄떡없겠어. 벌써부터 몸에 기운이 가득 찬 것 같은데?”
“벌써? 어디보자. 정말 그런 것 같은데? 내년 여름에도 꼭 다시 찾아와 원기를 보충하고 가야겠다. 그때는 가족들과 함께~”
비릿한 맛에 흙내가 난다고 꺼리는 분들도 풍천장어 한 점을 먹고 나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에 두말 않고 한 점을 더 집는다고 합니다. 장어 본연의 고소한 맛을 즐기고 양념을 더해 감칠맛까지 느끼면 그보다 더 좋은 호사가 어디 있을까 하는 느낌까지 듭니다. 바닷바람 몰고 와 고소함과 뻘의 흙내가 묻은 풍천장어는 보양식을 찾는 성인뿐만 아니라 성장기 어린이들이나 수험생에게도 좋은 영양식입니다. 뜨거운 태양아래 지친 몸을 달래고 싶다면, 찬바람이 불어 몸이 허하다면 고창의 힘! 풍천장어를 탐하러 떠나보세요!
여섯 가지 이야기가 있는 한려해상 백리길
- 경상남도 통영시 -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에는 6개의 섬들을 잇는 호젓한 등산로가 생겨나면서 푸른 바다를 끼고 섬을 따라가는 탐방로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이 있습니다. 이제 통영의 명물로 자리한 이곳은 미륵도 달아길, 한산도 역사길, 연대모 지겟길, 그리고 매물도 해품길까지, 모두 42.1km에 달하는 산책로 길이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여기에 독특한 식생과 시원한 바가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육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이 기다리는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을 걸어라!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미륵산 정상으로 가는 트레킹에 앞서 미래사 주변의 편백나무 숲을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 이곳에는 사찰 외에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고.
“80년이 넘는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수백 그루는 되겠어!” “안타깝게도 미래사가 들어서기 전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숲이야.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 빼어난 정취를 부정할 수는 없겠지?”
“미래사로구나! 구상스님이 미륵산 중턱에 이런 암자를 세운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미래사에서 미륵산 정상까지 거리는 약 1.2㎞. 등산로가 조성돼 있는데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경사가 급해지지만 고지를 밟고 나면 피로도 눈녹듯 사라진다는데?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가 이토록 눈부시다니.” “전국 국립공원 100경 중 최우수 경관으로 선정됐을 정도라지. 쪽빛 물결 위에 흩뿌려진 사금파리처럼 섬들이 신록을 발하고 있어.”
“‘향수’로 잘 알려진 정지용 시인이 1950년 이 경관 앞에서 탄복한 기록을 본 적 있니?”
동그란 섬 두 개가 개미허리처럼 가는 모랫길로 연결된 경남 통영 비진도. 파란 바다로 이름난 이 섬의 호젓한 등산로를 따라가며 다 둘러보는데 3시간 정도 걸린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숲길은 빽빽이 들어찬 동백나무로 한낮에도 저녁 어스름의 잔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정말 파란 산홋빛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아.”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아가며 마침내 오른 정상, 역시 보람이 있어! 이 그림 같은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오잖아.”
비진도에서 배를 타고 30분 만에 도착한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30분만 산을 오르면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하얀 등대섬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망태봉 정상에 올라 등대섬으로 이어지는 이 트레킹 코스는 여섯 살짜리 어린아이도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길이야. 발이 즐거운 산책길 정도랄까?”
“망태봉 정상에 서니 사방으로 바다가 펼쳐져 정말 좋구나. 하지만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등대섬, 저 멀리 아득하고 생각보다 너무 조그맣게 보이는 걸?”
산으로 땔감을 구하러 가거나 밭으로 농사일을 나갈 때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다녔던 연대도 지겟길에는 또 어떤 비경이 숨어 있을까?
“선착장에서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로 향하는 400m 구간은 풍성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광을 품고 있어.” “정말 그렇구나. 어민들의 발자취가 생생히 느껴져.”
