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정신을 찾아서
- 서울특별시 동작구 -
동작구에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아마, ‘충효의 도시’ 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립 현충원이 자리하고 있는 동작구에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국선열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숭고함 앞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 어쩌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한 삶은 그들이 주신 선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래블아이가 선택한 동작구의 여행 코스 또한 단연 현충원! 이곳에서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미션, ‘현충원에 깃든 호국 정신의 흔적을 찾아내라!’
국립묘지의 정면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거대한 분수이다. 이 분수의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는데, 어떤 분수일까?
“충성분수탑이야. 펄럭이는 태극기의 모습과 금방이라도 함성을 지를 것 같은 순국선열들의 모습. 너무나도 생생해서 눈을 뗄 수가 없구나.”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있었던 일인데도 마음이 아파요. 얼마나 굳은 각오를 가져야 전쟁터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일까요? 존경하고, 또 감사해요.”
현충원으로 통하는 문, 현충문이 보인다. 현충원에 들어서기 전, 잠시 몸과 마음가짐을 단정히 하는 순간을 갖도록 하자.
“아름답고도 웅장해요. 저 안에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분들이 잠들어 계신 건가요? 빨리 만나 뵙고 싶지만, 그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을래요.”
“오늘따라 어른스러운 모습인데? 벌써부터 이곳에 너와 함께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회원들의 성금으로 만든 종인 호국종. 이 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고, 언제 울리게 되는 종인지 생각해 보자.
“호국종? 용감히 싸우다 전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고, 또 앞으로의 평화를 기리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종이 아닐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매년 6월 25일이 되면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이 종을 치곤 한다고 들었단다.”
현충원은 한국전쟁의 순국선열들만을 기리는 곳이 아니다. 경찰충혼탑 앞에 서면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의 업적을 실감할 수 있을 것.
“너 아주 어렸을 때 꿈이 경찰관이었던 것, 기억나니? 그 때 나는 혹시 네가 위험하기라도 할까봐 반대를 했었지. 경찰에는 아주 큰 용기와 숭고한 정신이 필요한 것 같아.”
“맞아요. 위풍당당한 경찰관 아저씨들의 모습에 반했던 것 같아요. 이제 저 호랑이 두 마리가 그 분들을 지켜드리고 있으니, 조금은 안심이네요.”
현충원에는 그야말로 수많은 순국선열들이 안치되어 있다. 묘역을 찾아 그 풍경을 직접 눈에 담은 사람들에게 순국선열들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데?
“세상에, 숨이 막혀 오는 것만 같아요. 평소 이분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제 태도를 반성하게 돼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라를 지켜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래, 맞아. 평소에 이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지.”
현충원 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수많은 이름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이름 하나 하나에 한 사람 몫의 삶이 담겨 있으니, 가볍게 지나치지 말도록 하자.
“걸음이 점점 느려지는구나. 생각도 많아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야.”
"저도 그래요. 어떻게 이곳에서 웃거나 뛰어다닐 수 있겠어요? 다음에 이곳을 찾을 때에는 꼭 꽃 한 송이를 준비해야겠어요.” “좋은 생각이구나. 꼭 그렇게 하도록 하자.”
국립서울현충원이 만장됨에 따라 국립대전현충원이 개원하였으나, 서울현충원 안에는 충혼당이 추가 건립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기 나무 너머로 보이는 저 건물이 바로 충혼당이군요.” “그래, 맞아. 서울에 고인을 모시기를 희망하는 유족들을 위해 건립했고,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곳이란다.”
“현충원의 규모는 정말 엄청나군요. 이곳에 담긴 마음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지요?”
현충원 앞에는 ‘충효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길이 있다. 이 길의 끝에서 또 하나의 특별한 장소를 만날 수 있다는데, 그곳은 어디일까?
“이 길을 쭈욱 따라가면 사육신 공원이 나온다고 해.” “사육신과 현충원을 잇는 길이라니, ‘충효길’이라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그럼, 다음 행선지는 그곳으로 정해 볼까요?”
“좋지. 산책하는 동안 생각이 많아질 것 같아.”
가끔, 우리가 바쁜 삶을 핑계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분들의 고마움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트래블아이>와 같은 생각이 드신다면, 지금 당장 현충원으로 향해 보세요.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도 잠시, 그곳에 인사를 드리러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홀가분해질 테니까요. 이어지는 행선지, 사육신 공원은 어떤 곳일까요? 그곳에서도 애국정신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오래된 새로움
- 부산광역시 서구 -
예로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 하는 부산 서구. 이곳에 다다르면 시원한 바닷소리가 울창한 소나무에 쓸리는 듯한 묘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조금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둥글게 바다를 감싼 해변이 보입니다. 바로 ‘송도해수욕장’입니다. 그 해변을 중심으로 바다와 울창한 건물 숲이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새로움을 느끼며, 오늘은 부산의 첫 명물로 불리었던 곳들 둘러볼까 합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오래된 것에 대한 새로움과 조화로움에 대해 느껴라!’입니다.
