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도장, 눈 도장을 찍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
이미 너무나도 유명해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만 같은 부산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입니다. 실제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곳은,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며 눈 도장, 발 도장을 찍고 갑니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벽화마을 중,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곳은 색다른 탐방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바로 ‘스탬프투어’인데요. 감천문화마을에는 8개의 스탬프 존이 있으니 어디 한 번 따라가 볼가요?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감천문화마을에 눈도장을 찍고 스탬프를 모두 찍어 돌아오라!’입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얼기설기 짜여진 모양의 바닥이 보인다. 마치 유럽의 길에 서 있는 듯 하다. 길마저도 독특한 예술이다.
“마을 입구에 알록달록한 새 모형들이 주르륵 앉아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어요. 아! 깜짝이야, 새의 모습이 너무 특이해요!”
“저기에 또 유명한 것이 있단다. 바지를 입고 있는 화분의 모습이 너무 웃기지 않니? 꼭 모델을 비유해 예술로 표현해 놓은 것 같구나.”
마을을 따라 걷다보니 물고기 모양의 그림들이 군데군데 붙어있다. 물고기들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안내해주는 이정표 이었나보다.
“마을 곳곳에 특이하게 꾸며진 것들이 많아요. 전문가의 손길이 닿았다기보다는 투박한 멋이 재미있어요.”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어내신 작품들이라고 하는구나. 말 그대로 투박하지만 멋진 작품들을 찾아낼 때 마다 기분이 새롭구나.”
마을 구석 하나하나를 모두 둘러보아도 비어있는 곳이 없다. 가득 들어찬 예술들을 마주하다보니 카메라를 든 손이 바쁠 정도로 찰칵찰칵 찍어댄다.
“마을 전체가 알록달록, 동화 속 세상에 온 것 같아요. 게다가 순박하게 생긴 강아지들이 이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니, 정말 정겹네요.”
“전체를 채워놓은 색뿐만 아니라 군데군데 그려진 아이들의 모습도 너무 귀엽지 않니? 서로 망을 보고, 낙서를 하는 모습들이 꼭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좋구나.”
누가 스탬프를 찍어줄 줄 알았다면 실망하게 될까? 벽에 매달린 도장에 파란 잉크를 찍어 꾹 하고 눌러본다. 지도에 하나 둘 채워져가는 스탬프에 괜히 뿌듯하다.
“벽에 붙어있는 낙서판도 하나의 예술 같아요. 정갈하게 붙여진 나무판 위에 장난기 가득한 사람들의 낙서가 잘 어울려요.”
“그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방법도 가지가지구나. 아, 이곳에 우리가 왔다고 발 도장을 찍고 갈까?”
‘미로미로 골목투어’라 쓰인 표지판을 따라 좁은 골목 계단길로 걷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미로 같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좁을 골목길과 많이 낡은 계단이 곳곳의 그림과 참 잘 어울려요. 벽화마을 이라 해서 꼭 화려한 그림이 그려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가잘 잘 표현한 곳인 것 같아요.”
“벽뿐만 아니라 계단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것 알고 있니? 다시금 되돌아 올라가면서 그 그림들을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
감천문화마을에서 제일 명물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감내어울터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주인아주머니와 제일 먼저 마주친다.
“목욕탕 건물이 멋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했네요. 이제는 이 정겨운 목욕탕에서 씻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말이에요.”
“웃음을 자아내는 아주머니와 할아버지 모형을 보고 나가지 않으면 아쉽단다. 게다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단다. 옥상으로 올라가자.”
사진을 세워놓은 줄 알았는데, 마을 전경을 일일이 그려놓은 판이었다. 사람의 형태로 그려 잘라 배경과 어우러진 모습에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 마을은 프로젝트 마을이란다. 그래서인지 산동네를 살리기 위해 신경 써서 그려낸 벽화와 조형물들이 가득한 것이란다.”
“그런데 아쉽게도 빈집이 많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아쉬울 것도 없이 빈집만을 둘러보는 코스도 있다고 하던데, 왜 그런 것일 까요?”
용두산이 한 눈에 보이는 곳, 그리고 멀리에서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 듯한 부산항 까지 볼 수 있다. 이 전망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드디어 스탬프 코스의 마지막이네요. 이곳에서 마지막 스탬프를 찍으면 드디어 완성이에요!”
“주민이 거주하던 방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서, 이 곳 여행을 마무리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란다.”
부산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의 스탬프투어는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스탬프를 모두 받아 마지막 하늘마루에 이르면, 기념이 될 만한 것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놓치지 않고 돌아보아야겠죠? 아픈 시대를 배경으로 추억이 켜켜이 쌓여 생겨난 마을이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그 상처를 행복한 삶으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 노력은 실망하지 않을 만큼 화려하고 정다운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들의 생활을 위해 오후 6시 이후에는 개방하지 않는다고 하니, 얼른 들렸다가 오자 구요!
그곳에 가기까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
복잡한 생각이 들 때 바람이나 좀 쐴 요량으로 밖으로 나서면, 어느 새 마음이 차분해 지곤 합니다. 요즈음에는 도시마다 걷기 좋은 길들을 많이 조성해 놓아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했지요. 이 걷기 문화의 시발점, 올레 길. 올레길이 처음 탄생한 곳이 제주도라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계 7대 자연 경관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섬인 제주도에서 호젓이 걷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를 것입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올레길을 따라 성산 일출봉을 찾아가라!’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다운 곳이 바로 서귀포 시. 21개의 올레길 중 어느 길을 걸을지가 벌써 고민일 것 같은데?