“잠깐! 이 연대마을 집집마다 걸린 문패 말이야. 뭔가 빼곡히 적혀 있어. 무슨 내용일까?”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가 많은 한산도에는 역사길이 나있다. 망산으로 향하는 길은 곰솔 천국이다. 소나무과 상록교목으로 가지를 우산처럼 드리운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서쪽을 봐봐. 한산대첩 기념비와 거북등대가 한눈에 들어오는구나!” “저 거북등대는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격파한 바로 이곳 한산도해역에 건립되어 있어 더욱 의미를 더하고 있어.”
“그런데, 저 등대가 세워진 모형거북선 용머리 말이야.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해돋이가 명품인 대매물도 해품길은 선착장을 출발해 섬을 한 바퀴 돈다. 이때 쓰시마섬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이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 가득 바다를 품으며 걸을 수 있어 해품길로 명명됐다는군. 바다를 벗 삼아 걷다 보면 수리바위 등 탄성을 자아내는 해안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이렇게 기상이 좋으면 이 섬에서 쓰시마섬이 보인다더니 바로 저기 보이는 섬인가?” “너무 가까이 있잖아. 저건 소매물도라고. 쓰시마섬을 볼 수 있는 장소는 따로 있어!”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을 따라 저마다 사연이 있는 6개 섬들을 모두 대면한 후, 통영이 낳은 서정시인 김춘수의 대표작 ‘꽃’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섬마다 특색과 사연을 담은 이 아기자기한 이름들은 누가 지은 걸까? 시인일까? 소설가?”
“아니, 의외로 평범한 분이시지.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계장님이셔. 명사이든 일반인이든 누가 이름을 지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다만 ‘그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이 섬들이 이제 어여쁜 꽃으로 피어났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총 100개 도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통영 앞바다 6개 섬을 잇는 바다백리길은 그야말로 한 줄에 꿰어 놓은 보석 같은 트레킹 코스입니다. 미륵도 달아길, 비진도 산호길, 연대도 지겟길, 한산도 역사길, 대매물도 해품길, 소매물도 등대길 등이 알알이 박혀있습니다. 백리길 섬 하나하나를 걷다 보면 비로소 알게 될까요? 지상 최고의 예술가는 자연이며, 세상에는 형용하기 어려운 수려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 꽃으로 다시 태어난 이곳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나만의 섬은 무엇이었나요?
시간이 정지된 철길 풍경
- 서울특별시 구로구 -
침목 사이에 깔린 자갈의 좁은 틈으로 잡초가 듬성듬성 자라 있습니다. 선로 너머에는 애기똥풀과 이름 모를 들꽃들이 심심찮게 몸을 흔듭니다. 기찻길은 놓여 있으나 열차는 거의 오가지 않는 이곳은 오류동의 항동철길. 부천 옥길동을 연결하는 이 선로는 군산 경암동 철길처럼 운동을 하거나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뿐입니다. 명소라기에는 아직 어색하지만 물어물어 찾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기차가 떠난 자리에 뭔가 남겨지기라도 한 걸까요? <트래블아이>의 오늘 미션은 ‘항동철길의 은밀한 아름다움을 찾아라!’ 입니다.
영화 실미도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과거 공군정보부대 자리를 지나면 오류동역이다. 이 일대는 서울에 속해 있지만 지역 특성상 조용한 시골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어, 여기도 서울인가?” “여기가 수궁동, 항동 같이 발전이 꽤 더딘 편이야.”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시골풍경이어서 그런지 특별한 명소로 보이지는 않는데?” “그래도 이 철길은 계절마다 물어물어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들꽃 흐드러진 철길을 따라 걷는 한 노인의 뒷모습이 애잔하다.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는 옛날과 현재가 공존하는 항동 철길을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방치된 듯한 녹슨 철 구조물로 만든 담벼락과 여유롭게 철길을 걷는 사람들, 항동 철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정취 아닐까?”
“맞아. 하지만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언젠가는 이 철길도 없어질 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아려와.”
지하철 오류동역에서 갈라진 항동 철길은 과거에는 화물차가 수시로 다녔다. 지금도 운송로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이 철길이 동부제강입구 교차로를 지나가고 있구나.” “원래 항동철길 이름은 오류동선이었지?”
“맞아. 1950년대 생산원료를 운반했다는데, 이제 더 다니는 열차는 없겠구나.” “봐! 차단기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아직 이 선로 위로 기차가 다니고 있나봐.”