송도 해수욕장의 전경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린단다.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바다를 둘러 싼 이 해변의 정취가 불만 없이 그 말을 이해하게 만든다.
“올해 100살이 된 송도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해수욕장이라고 해. 여름에만 찾는 것이 아니라, 이곳은 이제 사계절 해수욕장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해.”
“바다에 떠 있는 고래가 참 재미있지 않아? 늘 그 자리에서 송도를 지키며 송도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저 고래는 왜 바다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일까?”
해변에서부터 시작된 연륙교가 바다를 가로지르더니 한 섬의 등에 닿았다. 본래는 구름다리가 있던 자리로, 부산의 명물로 불린 적도 있단다.
“연륙교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동그라미 조형물과, 그로부터 이어진 연륙교에는 밤이 되면 더 아름다운 경치를 뽐낸다고 해.”
“거북섬으로 들어가는 길에 터널 같은 것이 있어! 자연 터널은 아닌 것 같은데, 저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폭은 겨우 1m, 그 길이는 20분을 걸어야 벅차게 다 닿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절경을 따라 걷다가 들리는 바닷소리가 쾌감을 더해준다.
“이 길을 따라가니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야! 좁을 길을 걸어가다 만나는 전경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특이하고 아름다워!”
“바다의 빛깔도 너무나 아름답지만, 기암절벽들이 가진 모습도 정말 독특하지 않아? 바위들에 쌓인 겹겹의 색을 모두 세다보면 날이 가는지도 모르겠어!”
이곳은 말 그대로 기암절벽 전시장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기암절벽과 그가 키워 낸 소나무 숲이 이루어낸 공원이란다.
“절벽을 향해있는 벤치가 정말 특이해. 바다 풍경이 아니라 아름다운 역사와 자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정벽을 향해 두다니, 정말 대단해.”
“아무리 절벽이 마음에 든다고 해도,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빼먹으면 안 된다!”
안남공원의 산길을 걷다보며 잠시 쉬어 갈만한 그늘을 만나게 된다. 그 옆에는 옛 바다사람들의 생명수이었을 법한 작은 샘물이 하나 흐르고 있다.
“나무가 자아낸 나무 그늘이 참 포근해. 이렇게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내는 이 나무의 이름은 무엇일까? 또 이 자연의 소리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을까?”
“지금은 이 그늘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간절함의 상징이었다고 해. 바다에 나간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니?”
앞서가던 등산객 아저씨가 장난스럽게 뒤를 돌아본다. 이런, 산 계곡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흔들다리를 흔들며 장난을 시작한다. 얼른 지나가야 하는데!
“흔들다리가 잇고 있는 바위와 바위 사이의 높이가 정말 아찔해! 이런 풍경을 지날 수 있다는 생각은 누가 했을까?”
“이 송도해수욕장과 안남공원을 처음 개발한 일본인들도 이런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 했을 거야. 이제는 재정비되어 안정하고, 경관도 더 잘 볼 수 있어!”
의미를 알 수 없는 조형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안남공원. 산과 바다, 기암절벽을 구경하기에도 많은데, 이것들까지 언제 다 둘러보지!
“말 머리처럼 생긴 재미있는 바위네. 저 조각 위에 올라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어!”
“섬세하게 만들어진 조각은 아니지만, 오히려 투박한 모습이 더 재미있어. 자연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바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암적벽과 어울려서 재미있는 조각상들이 이어져있으니 볼거리가 정말 많구나!”
송도해수욕장에서 이어진 산책로와 안남공원까지. 재미있는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한 쪽으로는 끝없는 부산바다, 다른 쪽으로는 치솟은 빌딩들까지. 이런 조화가 또 있을까!
“해녀가 물질을 하고 있어! 아직도 해녀가 있구나. 망망대해에 혼자 떠 있지만, 바다에 잘 어우러진 모습이야.”
“빨간 등대의 모습도 너무 아름다워. 온통 푸르거나 흰색의 방파제의 모습만 보다가 선명한 색의 등대를 보니, 그 강렬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가장 오래된 우리나라의 해수욕장이, 아직도 굳건하게 그 모습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요? 언제나 아름다웠을 것만 같은 이 부산 서구의 ‘송도 해수욕장’은 자연재해를 겪기를 여러 번. 그 결과 잘 정비된 안전하고 아름다운 해변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들려 오래된 아름다움에 대한 정취를 느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제는 슬프지 않은 모습과 역사를 가진 송도 해수욕장. 그리고 그 해변의 길은 아름다움과 조화에 대한 답을 들려줄 것입니다.
역사의 숨결 따라
- 경기도 여주시 -
남한강과 청미천, 섬강이 한 곳에서 만나는 세물머리가 위치한 경기 여주. 이곳은 강원과 경기, 충청도가 한 곳에서 만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세 고장이 만나는 특별한 지점인 만큼, 여주에는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넘쳐납니다. 신라의 신륵사부터 고려의 고달사를 거쳐 조선왕조 5백년 왕실 문화의 보고라 불리기까지, 여주에는 물과 함께 우리나라의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여주에 가서 신라부터 조선까지,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오라!’