“나는 항상 제주도에 와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을까 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아. 이렇게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그 동안 안보였던 것이 많이 보이는데?”
“일단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이 포함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지? 성산일출봉이 포함 된 올레길은 바로 제 1코스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올레 제 1코스 안내 센터에서 올레패스에 스탬프를 찍는 것. 올레패스에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올레길을 걷는 법, 함께 배워 볼까?
“올레길을 걷는 법은 아주 쉬워. 파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올레길의 진행 방향, 주황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올레길의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는 거야.”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나지막한 언덕과 돌담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소담스런 꽃들과 작은 풀벌레, 그리고 따뜻한 날씨까지! 시작이 좋은데?”
올레길을 걷다 보면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에 칠해진 커다란 파란 화살표, 그리고 귀여운 간세들, 그리고…
“잠깐, 간세가 뭐야? 큰 길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골목이란 뜻의 올레처럼 제주어인가?”
“거의 맞췄어. 간세는 올레길의 상징인 조랑말의 이름이야. ‘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라는 뜻의 제주어, 간세다리에서 따 온 말이지. 아, 들판에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이 있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올레길을 따라 걸었다는 뜻이겠지? 화살표만큼이나 정확하겠는 걸?”
제주도의 특징 중 하나는 작은 오름이 많다는 것. 올레길은 말미오름과 알오름을 지나는데, 알오름 위에서는 우도와 성산 일출봉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고 한다.
“알오름이라는 이름은 ‘알처럼 작다’는 뜻이라고 해. 정감 있는 우리말이 정말 귀여워. 알오름을 알리는 표지판을 매단 간세까지! 아기자기한 짜임새가 아름답지 않니?”
“우리는 알 위에 올라와 있는 셈이로구나. 저쪽을 좀 봐. 저게 바로 우도, 그리고 저쪽에 보이는 것이 성산 일출봉이야. 전망이 아주 훤한데?”
알오름에서 종달리 쪽으로 들어서도 성산 일출봉의 모습은 계속 보인다. 가만, 그 유명한 성산 일출봉에 대해 한 마디도 않는 것은 실례가 아닐까?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우리의 목적인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데도 넋을 놓고 있었어!”
“하하, 그러게 말이야. 걷는 것, 느림의 미학이 바로 이런 것일까?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으로도 지정된 오천 살짜리 수성화산! 그 모습과 우리 앞의 들꽃 하나가 똑같이 아름다워 보이니 말이야. 걷다 보니 많은 것이 보이는 것 같아.”
종달리 옛 소금밭을 지나면 해안 도로를 따라 쭉 걷게 된다. 1구간의 매력은 바로 시흥 해안 도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는데?
“와, 저 맑은 물을 좀 봐! 당장 뛰어들어 발을 담그고 싶을 정도야. 이미 걷다 말고 바다로 뛰어 들어간 사람들도 몇 보이는데? 모래사장의 노란 빛깔에서부터 먼 바다의 검푸른 빛깔까지 이어지는 빛깔이 정말 고와.”
“이끼가 낀 작은 바위들이 널려있는 곳도 있어. 마치 작은 섬들 같지 않니?”
오조리로 들어서면 성산 일출봉이 한층 더 가까이 보인다. 평지 위에 우뚝 솟아 오른 대자연의 신비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 정도다.
“바다도 아름답지만, 성산 일출봉에 가까이 갈수록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이렇게 천천히 걸어서 가니 점점 두근거림이 더해지는 것 같아.”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성산 일출봉의 지형도 조금씩 선명하게 보이고 있어. 마치 하늘을 향해 땅의 일부분이 날아오른 흔적 같지 않니? 어떻게 저런 모양을 할 수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숨결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성산갑문과 성산항을 차례로 지나다 보면 난데없는 서귀포의 선물에 함박웃음이 터질 것!
“하하, 왜 굳이 수마포 방향으로 돌아가야 하나 했더니, 이거 한 방 먹은 기분인 걸?”
“사방이 온통 노랗게 물들었어.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제주도의 유채 꽃밭이구나! 마치 영화 촬영 현장에 온 것 같은 걸? 저쪽에는 말 한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잖아!” “마치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 성산 일출봉이 코앞에 있어!”
올레길을 따라 성산 일출봉 앞에 섰다면, 잠시 바다와 성산 일출봉이 자아내는 명경을 보며 숨을 고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때 보이는 바다의 별명은 바로 ‘시의 바다’. 이 풍경을 보면 누구든 시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뜻의 별명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지치지 않는 풍경들의 향연에 머리가 아찔해 질 지경입니다. 갯무와 억새마저 걷는 이를 반기니, 이곳에 이르렀을 때의 쾌감을 말로 설명하기란 정말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 올해, 성산 일출봉에서 맞는 해돋이로 마음을 채워보는 것은 어떠세요?