개구쟁이들이 이따금 뛰어노는 놀이터 같은 교차로를 지나 아파트가 끝나는 곳까지 이어지는 철도는 낮은 언덕을 만난다. 이곳에 숨겨진 비밀의 화원이 있다는데.
“항동철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점이 바로 여기야.” “이 나무에 둘러싸인 단선 선로에 뭐가 있다는 거야?”
“저기 푸른수목원 보이니? 이 일대가 원래 전부 논, 밭 경작지였다지.” “궁금해서 못 참겠다. 빨리 가보자.”
푸른수목원에 들어서면 잔디광장 ‘푸른뜨락’과 그 뒤로 너른 항동저수지가 반긴다. 항동 저수지까지 2㎞ 구간을 천천히 걸어보자.
“여기 수목원을 거닐다 보니 특이한 이름의 정원이 나와!”
“어, 정말. 각종 허브식물이 가득한 ‘내음두루’, 돌을 중심으로 식물이 자라는 ‘돌티나라’, 무궁화가 한 아름 있는 ‘겨레울’, 사계절 푸른 나무가 심어진 ‘늘푸른누리’까지 정말 다양한 테마를 가진 정원이야. 몇 가지나 되는 걸까?”
테마 하나하나마다 독특한 이름의 정원들은 모두 외국어를 탈피한 순수 한국어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이 이름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데?
“향기원이나 암석원, 무궁화원, 침엽수원 등 간단하게 이름을 붙였으면 더 알기 쉬었을 텐데. 내음두루나 돌티나라 같이 써붙여 놓으니 도통 감을 잡기가 어려워. 설명문구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정원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연상되는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보다 쉬울 거야.”
정원의 이름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바로 정원 가득 피어 있는 꽃송이들. 잠시 멈춰 서서 그 향기를 맡아보면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진다는데?
“이렇게 활짝 핀 꽃을 본 지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화분에서 얌전히 자라는 꽃이나, 길거리 화단에 있는 꽃들은 아무래도 생생한 아름다움이 없단 말이지. 이 선명한 빛깔을 좀 봐!”
“맞아.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
수목원을 빠져나와 그냥 지나치기 못내 아쉬워 다시 철길로 들어선다. 작은 동산 사이를 가르는 구간에서 운이 좋다면 항동기찻길의 진짜 백미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가 기차를 타고 지날 때 빈번하게 등장하는 시골의 숲이로구나! 판자촌을 가로지르는 군산 경암동이나 상가 앞을 오가는 목포의 삼학로 못지않은 항동기찻길만의 매혹이지.”
“웃자란 나무들 아래 길을 따라 길게 뻗은 철도의 위용을 봐. 좌우로 허리 높이의 낮은 옹벽을 쌓았어. 그마저도 시간을 쌓아놓은 듯해.”
과거에는 화물열차가 수시로 다녔으나 지금은 군용 철길로 가끔 군용 화물열차만 지나다니는 4.5㎞의 항동철길은 주변 빌라들과 다소 언밸런스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라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이 바로 이 철길입니다. 이곳 철길 그 끝자락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바쁜 일상의 모음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철길 위에 서면 복잡한 시간들은 이내 멈춥니다.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마음의 여유를 예스런 항동철길 위에서 찾아보는 건 어떠세요?
도심 속 이색낭만을 찍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
월드컵대교를 지나다 만발한 꽃들이라도 발견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사진’입니다. ‘은은한 향기가 철따라 만발한 난지천에서 찍는 난초, 지초는 얼마나 생기 넘칠까?’ ‘널찍한 초지가 일품인 하늘공원의 조망을 담아보는 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들입니다. 시원한 주말 카메라 하나 챙겨들고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뛰어들어 보겠다 마음만 먹고 있었다면, 이제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도 바로 ‘월드컵공원 일대를 거닐며 나만의 한 컷을 담아라!’입니다.
꽃과 풀이 있는 곳에는 늘 벌과 나비, 메뚜기 같은 곤충이 있기 마련이다. 월드컵공원 내 난지천공원에서도 벌과 메뚜기를 만난다. 멀어지는 피사체는 어떻게 찍어야 좋을까?