여주는 청동기 시대부터 한반도의 쌀농사가 시작된 곳으로 국모 여덟 분을 배출하였으며 의병 항쟁 시에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도자기로도 유명한 고장이라니 놀라울 따름.
“이게 전부 여주에서 있었던 일이란 말예요? 여주 도자기 엑스포는 들어 본 적이 있는데 나머지는 모두 처음 듣는 얘기예요.”
“여덟 분의 국모 중 한 분은 너도 아주 잘 아는 분이란다. 잠시 뒤에 그 분의 생가에도 들러 볼 거야. 증터 도자 체험 마을은 마을 인구의 1/3 정도가 도자업에 종사 중인 곳이지.”
여주 강변유원지 건너편에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신륵사가 있다. 한 때는 200여 칸에 달하는 거대한 절이었던 이곳에도 신비로운 전설이 있다?
“옛날에 신륵사 부근의 한 바위 부근에서 용마(龍馬)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날뛰었다고 해. 이 때 스님이 신력으로 이 용마를 잠잠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절의 이름이 신력의 신(神)과 제압의 륵(勒)을 사용하여 신륵사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용이 예로부터 물의 신으로 여겨진 것과 신륵사가 강변에 있는 것도 연관이 있겠군요?”
신륵사는 창건 이래로 나옹선사와 인당대사 등의 큰 덕을 지닌 높은 스님들이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한 절이다. 이는 신륵사의 남다른 경관 때문이기도 하지 않았을까?
“이 절이 천 년이나 된 곳이군요. 절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물이 아름다워요.”
“조선 후기 문인인 김병익은 ‘여주는 산수가 청수하고 그윽하며 또한 평원하고 조망이 좋으며, 이와 더불어 신륵사는 높고 서늘한 것이 겸하여 있으니 그 경치가 절승한 지경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해. 그 외에도 여러 문인이 시로 신륵사의 아름다움을 칭찬했단다.”
능서면 왕대리에 있는 합장릉인 왕릉은 조선왕조의 능제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능의 하나로, 두 개의 혼유석과 12개의 석주를 가지고 있다. 과연 누구의 능일까?
“우리나라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왕? 그건 바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이잖아요!”
“역시, 척하면 척이구나. 그럼 세종대왕의 비가 누구인지도 기억하고 있니?” “물론이죠. 소헌왕후 심 씨예요. 두 분의 무덤이 하나인 줄은 저도 몰랐지만요. 열두 개의 석주에 새겨진 십이간지가 멋진걸요? 세종대왕님, 우리글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릉 밑에는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과 제사 음식을 준비하던 수라간, 능을 지키는 관리가 살던 수복방이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좌측에 조금 더 특별한 것이 있다는데?
“와, 저것 좀 보세요! 해시계 자격루와 관천대, 측우기, 혼천의까지! 수업 시간에 배웠던 조선시대 과학의 산물들이예요!”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모두 배웠지?” “세종대왕과 장영실 이야기도 모르고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안다고 할 수는 없죠!”
이곳은 조선의 마지막 황후가 태어난 곳으로, 황후는 이곳에서 여덟 살까지 살았다. 1995년 행랑채와 사랑채, 별당채 등이 복원되었다는데 이 황후는 누구일까?
“에이, 문제가 너무 쉬운 것 같아요. 이곳에서 태어나신 분이 명성황후라는 사실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너무 무지한 것이 아닌지 반성을 해야겠는걸요? 보세요! 여기에 명성황후가 태어난 마을을 기리는 비석도 있어요.”
“너무 쉽게 맞추니 맥이 빠지는데? 조금 더 어려운 문제를 준비해봐야겠어.”
명성황후 생가 맞은편에는 명성황후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세우고자 건립된 이곳에서 조선 마지막 왕조의 비애를 느껴볼 수 있을까?
“매서운 눈매에 굳게 다문 입술, 가지런한 몸가짐… 국모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강인한 내면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모습이네요. 이 분이 바로 명성황후군요.”
“매년 10월에는 이곳에서 명성황후 시해를 추모하는 명성황후 추모제가 열린단다.” “한 나라의 어머니가 살해되다니, 정말 끔찍한 비극인 것 같아요.”
여주 상교리에 있는 고달사는 764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며, 신라 이래의 유명한 삼원 중 하나로 고려시대에는 국가가 관장하는 대찰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떨까?
“지금은 그 광활했던 터에 유물만 남아있는 상태야. 하지만 1990년도에 주변 정비 사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복원을 위한 발굴 조사가 계속되고 있단다.”
“그럼 언젠가는 고달사의 찬란했던 모습을 복원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러길 바랄 뿐이지. 여주의 역사는 아직도 땅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거란다.”