역사를 산책하는 공주 여행
- 충청남도 공주시 -
고마나루는 공주를 말합니다. 고마나루명승길은 공주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공간입니다. 무령왕릉이 있는 고분군을 걸으며 웅진백제시대로 거슬러 갔다가도 연미산 정산에서는 공주의 도심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과거든 현재든 공주 산천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해서 이름도 명승길입니다. 그렇게 고마나루에서 시작해 공주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23km에 걸친 이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백제시대로 접어듭니다. ‘고대 역사를 더듬어 가는 시간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라!’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백제시절 서해에서 올라온 배나 금강 상류를 오가던 배가 드나들던 넓은 나루터 고마나루다. 강변으로 내려가면 곰 가족이 살던 연미산이 나온다.
“돌로 깎은 작은 곰 상을 모신 사당 주변으로 키 큰 소나무들이 우거져 보기 좋구나. 솔숲 사이사이 현대 작가들이 만든 곰 가족상도 있다지?” “웅진단? 여긴 뭐죠?”
“백제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국가가 주관하여 금강에 수신제를 지내던 터란다.”
생김새가 제비꼬리를 닮았다 하여 유래한 이름 연미산. 이곳에서 고마나루명승길의 전체 코스는 물론 공주의 도심이 한눈에 조망된다.
“저 금강을 좀 봐라. 서쪽으로 흐르다가 연미산에 부딪혀 남서쪽으로 급히 휘어 돌아가는 모습이 참 장관이지? 금강 건너편에서 공주의 구도심과 신도심을 한눈에 보이는구나!”
“주변으로는 소나무들이 시원하게 뻗어 있어 참 좋아요. 저 소나무숲 사이로 가다보면 현대 작가들이 만든 곰 가족 조각상도 나온다고 쓰여 있어요!”
고마나루에서 1~2km만 걸어가면 웅진시대로 데려가 줄 송산리 고분군이 나온다. 짧은 거리지만 중간중간 산길에, 내내 오르막이라 시간은 충분히 생각하고 걷는 게 좋다.
“삼국시대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의 밝혀진 무령왕릉을 비롯해 고분 7기가 모여 있어. 발굴과 함께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유물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왔지.”
“무령왕 외에는 다른 왕의 무덤은 확인되지 않고 있네요. 삼국을 호령한 신라의 도읍 경주에도 없던 왕릉이 여기에는 있다는 사실도 놀라워요!”
전국의 약재상들이 몰려들었던 산성시장을 통과하면 길은 다시 백제의 왕성 공산성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웅진과 공주, 백제시대와 현대를 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538년 성왕이 사비로 옮길 때까지 64년간 5대에 걸친 백제왕들이 공산성 안 왕궁에서 거주했을 거야. 당시에는 웅진성이라 했지. 산세를 따라서 작은 성을 쌓고 강을 해자로 삼아, 지역은 좁지만 형세는 참 견고하지?”
“네.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주 출입문이 바로 서문에 해당하는 금서루로군요!”
공산성은 웅진 백제의 64년간 왕성이었던 곳. 성벽은 2.6km로 한 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이 공산성 안에서 백제를 비롯해 통일신라, 조선시대의 유적들까지 전부 만나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금강변 야산의 계곡을 둘러싼 이 산성은 원래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지. 조선시대에 석성으로 고친 거야. 아마 지금의 이 산성 자리보다 왕성의 적임지는 또 없었을걸.”
공북루 위쪽 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금강과 공주 시내 전망이 시원하다. 해가 지고 조명이 들어오면 이곳에서 공산성의 밤 풍광을 보는 것도 좋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겨움이 느껴지는 공주 야경과 금강 위에 걸린 철교, 성벽을 비추는 조명이 시원한 밤공기와 어울려 기분이 좋구나.”
“저는 하루가 너무 짧아 많이 아쉬워요. 금서루에서 웅진수문병교대식을 보고 나니 백제 의상 입어보기, 활쏘기, 백제 왕관 만들기, 백제 탈 그리기 등 체험도 모두 해보고 싶었어요.”
송산리고분군 입구 공예품전시관과 관광객 쉼터에서 밤으로 만든 과자, 알밤막걸리 등 주전부리로 적당한 지역특산물을 판매한다. 특히 이곳 웅진백제역사관도 들러볼 것.
“공주한옥마을에서 하룻밤 묵고 가요! 아직 국립공주박물관과 동학사 입구의 계룡산자연사박물관도 가보지 못했잖아요. 동학사는 올라가는 길에 절로 삼림욕이 된대요, 네?”
“정말 그럴까? 나는 공주한옥마을이 왠지 끌리네! 한옥 고유의 멋을 간직하면서도 내부 시설은 편리하게 갖춰놓아 다녀온 사람마다 칭찬이 자자하더구나.”
공주는 북쪽으로는 천안시와 아산시, 동쪽으로는 대전시가 인접해 있고, 서쪽으로는 청양군과 부여군이 잇닿아 있어 어디로 가든 부담스럽지 않은 위치입니다. 하지만 고마나루명승길은 평지로 난 길이지만 볼거리가 넘쳐 조금 빠른 걸음으로 둘러봐야 하기에 다소 압박감도 있을 겁니다. 특히 고대 성곽인 공산성은 유적도 많지만 금강을 굽어보는 풍광 또한 호쾌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공산성을 나와서도 다양한 박물관 등이 명승길을 따라 이어지고 있으니 하루 더 묵고 가지 않을 수 없겠죠?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을 걷다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
오늘날 동대문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지역입니다. 과거 동대문구 청계천변에 개장한 평화시장은 아직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신흥 패션타운도 여러 군데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평화시장을 가로지르는 청계천 일대는 언제나 관광객과 차량으로 붐빕니다. 하지만 이처럼 붐비는 동대문구에도 호젓한 ‘히든 플레이스’가 있답니다. 차들이 가득한 도로 옆길에서 벗어나 조용한 명소를 걷다보면, 교외로 나온 듯 차분해지기까지 합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바로 ‘동대문의 숨은 명소를 걸으며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을 느껴라!’입니다.