“15mm 어안렌즈를 주로 마운트해서 갖고 다니고 있는데 한번 교체해봐야겠어. 새로운 시야를 확보하는 연습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거든.”
“초광각렌즈는 피사체가 멀어질수록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멀게 표현되지 않을까?” “이 메뚜기도 최단거리로 접근하지 않는 한 제대로 찍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필요할 테지.”
야생화가 피어 있다면 아마 개망초는 늘 볼 수 있는 녀석 중 하나다. 특히나 난지천에는 개망초가 아주 광활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또 다시 구도 물색에 들어간다.
“벌써 억새가 폼 잡을 때가 되어가나 봐.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은 길어지는데 햇살이 예쁜 봄과 하늘이 예쁜 가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구나. 왠지 아쉬운데?”
“그런 의미에서 이곳을 나만의 구도로 기념사진을 남겨봐야겠어. 그렇게 아쉬움이 나만의 익숙함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게 사진의 매력이고 장점 아닐까?”
이름부터 근사한 하늘공원은 억새밭 사이로 보이는 풍력발전기와 탁 트인 하늘이 백미.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이다. 하지만 공원으로 들어서기 전 수칙이 있다고!
“휴~ 291개나 되는 계단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멋부리려고 신은 워커가 이렇게 애물단지가 될 줄이야.”
“고가 카메라보다는 편안한 신발과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전문 지식보단 카메라 매뉴얼을 숙지하는 건 기본이야. 카메라와 친숙해지고 싶으면 꼭 편한 신발을 착용하도록 해.”
하늘공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작은 산책로 메타세쿼이아 길은 시원하게 쭉 뻗은 산책로의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 울창한 숲길이 매력적이다.
“옆에 달리는 아스팔트 도로와는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질 정도로 동화 같은 풍경이 이런 도시 한복판에 존재하고 있다니!”
“지금이면 초록빛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단순한 풍경사진부터 평소에 자주 찍던 인물사진까지 그 효과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거야.”
한강 위를 비추며 빌딩 사이로 숨어드는 해가 흐리게 깔린 구름 때문에 선명한 노을을 담을 수 없었지만 부드러운 빛이 주는 포근함은 왠지 멋지게 담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른 코스모스들은 이미 꽃잎이 시들고 연보랏빛 개미취와 은빛으로 흔들던 갈대가 꽃을 피워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정말 장관이야.”
“잠실대교 아래 어디쯤 탁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저 회색빛 빌딩이 남산타워인가? 저 빌딩 사이로 붉은 마침표를 찍고 지는 태양을 담아보자!”
평화의공원에서 징검다리는 누구나 사진을 찍는 곳. 대부분 피사체를 다리 위에 세워놓고 강 건너에서 사진을 찍는데 좋은 사진이 거의 없다. 뭐 획기적인 방법 없을까?
“몇 번 구도를 잡았는데 인물도 안 살고 배경도 허전한 사진들뿐이야.” “그럴 때는 과감하게 징검다리 앞에서 촬영해보는 거야. 봐봐. 사람 얼굴부터 확연히 드러나지? 때로는 배경을 일부분 포기하는 것도 사진을 살리는 방법이지.”
“정말이네. 호수를 포기한 대신 인물의 좋은 표정과 편안한 갈대숲을 얻었구나.”
월드컵공원은 볼 것이 많다. 드넓은 생태공원부터 미술관, 음악분수, 산책로 등등. 하지만 이중 사진 촬영명소로 각광받는 포토존은 따로 있다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갖가지 테마의 아름다운 촬영 명소들이 마치 내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는구나.”
“이제 곧 해가 질 텐데,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가을의 풍경 한 자락, 석양이 질 무렵 아닐까? 이제 곧 해가 질 텐데, 진짜 황금 컷을 잡으러 평화의공원 수변으로 나가보자!”
특유의 고즈넉함 못지않게 평화의공원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 또한 일품이다. 예쁜 야경사진을 촬영할 때도 노하우가 있다는데?
“곧 해가 질 거야. ‘매직아워(Magic Hour)’를 활용해봐!” “매직아워? 그게 뭐야?”