역사를 알아가다 보면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신기해보일 때가 있습니다. 여주시를 직접 돌아보다 보면, 여주 땅이 겪었던 역사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몇 백 년 전에도, 몇 천 년 전에도 이 땅을 밟고 걸었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트래블아이>와 함께 하는 여주의 역사 문화 기행이 여러분의 성장에 좋은 거름 한 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친 김에 역사서를 한 번 공부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오감으로 맡는 향기
- 경기도 가평군 -
우리나라 전국 수목원 중 가장 유명한 곳, 아침고요수목원. ‘아침고요’라는 예쁜 이름에서 벌써 진한 꽃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가족 단위로도 연인 단위로도 즐겨 찾는 곳입니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만들어낸 풍경이 십만 평의 부지에 가득 펼쳐져 있으니, 감성을 충전하고 싶다면, 아침고요수목원만 한 곳을 찾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많이들 찾는 곳인 만큼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오늘의 미션, ‘아침고요수목원을 오감으로 느껴보라!’입니다.
가평군 상면에는 그 유명한 아침고요수목원이 있다.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정원과 화단, 산책로로 꾸며진 고요한 이곳. 하지만 관광을 목적으로 조성된 것은 아니라는데?
“이왕 아침고요수목원에 왔으니, 사진도 많이 찍고, 예쁜 꽃과 나무들도 부지런히 보고, 또 필기도 해야겠어요. 수목원이 아주 넓으니, 하루 종일 걸리겠는걸요?”
“진정하고 저것 좀 보렴! ‘그저 편히 쉬어가세요.’라고 적혀 있잖니? 이곳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한 곳이니, 그냥 산책하듯 걷는 것이 수목원 감상에 제일 좋은 방법일거야.”
아침고요수목원의 정원들에는 각기 다른 이름이 붙어있다. 아침고요수목원에 들어섰으니, 일단은 가장 진한 향기가 날 것 같은 이름을 찾아 가서 코로 향기를 맡아볼까?
“음, 전 허브정원에 먼저 가 볼래요! 허브는 차에도 쓰이고, 향수에도 쓰이니 여기에 있는 식물들 중에서도 가장 진한 향기가 날 것 같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허브정원에 온 김에 가장 마음에 드는 허브 이름 한 가지를 외워 보지 않을래? 집에 돌아가서 찬장을 열면, 네가 기억하는 그 허브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코로 진한 허브 향기를 느껴보았다면, 이제 상상력을 발휘해 볼 때가 왔다. 꽃에 대한 주옥같은 시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시가 있는 산책로’로 가 보자.
“휴, 한참을 걸은 것 같구나. 그런데 나는 도무지 향기를 들어 볼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걸? 뭐 좋은 방법이라도 있니?”
“방금 제가 찾았어요. 저기, ‘시가 있는 산책로’가 보이세요? 저 곳에 가서 눈을 감아보세요. 제가 멋지게 시를 읽어 드릴게요. 그러면 분명히 귀로도 향기가 들릴 거예요!”
아침광장의 잔디밭 위쪽으로 굽은 길이 하나 보인다. 겨울에는 오색별빛정원전이 열리는 이곳. 여기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기분이 있다는데?
“아침고요수목원의 정원들은 하나같이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늘길을 따라 걸으니 하늘정원이 나오네요? 와, 이것 좀 보세요! 사방에 온통 수국화와 구절초,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지천이에요!”
“마치 하늘로 올라온 것만 같은 기분이구나. 숲속 천국에 온 것 같기도 한데?”
하늘정원에서 눈길을 조금만 돌려보면,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갈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 하여 선녀탕이라고 이름붙인 작은 폭포가 있다.
“저 아름다운 풍경을 좀 봐!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주 시원해 보이는구나. 물도 정말 맑은데? 밤이면 몰래 선녀가 내려올 것 같구나.”
“여기서 목욕을 하면 저도 선녀가 될 수 있는 거예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저 맑은 물에 발이라도 한 번 담가보고 갈래요!”
하늘길은 하늘정원과 선녀탕을 지나서도 계속 이어진다. 하얀 달빛이 땅 위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정원, 달빛정원의 향기를 마음으로 맡아볼까?
“와! 정원은 모두 아름답지만, 이 정원은 정말 특별해요. 하얀 교회 주변에 피어 있는 하얀 꽃들이 마치 눈송이들 같아요!”
“정말 그렇구나. 엄숙하기도 하고, 또 신비롭기도 한 정원이네. 이곳이 요새 프러포즈 장소로 그렇게 각광받고 있다는데,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아.”
아침고요수목원에 왔다면, 체험 코스를 빼 놓을 수 없다. 천연미스트 만들기, 천연비누 만들기, 피리 목걸이 만들기 등등 다양한 체험이 있는데, 하나를 골라볼까?
“토피어리를 만들어 봐요! 학교 특별활동에도 토피어리 반이 있는데, 거기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이끼를 직접 심어볼 수 있다니, 의미 있기까지 한 활동 같아요!”
“집에 가서도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믿을게. 아기 곰과 마찬가지로, 네가 만든 아기 곰 모양 토피어리도 엄연히 살아있는 생물이니까 말이야!”