동대문 회기로는 서울시가 선정한 ‘도심 속 걷기 좋은 길’ 중 하나다. 회기로는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서 서울 성북구에 이르는 총연장 1.75km의 길이다.
“이 청사초롱 좀 봐. 정말 단아하지 않니?”
“그런 것 같아. 참, 우리가 걷고 있는 회기로가 서울시에서 선정한 걷기 좋은 서울 도심길 중 한 곳이래. 청사초롱을 보며 은행나무 아래를 걷는 것만으로 운치있는 것 같아.”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부근 청량사는 천장산 남쪽 기슭의 비구니 도량이다. 예부터 4대 비구니 도량으로 유명한 이곳에 어떻게 애국지사들이 자주 드나들게 됐을까?
“청량리에는 청량리역만 있는 줄 알았는데, ‘청량사’라는 절이 있는 줄 몰랐어.”
“청량사는 신라 시대에 지어진 절이래. 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한용운 선생이 이곳에 자주 머물렀다고 하니 괜히 숙연해지는 것 같지 않니?”
애초에 종묘에 건립하려다 우여곡절 끝에 이곳에 세워진 세종대왕기념관은 조금 낯설지만 역시 들러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어떤 볼거리들이 있을까?
“세종대왕과 관련한 건축물은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 전부인 줄 알았어.”
“그렇지? 하지만 찾아보면 이곳처럼 세종대왕에 관해 알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여러 곳 있어. 특히 이곳 세종대왕기념관은 세종대왕이 남긴 업적을 한눈에 모아볼 수 있는 곳이야.”
세종대왕은 현대에도 존경받는 최고의 임금으로 꼽힌다. 여기엔 그의 수많은 업적이 따르고 있기 때문. 아직 세종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 기념관을 두루 둘러보자.
“일월오봉도, 물시계 등, 고궁박물관에서 본 것들이 실제 시야에 들어오니 무척 반갑고 또 뿌듯해!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꿰뚫을 수 있겠어.”
“정말 그래. 저기를 조 봐. 와~ 우리의 옛 멋을 잘 살린 전통혼례가 치러지고 있어. 단지 체험이나 관람 수준인가? 실제 혼례를 올리는 것도 같지?”
홍릉수목원은 임업 연구원 부속 수목원이다. 일반인은 주말에만 관람할 수 있으며, 평상시에는 연구의 터전이기도 하다. 침엽수부터 활엽수까지 다양한 수종이 자생하고 있다.
“여기를 처음 온 사람이면 누구나 ‘서울에도 이런 숲이 있구나 하고 놀란다고 해. 목본 1,220여종, 초본 810여종이나 되니까. 나도 이곳을 두 번째 찾았을 때 비로소 나무마다 붙어 있는 이름표가 눈에 들어왔지.”
“연구동 뒤로 와봐. 숲이 제법 울창해. 여기 얼레지·복수초·곰취 등 야생화도 잔뜩 있어.”
13만평 중 3만평을 개방하고 있는 이 수목원의 꽃길을 걸어가면 침엽수원, 활엽수원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 식물들, 비교적 볼 수 있는 방법이 쉽다는데?
“침엽수끼리 활엽수끼리 종별로 묶고 또 비슷한 나무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네.”
“나무 이름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출신지명도 보이는구나. 제3활엽수림의 팽나무는 월악산, 단풍나무는 점봉산에서 가져왔어. 사람주나무는 안면도, 비자나무는 제주도…. 수목원의 풀과 나무들, 이제 보니 전국 각지에서 하나둘 모은 거로구나!”
홍릉수목원은 1922년 명성왕후의 능이 있던 홍릉 지역에 임업시험장을 설립하면서 조성된 한국 최초의 수목원이다.
“오리나무 물갬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이 수목원 전체 숲을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고, 국내 자생수목인 잣나무, 전나무 등을 소나무 숲 아래에 식재하여 복층림 구조를 이루고 있어.”
“마치 깊은 산 중의 숲길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들지?” “여기서 명성황후 능지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청계천은 평화시장이 있는 동대문을 가로지른다. 과거 이곳에는 영세 상인들과 서울의 빈민들이 거주하는 쪽방촌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헐리고 녹지대로 거듭났다.
“조용한 강물이 흐르고 가게들이 즐비한 이곳에 정말 쪽방촌이 있었을까?”
“그렇다고 해. 이곳은 과거 노동운동이 활발히 일어난 곳이기도 하지. 하지만 지금 이곳은 유유히 흐르는 청계천과 그 옆으로 난 산책길로 더없이 평화롭기만 한 것 같아.”