“해가 지는 시간을 기준으로 전후 약 30분간 매직아워를 하는데, 이 시간에 사진을 찍으면 빛의 산란현상으로 인해 하늘이 새파랗게 촬영되어 색감이 아주 좋지!”
‘난 어디를 가도 내 맘에 드는 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는 자신감, 이제 어느 정도 생기셨나요? 마음의 반영으로, 행복한 사진을 찍기 위해선 행복한 마음을, 사랑스러운 사진은 사랑스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사진은 찍는 사람이 표현하고 싶은 구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끔은 엎드리고, 때론 보조의자를 놓는 상상력과 과감함이 필요합니다. 기계가 만들어 주는 퍼포먼스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계가 아닌 감수성을 가진 사람만이 찍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은 만사 제쳐두고 월드컵공원 일대로 출사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축제 속에 녹아들다
- 대전광역시 대덕구 -
대전 대덕구에서는 매년 초여름 ‘금강로하스축제’가 열립니다. 대덕구뿐만이 아닌 대전의 대표 축제로도 불리는 금강 로하스 축제는 다른 지역 축제와는 테마의 차별성이 정확하게 두드러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차별성과 잘 조성된 자연 환경, 대덕구의 노력이 더해져 해를 거듭 할수록 많은 시민들이 금강 로하스 축제에 다녀오고 있습니다. 그저 보고, 즐기는 체험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축제인 금강 로하스 축제!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축제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라!’입니다.
로하스는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의 줄임말이다. 삶의 양식, 건강, 지속성 이라는 세 단어가 모여 어떤 의미를 만들어 냈을까?
“LOHAS라는 축제 이름이 참 예쁜 것 같아요. 행복한 삶, 건강을 바라는 대덕구의 마음도 그만큼이나 예쁘게 느껴지네요.”
“로하스 축제의 의미는 그것뿐만이 아니란다.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 생활방식의 변화를 주도하는 전국 유일의 축제라고 하는구나. 함께 축제를 즐겨볼까?”
로하스 축제가 열리는 대전 대덕구는 삶의 최고 가치를 행복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하는데, 그것이 바로 로하스축제가 열리는 이유일 것이다.
"로하스 축제를 찾아온 사람들은 대덕구의 대청호, 계족산을 보며 자연을 맘껏 즐기고 돌아갈 수 있겠어요."
"그럼, 축제 속에 빠져들기 전에 대덕구의 자연 경관에 먼저 빠져들게 되는 것도 로하스 축제의 매력이란다.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기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 아닐까?“
축제가 열리는 대청공원과 산호 빛 공원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다. 저마다 가족, 연인의 손을 잡고 선 그들의 휴식에 이 공원 전경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청호와 금강이 어우러진 대청공원의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요, 문화전시관 뒤쪽 산책로는 대청호 오백리길로 아시아 도시 경관상을 수상했다고 해요!"
"금강로하스 대청공원, 산호 빛 공원은 대덕구의 금강프로젝트에 의해 조성된 곳이란다. 대덕구에서 만들고자 했던 녹색생태학습도시에서 쉬어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금강 로하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로하스 해피로드 걷기 대회’는 매년 3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가해 활기찬 축제의 서막을 올린다.
"해피로드는 이틀에 걸쳐서 열린단다. 초여름 대청호희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하고 강바람에 시민들이 몸을 맞길 수 있는 좋은 체험 참여 프로그램이란다."
"이렇게 좋은 풍경 속을 걷다보니, 이미 조성되어있는 200리 로하스 길을 다 걸어도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다음엔 이 길을 걸으러 와야겠어요."
5개의 테마가 있는 로하스축제는 각각 테마의 차별성과 일관성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의 체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그 테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와,, 관광객들이 일괄적인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테마를 고르고 다양한 체험을 경험 할 수 있다니, 독특한 축제인 것 같아요."
“그래, 가족, 건강, 나눔, 친환경, 학습‘이라는 다섯 개 테마 속 세부행사들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로하스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이란다. 어떤 체험을 하고싶니?”