아직 뭔가 더 남은 것 같은데? 수목원 입구에는 허브샵 정원가게가 있다. 처음에 말했던 허브 이름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면 성공!
“어쩐지 뭔가 허전하다 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먹는 게 빠졌네요!” “하하! 그래, 그래. 어떤 허브가 가장 마음에 들었니?”
“저는 로즈마리요! 이름이 정말 예쁜 것 같아요. 외딴 성에 사는 공주님이 생각나는 것 같지 않아요? 로즈마리 차를 마시면, 공주님이 된 기분이 들 것만 같아요.”
지금까지 <트래블아이>와 함께 둘러본 곳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계절마다 새로운 꽃과 축제가 피어나는 곳인 만큼, 아침고요수목원에 가고자 할 때에는 공식 홈페이지에 미리 들러 보는 것이 좋습니다. 천여 년 동안이나 살아온 나무인 아침고요수목원의 상징, 천년향에 소원 한 가지를 빌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감으로 느껴본 아침고요수목원은 어떠셨나요? 한동안 진한 꽃향기가 몸에 배어있을 것만 같은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화분 하나를 장만해보는 건 어떠세요?
수려한 산천에 시서(詩書)를 펴고
- 경상남도 함양군 -
두루두루 볕이 드는 땅 함양(咸陽)은 전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특히 ‘좌안동 우함양’으로 불릴 만큼 일찍부터 묵향의 꽃이 핀 선비의 고장으로 통했던 만큼 유서 깊은 향교와 서원, 누각, 정자 등이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특히 누각과 정자는 <함양군지>에 소개된 것만 해도 150개가 넘습니다. 고색창연한 흔적들이 옛사람의 풍류를 전하고 있으니 누각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트래블아이> 미션도 바로 그것입니다.
함양 정자 문화의 진면목을 맛보려면 안의면 화림동계곡으로 가야 한다. 계곡의 시점이자 이 계곡에서 한때 화림동계곡을 대표하던 정자는 다름아닌 농월정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진주대첩 때 장렬히 전사한 지족당 박명부 선생이 머물면서 여기서 시회를 열기도 하고 세월을 낚기도 했다지?”
“‘달빛을 희롱한다’는 이름 그대로, 시원하고 호쾌한 주변 풍광을 거느리고 있구나. 주변에 수많은 반석들하며 쉴 새 없이 흐르는 명경지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농월정 에서 3km 정도를 올라가면 담록의 담 가운데, 바위섬으로 넓게 펼쳐진 암반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동호정이 우뚝 서있다.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장만리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동호정을 좀 봐. 예전엔 이 화림동계곡에 여덟 개의 못과 여덟 개의 정자가 있다 해서 ‘팔담팔정’으로 불리기도 했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맑은 물이 기암괴석 사이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곳곳에 크고 작은 못이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구나.”
누에 오르는 길은 나무계단을 밟는데, 그 생김새가 이채롭다. 통나무 2개를 잇대어 비스듬히 세운 뒤 도끼로 내리쳐 홈을 파 만들어낸 것이 자연미가 한껏 살아 있다.
“저 나무계단처럼 정자를 지탱하고 있는 통나무 기둥도 선을 고르지 않았고 길이도 제각각이야.”
“울퉁불퉁한 바위를 깎아 평평하게 만들지 않고 바위의 모양새에 맞춰 건물을 지으려고 이같이 나무를 다듬지 않았을 거야.”
동호정과 군자정을 지나 조금만 더 오르면 거연정을 볼 수 있다. 누정 자체의 아름다움은 동호정이 앞서지만, 주변 경치가 수려하기로는 으뜸으로 친다.
“구름다리를 건너니 거연정이 놓인 자리부터 눈길이 가. 바닥이 고르지 않고 들쭉날쭉한 바위로 되어 있는 게 신기할 정도야.”
“연정은 계곡 가장자리가 아닌 계곡 중간 바위 위에 걸쳐져 있네. 듣던 대로 정자가 마치 자연의 일부인 양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정말 최고로구나.”
화림풍류에 젖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계관산을 돌아 빼빼재를 넘어서며 남덕유산과 힘차게 뻗어나가는 은백의 백두대간길을 감상할 수 있다.
“계곡물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위에 떠가는 꽃잎을 좇다 보면, 내가 곧 자연이 되고, 자연이 곧 내가 되는구나.”
“실제 정자 앞을 흐르는 물을 옛 선비들은 ‘방화수류천(訪花隋柳川)’이라고 불렀어.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간다’는 뜻이야.”
백두대간길을 지나오면 수려한 모습의 상림사계와 마주할 수 있다. 인공으로 만든 숲인데도 그 긴긴 역사만큼이나 아름드리 수목이 많다.
“위천을 끼고 있어 물안개가 은은히 피어오르는구나. 여름이면 저 산책로에서 연꽃이 햇살에 흥건하게 젖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상림사계는 어느 때가 더 아름답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혹적인 빛깔을 다양하게 갖고 있어. 봄이면 연둣빛 신록이 피어나고 가을이면 붉고 노랗게 물들고….”