서울 도심은 붐비고 시끄러운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가을이어서 햇살은 더없이 따사롭고, 때때로 부는 바람은 알싸해 걷기 좋았습니다. 풍물시장 근처에서 출발해 걷는 동안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청계천은 복개와 복원을 거듭하고, 혼잡하던 평화시장 일대는 걷기 좋은 산책길로 바뀌었다는 사실, 그리고 독립운동가의 발길이 닿은 사찰이 아직 거기 있다는 사실은 <트래블아이>의 고개를 왠지 끄덕이게 했습니다. 지금 바로 걷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동대문으로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여유로움을 오르내리다
- 대구광역시 남구 -
‘앞산’. 어쩐지 뒷산, 옆산도 있을 것 같은 독특한 이름입니다. 가벼운 이름만큼이나 대구의 가벼운 등산코스로 이름이 난 앞산은, 초록빛 가득한 산의 전경과 빼곡히 들어선 빌딩들의 경계선이 독특한 곳입니다. 오르는 방법도 여러 가지, 구경 할 거리도 여러 가지인 앞산은 인공시설물이 대부분 철거가 되어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도심에 맞닿아 있지만, 자연과 그 속에 담긴 역사를 모두 이어오고 있는 앞산! <트래블아이>의 오늘 미션은 ‘도심 속에서 아름다운 여유를 찾아라!’ 입니다.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달려가면, 어느새 산의 풀 냄새가 풍겨온다. 종점이라지만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앞산자락길’이 시작된다. 도시 옆 산길은 어떤 모습일까?
“버스를 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높은 건물이 없네요. 그래서 그런지 산이 더 높아 보이고 공기도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래, 항상 앞산공원 주차장으로 갔었는데, 이렇게 앞산 자락길로 가는 방법을 택하니, 자동차도 없이 편하게 산에 올 수 있구나. 이제 슬슬 올라가볼까?”
충혼탑을 지나 들어선 앞산 자락길. 가파르게 시작하지만 어느새 도보하기 좋은 길로 느껴진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걷는 여유를 느껴볼까?
“분명히 산을 걷고 있는데, 등산을 하는 기분이 들지가 않아요. 산이 높지 않을 걸까요?”
“아니란다. 앞산 자락길은 산 아래의 앞산순환도로와 일정높이의 이격겨리를 두고 산자락의 등고선을 따라서 조성되었어. 기존에 있던 산책로와 오솔길이 연결되어 조성되었기 때문에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단다.”
앞산 자락길을 느긋하게 오르다보면, 어느새 꽤 낡은 건물이 나온다. 친구도 없이 혼자 서있는 케이블카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까?
“19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야. 많이 낡았지? 처음 지어진 이후로 유지, 보수만 이어오고 있는 케이블카는 이제 앞산의 명물이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 있으니,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구나.”
”예전에는 놀이공원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때는 사람도 많았겠죠? 지금은 등산객들만 있는 고요한 기분이 꼭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케이블카가 서서히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산의 경계를 둘러싼 앞산순환도로와 대구의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시에 있는 것도, 자연에 있는 것도 아닌듯하다.
“와, 정말 전망이 좋아요! 이 경치 때문에 다들 앞산에 오르나봐요!”
“그래, 맑은 날은 대구의 시내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단다. 바쁜 도심이지만 적막하게 보이는구나. 우리만 도심에서 떨어져 나온 기분이 색다르게 느껴지지 않니?”
전망대의 조형물까지 가는 길은 시원한 계곡 물줄기가 벗이 되어준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에 동화되는 기분을 직접 느껴보자.
“해가 지면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정신없이 흘러가는 저기 저 여유 없는 도시도 아름답게 보일 정도예요!”
”유유히 흘러가는 이 계곡물을 봐. 자연은 이토록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내어주고 있잖니.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느끼기 위해 이 산에 오르는 것 아닐까?“
이제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정상에서부터 걸어 내려가려는 길은 또 어떤 정취를 선사할까?
“내려가는 길은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해가 진 뒤에도 위험하지 않게 내려갈 수 있단다. 해가 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인데, 야경을 보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위해 앞산은 안전하게 조성되어 있지.”
산을 내려오니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 바로 ‘안지랑 곱창골목’이다. 선선한 날씨 덕분인지, 야외에 테이블을 놓고 한껏 즐거운 외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산을 내려와서 곱창이라니, 참 독특한 조합이네요. 우리도 여기서 곱창 먹고 가요!”
“대구에서 워낙 유명한 곱창 골목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참 많구나. 등산을 한 사람들도 많이 찾지만, 그저 외식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단다.”
대구 남구에 위치한 앞산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심에 대한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대구의 명물은 이렇게 어울림의 의미를 담고 있을까?
“앞산이라고 해서 가벼운 언덕 정도로만 생각하고 왔는데, 정말 좋은 산인 것 같아요. 여기저기에 비와 탑 등이 세워져 있던데, 다음엔 역사 공부하러 와야겠어요!”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다음엔 앞산 자락길의 다른 방향을 따라 올라가 보자꾸나. 자연도 즐기고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단다. 볼 수 있는 것도, 배울 것도 더 많은 곳이 바로 이 곳 앞산이란다.”
등산이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싹 날려주는 앞산. 산의 시원한 냄새를 맡고 천천히 걸어올라 가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에 다다라 우리의 삶을 내다볼 수 있게 해줍니다. 갑갑하기만 했던 도시가 넓게 펼쳐져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다가올 때, 우리는 삶의 아름다움과 여유가 늘 우리 곁에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가까이에 위치한 고즈넉한 산에서, 내 삶의 아름다움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앞산! 이번 주말 뒷산, 옆산 말고 앞산에 가서 가벼운 산책은 어떠세요?