축제마다 그러하듯, 대표프로그램인 공연, 전시, 대회 등을 비롯해 체험, 이벤트 까지 모든 것이 갖추어진 로하스 축제! 어떤 것들이 새롭게 느껴질까?
"프로그램마다 테마가 있고, 각각의 것들마다 상세한 주제와 참여 방법, 효과 까지 잘 설명되어 있으니 쉽게 고르고 찾아갈 수 있겠지?"
"네,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체험을 할 수 있으니, 체험장도 그리 복잡하고 어지럽지 않고 잘 정리되어있는 것 같아요. 얼른 저 프로그램 체험하러 가요!"
축제 둘 째 날. 전국 최고의 마라톤 코스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참여한 마라톤 대회가 시작된다. 금강변의 해피로드에서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대청호마라톤대회에는 세 가지 슬로건이 있데요. 물사랑, 건강사랑, 사람사랑 이라고 하니 정말 의미 있는 마라톤대회인 것 같아요."
"건강을 위해 달리고, 물을 곁에 두고 있으면서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감동을 주는 마라톤 대회라고 하니, 미리 신청하고 꼭 참여해 보면 좋겠구나."
로하스 축제는 자연 그대로의 삶의 방식을 체험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특별한 이 축제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일까?
"로하스 축제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건강한 축제인 것 같아요. 로하스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정말 대단한 볼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볼거리뿐만이 아니란다. 모두가 참여하고 어울리며 함께 살아감의 의미를 더욱 되새기게 되는 축제로 발전하게 될 거란다!"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지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축제. 그것이 이루어내는 생활양식과 습관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족, 건강, 나눔, 친환경, 학습 이라는 다섯 개의 테마들이 만들고자 하는 행복의 기본 조건은 대전 대덕구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함께 더욱 큰 힘을 발휘할 것만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와 함께 이곳을 찾아, 또 어떤 체험을 함께 하고싶으신가요? 금강과 대청호의 눈을 뗄 수 없는 풍경 속에 녹아든 축제. 여러분도 함께 하는 것은 어떤가요?
무아의 세계로 가는 길
- 경상북도 의성군 -
혼잡한 세상을 피해 홀로 떠나보지 않으면 여행의 참 의미를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속이 꽉 찬 여행을 꿈꾸는 당신에게는 경북 의성의 고운사가 제격입니다. 길은 깊어지고, 한적함은 더해만 가는 그 끝에서 만난 산사는 당신에게 질문을 던질 겁니다. ‘너는 누구냐!’. 화엄일승법계도 숲을 들여다볼 때도 역시 숲은 물을 겁니다. ‘너는 누구냐!’고. 그러면서 ‘번뇌가 있다면 이곳에 다 내려놓아라’ 이르고 있습니다. 그곳에 ‘무아의 세계로 가는 길’이 있을까요?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 ‘고운사에서 참된 나를 만나라!’
구계리 마을을 지나 등운산(騰雲山)에서부터 고운사까지 한참을 오른다. 제법 가파르지만 솔향기에 심취해 가다 보니 일주문까지 금방이다.
“금강송으로 꽉 찬 이 산사 길은 그야말로 호젓하기 이를 데 없구나. 산에서 내려온 청량한 바람도 흘러내린 땀을 식혀주는군. 최치원 선생도 이 자리서 바람 한 점 안았을까?"
"{하긴, 의상 스님이 지은 사명 ‘고운사(高雲寺)’를 최치원 선생이 ‘고운사(孤雲寺)’로 바꿨을 정도이니 그가 이곳에서 보고 느낀 것이 무언지 알 만해. ‘고운(孤雲)’은 그의 호가 아닌가.”
좀 더 올라가면 대웅보전이 보인다. 곁문에 잠시 걸터앉아 있노라면 조용한 사찰이 보여주는 풍경에서 형언할 수 없는 경건함과 안도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돌담길로 올라서니 저 3층석탑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구나.” “어떤 귀인이 왔을까 생각하며 와 보니 우리 보살님이 계셨군요. 나무관세음보살~ ”
“안녕하세요! 스님, 저에게 ‘귀인’이나 ‘보살’이란 표현은 제게 좀 과합니다. 그래도 제가 독실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부처님을 떠올리며 가족의 건강을 빌곤 하죠.”