마천면으로 가는 길은 지리산 칠선계곡과 백무동계곡을 오르는 길이다. 이 길로 가는 과정에서 넘어야 하는 오도재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든 명소답다. 옛날 내륙지방 사람들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기 위해서 이 고개를 반드시 넘어야 했다?”
“맞아. 그런데, 가루지기전의 주인공인 변강쇠와 옹녀의 전설이 바로 여기서 탄생했다는 거 알고 있니?”
함양에는 이외에도 둘러볼 곳이 많다. 서원이나 누정뿐만 아니라 고택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두 정여창 고택이다.
“지곡면 개평리의 한옥마을은 집집이 돌담으로 어깨를 맞대고 작은 집 몇 채를 지나니 번듯하게 생긴 큰 집이 나왔어.”
“일두고택이야. 이 외에도 구한말 바둑 최고수였던 노사초의 생가나 노참판택 고가, 하동 정씨 고가 등 100가구가 넘지.”
예전에 영남 유생들이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했던 길목인 화림동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수려한 계곡의 풍광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정자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본디 ‘팔정팔담’이라 해서 이 길목에 여덟 개의 정자가 있었다지만 지금은 절반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변 바위 위로 정자들이 이어지고. 정자는 주위는 숲과 조화를 이뤄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어내고 있기에 아쉬움은 크지 않습니다. 거기에 지리산까지 품어볼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선비의 풍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나요?
건강을 파는 시장
- 충청남도 서산시 -
비릿한 바다내음이 진동하는 충남 서산시 동부시장은 언제나 북적입니다. 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 서산동부시장에 뭘 사러 오는 걸까 궁금증이 폭발한다면, 장내를 한 바퀴만 둘러보면 궁금증도 이내 가십니다. 동부시장에 온 사람들은 서해안의 신선하고 다양한 농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믿고 구입할 수 있는 맛에, 이와 더불어 서민들의 삶과 넉넉한 서산 인심과 같은 독특한 재래시장의 정취를 보려 들릅니다. 그럼에도 뭔가 여운이 남는다면 싱싱한 서산의 맛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 정답 아닐까요?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이죠!’
상설시장이라 장날인 2일, 7일을 포함해 365일 내내 많은 인파로 넘쳐나는 동부재래시장은 보기만 해도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싱싱함이 느껴진다.
“계절마다 꽃게, 대하, 낙지, 풍성한 물건 많이 나오고 값도 싸고… 뭐하나 싱싱하지 않은 것들이 없네요!”
“이중에서도 인기 상품은 따로 있지유.” “아, 그래요? 그게 뭐죠?”
1월에서 2월, 딱 요맘때가 제철인 서산 대표 특산물, 잘 빠진 낙지와 탱글탱글한 미스터 굴. 이곳 시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단연 인기 만점이다.
“굴 1킬로그램에 만원! 연한 뻘 낙지 마리당 5000원~. 이 보다 더 싱싱하고 쌀 수는 없지유.”
“그냥 먹어도 되겠어요. 짭조름하니 정말 맛 좋은데요.” “우리 시장 낙지랑 굴은 알아줘유!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갯벌에 있지유!”
썰물과 밀물덕분에 일조량이 많고 미네랄도 풍부해 영양도 만점, 맛도 만점이다. 이쯤 되면 굴 자랑 한 번 들어봐야 되지 않을까?
“이 굴 먹으면 피부 미용에 좋다죠?” “아, 어디 그뿐이겠시유? 남자는 정력에 좋고, 애들 성장 발육에도 좋고, 우리 같은 노인들 치매 예방도 되고….”
“이야~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800여 개의 상설 점포와 좌판까지 합치면 1천여 개가 넘으니 역시 충남 서부권 최대 재래시장답다.
“갯벌 낙지도 쫀득쫀득하고 맛있어. 어디 이뿐이겄어? 우리 시장은 새우, 꼴뚜기, 대하, 조개 셀 수도 없이 종류가 많아유. 근데, 어디서 오셨시유?”
“경기도에서 나들이 겸 싱싱한 새우 맛보러 우리 가족이 총출동했죠. 오늘 처음 왔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이 주시고 인심도 좋네요. 다음에 또 들를게요.”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따로 없고. 어른들은 흥정하기 바쁘다. 물건값 깎일 대로 깎여 놓고, 그래도 인심 좋은 서산 아주머니는 한 움큼 더 주신다.
“싱싱하고 덤도 많이 주고 가격도 저렴하니, 어찌 다시 찾지 않을 쏘냐. 단골손님도 해마다 늘겠구냐.”
“맞아. 하지만 동부시장 인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먹고, 먹고 또 먹고~ 백화점 시식코너가 부럽지 않은 데가 바로 이 시장이지!”
이 시장에는 장구경 또는 장보러 오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40년 된 달짝지근한 호떡 맛보러 이 시장을 찾는다고.