맛있게 익어가는 순창의 힘
- 전라북도 순창군 -
해외여행을 떠날 때 필수용품이 되어버린 것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고추장입니다. 몇날 며칠을 느끼한 음식들과 사투를 벌이다보면 절로 고추장 생각이 그리워지기 마련입니다. 고추장에 밥 한 공기 쓱쓱 비벼먹으면서 향수를 달래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입맛을 잃었을 때 비장의 카드로 매콤한 고추장 음식들을 맛보면 금세 활력이 생기며 달아난 입맛도 되찾아 오는 신통방통한 것이 바로 한국인의 맛, 고추장입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 미션은 ‘순창에서 한국인의 맛을 보고 돌아오라’입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이 없는 한식(韓食)은 생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입맛을 길들이고 정서를 만들어 온 한국인의 맛은 지금쯤 맛있게 무르익어 간다.
“여행은 어땠어? 즐거웠어?”
“즐거웠지. 딱 하나만 빼고.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혼났다니까. 고추장이 얼마나 그립던지 한인 식당에서 고추장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니까! 역시 한국 사람이라면 고추장이지!”
순창하면 고추장을 빼놓을 수 없다. 붉지만 탁하지 않은 맑은 빛깔의 순창 고추장이 그 명성을 얻게 된 시기는 언제부터 일까?
“그래서 한국 오지마자 순창으로 달려온 거야? 너도 참 너다. 그런데 언제부터 순창하면 고추장이 떠오른 걸까?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그건 순창장류박물관에 가면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 아마도 기후와 정성이 맞물려 효모균이 제대로 번식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순창 고추장이 특별한 이유는 질 좋은 재료와 발효기간의 정성 그리고 삽시간에 따라 잡을 수 없는 경험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난 정성과 경험에 한 표를 던질래. 아무리 좋은 재료라고 해도 발효하는 과정에서의 정성과 전통을 받들어 온 노력이 없었다면 최고의 맛을 내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 "
"지금까지 최고의 맛을 이어나가며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온 고추장 장인들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순창 고추장은 시지 않고 적절히 달다. 매운맛에 감도는 단맛은 음식의 감칠맛을 돋우어주고 입맛을 당기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순창에서는 8~9월에 고추장용 메주를 따로 띄워서 신맛보다는 단맛을 낸다고 들었어. 그 래야 장의 단맛을 내는 곰팡이가 많이 피어나기 때문이라고. 자식, 이 정도는 알고 와야 되는 거 아니냐?”
“한 가지를 빼먹었는걸? 섬진강 상류 깨끗한 물로 담갔기 때문에 더 좋은 거라고.”
한식에서 고추장은 단순히 종지 그릇에 담겨 나오는 자투리 장이 아니다. 맛의 화룡점정을 찍는 고유한 우리 문화이다.
“고추장마을에 왔으니 고추장 맛을 봐야 하지 않겠어? 고추장 요리를 떠올려보면 비빔밥, 고추장 불고기, 고추장찌개, 매운 불닭 등등 너무 많아서 다 떠올리기가 힘들어.”
“난 여기에서 특별하게 맛 볼 수 있는 참외장아찌랑 매실 장아찌를 먹어볼래. 음, 짜지 않고 달콤한데?”
메주를 띄우고 장을 담글 때면 익숙한 시골냄새가 풍겨온다. 정겨운 그 냄새에 마을 어귀에서부터 마음이 푸근해진다.
“으악, 이게 무슨 냄새야? 뭔가 진하면서 깊은 이 시골냄새의 정체는 뭐지?”
“장을 띄우고 만들면서 나는 온갖 장류 냄새야. 이런 냄새는 아마 장이 제대로 익어가고 있다는 거 아닐까? 나는 향기롭기만 한데?” “그래? 다시 한 번 맡아볼까? 그래도 난 좀 고약한데.”
순창고추장의 맛은 대대로 이어지는 장인들의 솜씨가 묻어있기에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고추장만을 생각하고 지나온 세월이 장독에 담긴 고추장만큼 깊고 진하다.
“저기 좀 봐봐. 저기 장독대에서 장맛 보시는 분말이야. 고운 한복차림에 머리도 정갈하게 쪽을 지시고 장독대 사이에 계시니까 무슨 다큐멘터리 보는 것 같지 않니?”
“그러네. 저분 손에서는 왠지 매운 고추장 냄새가 날 것 같아. 그만큼 고추장과 함께 지나온 세월이 깊다고 하겠지?”
마을의 사람들은 대부분 길게 늘어선 장독들을 제일의 보물로 여긴다. 그곳에 담겨있는 것이 비단 고추장뿐일까. 지난날의 청춘과 세월이 묻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순창 고추장마을 사람들에게 가장 큰 보물은 무엇일까?” “아마 저 장독들이 아닐까? 하나하나 자식처럼 생각하시겠지. 줄지어 늘어선 장독대만 보아도 절로 배가 부르시다고 하셨잖아.”
“맞아. 이 장독들은 고추장마을 사람들의 보물이자 한국인의 보물이기도 하지.”