외로운 구름이 머문다는 절, 귀중한 보물과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사찰 고운사는 아담하지만 정성스레 소원을 올리면 부처님이 꼭 들어주실 것만 같다.
“부처님께 소원을 빌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지요? 어떤 소원을 비셨습니까?”
“제 앞날에 대한 이러저러한 걱정거리를 좀 늘어놓았을 뿐입니다. 제 복잡한 바람을 빌려면 반나절은 이곳에서 부처님과 대화를 해야 할 겁니다. 그래도 일화에 저승 가면 염라대왕이 ‘고운사에 다녀왔느냐’고 물어본다죠? 그래서 전 여기 온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과거 최치원은 여지(如智), 여사(如事)라는 두 스님과 함께 불사를 일으켰는데 지금도 유명한 전각 두 채가 있다. 그 하나는 가허루, 또 하나가 우화루다.
“고운사의 향훈에 젖었던 최치원은 마침내 자신의 멍에를 가뿐하게 털어버리고 허공의 마음을 알아차렸던 것일까요?”
“우화루의 뜻만 보더라도 ‘몸에 날개가 돋아서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된다’는 우화등선(羽化登仙)에서 따온 말이니 그는 멍에를 던져 버리고 그는 신선이 되고자 하지 않았을까요.”
우화루는 다실로 개방되어 있다. 이곳은 누가 따로 차를 내어주지 않는다. 차 한 잔 하고 싶은 사람이 차 우리고 마신 후 알아서 보시하면 그만이다.
“차 한 잔 하며 벽면 하나에 빼곡히 꽂아둔 불서를 이리저리 살펴봐도 좋고, 벗과 차 한 잔 해도 좋겠네요.”
“우화루로 들어오는 바람과 마주하며 한 잔 해도 누가 뭐라 말 안 한다. 차와 책, 그리고 우화루. 다 대중을 향한 부처님 뜻 아니겠습니까?”
‘함께 하는 세상’이란 ‘나와 너’가 공존공생 하는 조화로운 세상을 말함이니 부처님 뜻과 다름없다. 하지만 그 깨달음과 실천은 결코 쉽지 않은데?
“상대존엄이라는 전제 조건이 구현되었을 때 공생이 가능한데 이는 ‘무아’라는 빗장을 열지 못하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자아집착이라는 걸림돌 때문입니다. 타인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자아의 관점은 참으로 무서운 겁니다. 갈등만 일으키고 불만족에만 휩싸여 상생을 도모할 수 없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무아의 세계로 가는 길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지 않은가.
“구름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저 소나무 보세요. 좀 더 들여다보면 새도 있습니다. 소나무가 제 잘났다고 새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나뭇가지 하나 턱 하니 내어놓지 않습니까? 언제든 말입니다."
"새도 한 구절 노래로 답례하고 있지요. 저 소나무, 겨울이면 눈을 받아 주지요. 눈은 또 그 답례로 ‘설송’(雪松)‘이란 이름을 지어줍니다. 겨울의 숲입니다.”
소나무 속의 새 한 마리요, 새 속의 소나무 한 그루라! 그야말로 상즉상입(相卽相入)의 이치가 아닌가. 산책로에 화엄일승법계도 숲을 조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껴안고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이지도 않군요. 소나무는 새 보고 앉으라 한 적도 없고, 떠나라고 한 적도 없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저 그렇게 서로서로 공생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소나무는 소나무이고 새는 새이지 않습니까? 연기적 삶을 통한 조화로운 세계, 바로 화엄의 세계입니다!”
상생의 세계로 들어가려면 소나무처럼 자신을 고집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그렇게 ‘나’라는 존재에 대한 집착이 상생의 최대 걸림돌이란 걸, 결국 자신 들여다보아야 무아 체득도 가능하다는 걸 고운사는 알려줍니다. 무아의 세계를 안다는 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리 어려운 것만도 분명 아닙니다. 분명한 건, 고운사가 펼쳐내는 화엄이 ‘상생조화’의 세상을 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혼잡한 세상에서 잠시 나와 길을 걷고 싶다면 고운사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