“맛있어요. 인천에서 솥뚜껑 호떡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여기까지 왔어요. 우리 식구들도 꼭 한번 맛보고 싶다고 해서 우르르~ 이렇게 왔네요.”
“이렇게 맛있는 집은 서산에서 우리 집밖에 없시유.” “맞아요. 할아버지의 반죽 실력에 할머니의 손맛이 더해지니 과연 동부시장 별미 맞네요.”
시장에는 아주까리잎, 고구마, 개똥쑥, 더덕, 깻잎, 토란줄 등 가지각색의 나물들이 주부들의 손길을 유혹하고 있다.
“이건 말린 아주까리인가요?” “맞구먼. 생잎 삶아서 햇볕에 바짝 건조시킨 거유. 우리는 진공포장이니 방부제니 농약이니 하는 것들은 몰러~."
"전부 자연 그대로구먼. 다음 주에 냉이, 달래, 씀바귀 같은 봄나물도 잔뜩 들여오니께 꼭 다시 들러.”
서산 동부시장 맛을 제대로 보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으니 이름하야 개똥쑥칼국수 집. 초록색 면발을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우리 부부가 직접 반죽하고 손으로 밀어서 만든 손칼국수구먼. 이 이파리 파란 거 좀 봐유. 개똥쑥 이파리가 들어가서 요렇게 파랗잖아유. 다들 드셔 보시고 맛있다고 하고 가. 향도 좋고 또 건강에도 좋으니까… 우리 집 칼국수가 이 동네 알아주는 별미유.”
“쓰지 않고 맛이 좋네요. 근데, 여기 단골손님 중 개똥쑥 효과 톡톡히 본 사람도 있다죠?”
힘없는 소도 벌떡 일어나게 한다는 보양식품 낙지부터 뜰채에 건져 바로 먹어도 꿀맛인 싱싱한 굴까지! 겨울의 끝자락, 서산 동부시장에 가면 건강이 저절로 따라옵니다. 물론 이곳에 해산물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해군이 있으면 당연히 육군도 있으니까요. 해풍 맞고 자란 다양한 농산물에 누가 먹어도 만병통치약이라는 개똥쑥 칼국수 등등 동부시장 하나하나 모두 서산의 자랑거리입니다. 고향의 맛과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는 동부재래시장, 이번 주말 바쁜 도시생활은 잠시 접고 동부시장에서 인간미 넘치는 그 싱싱한 맛에 빠져보면 어떨까요?
산속에 스며든 보물
- 경기도 양평군 -
양평의 곳곳에는 짙은 자연의 향기를 품은 초목들이 저마다의 생명력을 드러내며 그윽한 정취를 뽐내고 있습니다. 자연과 맞닿아 있는 양평군은 중심에 해발 1,157m의 용문산이 자리하며 산줄기가 뻗어 내린 사이사이 푸른 물줄기가 휘감고 돌아 헤어 나오기 힘든 절경을 선물합니다. 산속을 걷다보면 깨달음의 공간이 등장하는데, 바로 천년고찰 용문사입니다. 이처럼 용문사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보물들이 숨겨져 있는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용문산에서 천년의 보물을 찾고 돌아오라’입니다.
산세가 웅장하고 속속들이 골 깊은 계곡이 나 있는 용문산은 금강산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풍경이 보물일까,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보물일까?
“용문산 해발이 얼마라고 했지? 1,157m였나?”
“응, 맞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명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산세가 웅장하고 경관이 아름다워서 작은 금강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해. 그러니 오늘 산행은 기대해도 좋아.”
일 년 내내 한 번도 마른 적이 없다는 용문산 계곡은 그 세월만큼이나 힘차고 웅장한 소리를 낸다. 힘에 부쳐 지친 등산객들을 격려하는 저 물소리가 천년의 보물일까?
“벌써부터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여름에 오면 시원한 물에 발도 담그고 더위마저 싹 달아나겠는걸!”
“그러게, 슬슬 땀나고 숨이 차오르던 찰나였는데 이렇게 물소리 들으니까 힘이 나는 것 같아. 얼른 기운 내라고 격려하는 것 같기도 한데?”
가을빛을 흠뻑 머금은 용문산은 그 색이 참 아름답다. 울창한 숲과 알록달록 물든 단풍이 숨 가쁘게 올라온 힘겨움을 한방에 날려준다.
“여름도 좋겠지만 역시 산은 가을에 찾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알록달록 물든 단풍이 용문산의 보물이다 보물.”
“정말 아름답지? 눈길 닿는 곳, 발길 닿는 곳 어디든 정말 멋있는 것 같아. 그렇기에 조금 힘들더라도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닐까?”
흙길과 바위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어느새 용문산의 정취에 매료되어 버린다. 산을 오르는 이유가 이러한 기쁜 숨가쁨이라면 이것 하나도 산이 주는 보물이리라.
“윽, 조금 힘들어지려고 해. 조금 쉬었다 가면 안 될까?” “그러자. 숨 좀 고르면서 못다본 정취를 느끼는 것도 좋지.”