가을 무렵이면 순창에는 김장을 위한 빨간 고추를 늘어놓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또한 집집마다 줄지어있는 장독과 처마 밑에 매달린 메주는 짙은 장 냄새를 풍기며 상투적인 시골 풍경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코를 질끈 틀어막지만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지는 냄새는 절로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듭니다. 고추장마을의 가을은 맛있게 익어갑니다. 음식에 감칠맛을 더해주고 없으면 허전한 고추장으로의 여행을 원한다면 순창으로의 여행을 서두르세요!
눈물로 얼룩진 곳에 평화가 깃들길
- 강원도 고성군 -
총성이 멎은 자리에는 여전히 회색빛 얼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눈물로도 씻을 수 없는 통한의 아픔이 가슴 한편을 저릿하게 만들고 단단히 못 박힌 마음들은 굵은 쇳덩이로 서로를 겨냥하기에 바빴습니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요즘, 6.25 그 시련의 역사 속에 신음하던 지난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부르짖던 마음을 생각하며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오늘의 미션‘안보관광 속에서 평화의 씨앗심기’
동족상잔의 가슴 아픈 비극이 서린 이곳. 여전히 삼엄한 경계와 안보교육을 통해 냉전중임을 실감할 수 있다.
“총성은 멎었지만 아직도 경계가 삼엄하네요. 그래도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안보에 관심을 갖는다는 하나의 증거겠지요?”
“그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안보교육을 통해 전쟁에 대한 현실과 나라 안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단다.”
6.25전쟁체험관, DMZ박물관, 통일전망대 등은 유일한 분단국가의 현실을 보여주고 전쟁 발발 전후의 모습을 극명하게 제시한다. 그곳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렸을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도 부르고 통일이라는 주제로 글짓기도 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런지 이곳이 우리나라 사람에겐 참 남다른 공간인 것 같아요.”
“그래 맞아. 휴전선을 사이로 남북이 갈라져 있는 분단의 아픔과 전쟁이 남긴 상처와 비극을 좀 더 자세하고 깊게 느낄 수 있단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이산가족 발생,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 불구가 된 가장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단지 사진으로만 보는 것인데도 당시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전쟁은 어린아이부터 청년들까지 빗겨가지 않고 참혹함을 가져다주었어. 기념관에 들어서면 당시 군 생활과 민통선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인형으로 재현한 모습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단다.”
서로가 마주보고 환하게 웃는 그날을 바라본다. 서로에게 겨누었던 가시 박힌 마음은 이제 거두고 그곳을 서로의 손으로 어루만져 볼 날을 바라고 또 바라본다.
“나무에 종이로 된 나뭇잎들이 많이 달려있어요. 자세히 보니 무슨 문구가 적혀있네요."
"이건 평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키우는 나무란다. 각자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한 글자 정성스레 적어놓은 거지. 문구는 달라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거란다. 여기에 평화의 씨앗을 심어보렴."
날이 좋으면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땅을 자세히 바라볼 수 있다.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고향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산봉우리 사이사이마다 새겨져있다.
“뭐가 보이니? 저기 산봉우리 하나만 넘어가면 바로 북한군 초소가 보인다는 구나. 북한 사람들이 보이니?”
“북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고향땅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위안을 가지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요.”
북한 주민들의 생활용품이 전시되어있다. 우리와 별 다를 것이 없는 생활용품을 전시관으로 바라보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룡성콜라, 개성소주 등 북한물품들을 직접 보니까 신기해요! 그러고 보면 북한 사람들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나봐요. 전 북한사람들이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졌었거든요.”
“그럼, 다르지 않고말고.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이 바로 평화의 씨앗의 한 단계 자라나는 결과가 아닐까?”
어릴 적 감자 고구마를 캐며 실개천에서 멱을 감던 그곳, 정지용의 시에서처럼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자신이 살던 고향 땅을 눈앞에 두고도 밟지 못하며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주먹으로 내리쳤을 이산가족들을 생각하면 통일이 절실한 것 같아요.”
“그렇지? 그 무엇보다도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구나. 한 할아버지께선 죽기 전에 고향땅 한 번 밟아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며 눈물을 훔치시더구나.”
고성이야말로 분단의 아픔이 가장 크게 서려있는 곳이라 하겠다. 남북이 갈라진 것 도 모자라 도까지 갈려 분단군으로 불리고 있으니 말이다.
“고성과 분단은 참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단어란다. 그래서 더욱 평화와 통일을 희망하는 곳이기도 하지.”
“회색빛으로 물든 이곳도 많은 사람들의 평화의 씨앗으로 점점 밝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군 생활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쟁과 휴전은 우리와 동떨어진 먼 이야기가 아닌 현실임을 자각해야 할 때이지요. 정전 60주년을 맞이한 올해. 모두 나라의 안보와 평화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트래블아이>가 제안한‘안보관광 속에서 평화의 씨앗심기’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여러분의 마음과 함께 하면서 말입니다.
건강을 파는 시장
- 충청남도 서산시 -
비릿한 바다내음이 진동하는 충남 서산시 동부시장은 언제나 북적입니다. 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 서산동부시장에 뭘 사러 오는 걸까 궁금증이 폭발한다면, 장내를 한 바퀴만 둘러보면 궁금증도 이내 가십니다. 동부시장에 온 사람들은 서해안의 신선하고 다양한 농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믿고 구입할 수 있는 맛에, 이와 더불어 서민들의 삶과 넉넉한 서산 인심과 같은 독특한 재래시장의 정취를 보려 들릅니다. 그럼에도 뭔가 여운이 남는다면 싱싱한 서산의 맛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 정답 아닐까요?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이죠!’
상설시장이라 장날인 2일, 7일을 포함해 365일 내내 많은 인파로 넘쳐나는 동부재래시장은 보기만 해도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싱싱함이 느껴진다.
“계절마다 꽃게, 대하, 낙지, 풍성한 물건 많이 나오고 값도 싸고… 뭐하나 싱싱하지 않은 것들이 없네요!”
“이중에서도 인기 상품은 따로 있지유.” “아, 그래요? 그게 뭐죠?”
1월에서 2월, 딱 요맘때가 제철인 서산 대표 특산물, 잘 빠진 낙지와 탱글탱글한 미스터 굴. 이곳 시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단연 인기 만점이다.
“굴 1킬로그램에 만원! 연한 뻘 낙지 마리당 5000원~. 이 보다 더 싱싱하고 쌀 수는 없지유.”
“그냥 먹어도 되겠어요. 짭조름하니 정말 맛 좋은데요.” “우리 시장 낙지랑 굴은 알아줘유!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갯벌에 있지유!”
썰물과 밀물덕분에 일조량이 많고 미네랄도 풍부해 영양도 만점, 맛도 만점이다. 이쯤 되면 굴 자랑 한 번 들어봐야 되지 않을까?
“이 굴 먹으면 피부 미용에 좋다죠?” “아, 어디 그뿐이겠시유? 남자는 정력에 좋고, 애들 성장 발육에도 좋고, 우리 같은 노인들 치매 예방도 되고….”
“이야~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800여 개의 상설 점포와 좌판까지 합치면 1천여 개가 넘으니 역시 충남 서부권 최대 재래시장답다.
“갯벌 낙지도 쫀득쫀득하고 맛있어. 어디 이뿐이겄어? 우리 시장은 새우, 꼴뚜기, 대하, 조개 셀 수도 없이 종류가 많아유. 근데, 어디서 오셨시유?”
“경기도에서 나들이 겸 싱싱한 새우 맛보러 우리 가족이 총출동했죠. 오늘 처음 왔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이 주시고 인심도 좋네요. 다음에 또 들를게요.”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따로 없고. 어른들은 흥정하기 바쁘다. 물건값 깎일 대로 깎여 놓고, 그래도 인심 좋은 서산 아주머니는 한 움큼 더 주신다.
“싱싱하고 덤도 많이 주고 가격도 저렴하니, 어찌 다시 찾지 않을 쏘냐. 단골손님도 해마다 늘겠구냐.”
“맞아. 하지만 동부시장 인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먹고, 먹고 또 먹고~ 백화점 시식코너가 부럽지 않은 데가 바로 이 시장이지!”
이 시장에는 장구경 또는 장보러 오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40년 된 달짝지근한 호떡 맛보러 이 시장을 찾는다고.
“맛있어요. 인천에서 솥뚜껑 호떡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여기까지 왔어요. 우리 식구들도 꼭 한번 맛보고 싶다고 해서 우르르~ 이렇게 왔네요.”
“이렇게 맛있는 집은 서산에서 우리 집밖에 없시유.” “맞아요. 할아버지의 반죽 실력에 할머니의 손맛이 더해지니 과연 동부시장 별미 맞네요.”
시장에는 아주까리잎, 고구마, 개똥쑥, 더덕, 깻잎, 토란줄 등 가지각색의 나물들이 주부들의 손길을 유혹하고 있다.
“이건 말린 아주까리인가요?” “맞구먼. 생잎 삶아서 햇볕에 바짝 건조시킨 거유. 우리는 진공포장이니 방부제니 농약이니 하는 것들은 몰러~."
"전부 자연 그대로구먼. 다음 주에 냉이, 달래, 씀바귀 같은 봄나물도 잔뜩 들여오니께 꼭 다시 들러.”
서산 동부시장 맛을 제대로 보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으니 이름하야 개똥쑥칼국수 집. 초록색 면발을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우리 부부가 직접 반죽하고 손으로 밀어서 만든 손칼국수구먼. 이 이파리 파란 거 좀 봐유. 개똥쑥 이파리가 들어가서 요렇게 파랗잖아유. 다들 드셔 보시고 맛있다고 하고 가. 향도 좋고 또 건강에도 좋으니까… 우리 집 칼국수가 이 동네 알아주는 별미유.”
“쓰지 않고 맛이 좋네요. 근데, 여기 단골손님 중 개똥쑥 효과 톡톡히 본 사람도 있다죠?”
힘없는 소도 벌떡 일어나게 한다는 보양식품 낙지부터 뜰채에 건져 바로 먹어도 꿀맛인 싱싱한 굴까지! 겨울의 끝자락, 서산 동부시장에 가면 건강이 저절로 따라옵니다. 물론 이곳에 해산물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해군이 있으면 당연히 육군도 있으니까요. 해풍 맞고 자란 다양한 농산물에 누가 먹어도 만병통치약이라는 개똥쑥 칼국수 등등 동부시장 하나하나 모두 서산의 자랑거리입니다. 고향의 맛과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는 동부재래시장, 이번 주말 바쁜 도시생활은 잠시 접고 동부시장에서 인간미 넘치는 그 싱싱한 맛에 빠져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