“산이 평평하거나 단조롭지 않아서 초보자들이나 아이들은 많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 거동이 조금 불편하거나 노약자들은 계곡길을 피해 내림길로 가면 좋아.”
용문산관광지로 들어서면 그 입구에 용문사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관광단지 입구에서부터 은행나무에 대한 기대로 사람들의 눈이 작게 반짝인다.
“와,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용문사를 찾는 사람들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문사 천년 세월을 품은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한 사람들이 아닐까? 우리처럼 말이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니 더 기대되는걸!”
용문사의 역사도 천년 보물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혹, 경내에 위치한 보물 제531호로 지정된 지국사 부도 및 비 2기가 용문사에서 만난 진정한 보물일까?
“요즘은 템플스테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아. 여기도 템플스테이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가봐. 아마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생활을 하고 싶어서 이겠지?”
“그렇겠지. 자, 그럼 은행나무 보러가기 전에 경내 좀 둘러볼까?”
용문사의 최고의 명물이자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천왕목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로 그 수령이 1,100년이 넘었다하여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었다.
“와, 드디어 만났구나, 천왕목. 명성에 걸맞게 그 크기며 높이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신라 시대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슬픔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지팡이를 꽂아 놓고 간 것이 자라난 나무라고 전해져. 무엇보다 거듭된 전란 속에서도 살아남아 천왕목이라고 불렸다는 거야.”
누군가가 다녀간 발자국이나 흔적은 세월을 머금고 나면 언젠가 천년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보물은 계속해서 천년이고 이천년이고 계속 되지 않을까?
“나무의 높이가 무려 57m라고 하지? 그런데 오늘날도 여전히 살아 숨쉬며 자라나고 있다고 해.”
“와, 그럼 역사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겠네?” “그렇지. 그러니 천년의 세월을 머금었다고 하지만 그 이상 그 너머의 시간도 함께 아우르는 곳이라고 볼 수 있겠지?”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삶의 거의 대부분이 그렇듯, 큰 의미를 두지 않고는 시선 밖으로 벗어나 놓쳐버리는 소중한 장면들이 많이 있습니다. 양평의 용문산을 걸으며 웅장하고 빼어난 용문산의 산세를 눈에 담고 흙내음과 나뭇잎 하나에도 큰 의미를 부여해 보세요. 매번 다니던 길도 의미를 알고 걸으면 전혀 새로운 길을 걷는 느낌을 받을 테니까요. 용문산 속 용문사를 함께 다녀오신다면 꼭 그 길과 천년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아는 만큼 보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맛있게 익어가는 순창의 힘
- 전라북도 순창군 -
해외여행을 떠날 때 필수용품이 되어버린 것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고추장입니다. 몇날 며칠을 느끼한 음식들과 사투를 벌이다보면 절로 고추장 생각이 그리워지기 마련입니다. 고추장에 밥 한 공기 쓱쓱 비벼먹으면서 향수를 달래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입맛을 잃었을 때 비장의 카드로 매콤한 고추장 음식들을 맛보면 금세 활력이 생기며 달아난 입맛도 되찾아 오는 신통방통한 것이 바로 한국인의 맛, 고추장입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 미션은 ‘순창에서 한국인의 맛을 보고 돌아오라’입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이 없는 한식(韓食)은 생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입맛을 길들이고 정서를 만들어 온 한국인의 맛은 지금쯤 맛있게 무르익어 간다.
“여행은 어땠어? 즐거웠어?”
“즐거웠지. 딱 하나만 빼고.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혼났다니까. 고추장이 얼마나 그립던지 한인 식당에서 고추장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니까! 역시 한국 사람이라면 고추장이지!”
순창하면 고추장을 빼놓을 수 없다. 붉지만 탁하지 않은 맑은 빛깔의 순창 고추장이 그 명성을 얻게 된 시기는 언제부터 일까?
“그래서 한국 오지마자 순창으로 달려온 거야? 너도 참 너다. 그런데 언제부터 순창하면 고추장이 떠오른 걸까?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그건 순창장류박물관에 가면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 아마도 기후와 정성이 맞물려 효모균이 제대로 번식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순창 고추장이 특별한 이유는 질 좋은 재료와 발효기간의 정성 그리고 삽시간에 따라 잡을 수 없는 경험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난 정성과 경험에 한 표를 던질래. 아무리 좋은 재료라고 해도 발효하는 과정에서의 정성과 전통을 받들어 온 노력이 없었다면 최고의 맛을 내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 "
"지금까지 최고의 맛을 이어나가며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온 고추장 장인들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순창 고추장은 시지 않고 적절히 달다. 매운맛에 감도는 단맛은 음식의 감칠맛을 돋우어주고 입맛을 당기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순창에서는 8~9월에 고추장용 메주를 따로 띄워서 신맛보다는 단맛을 낸다고 들었어. 그 래야 장의 단맛을 내는 곰팡이가 많이 피어나기 때문이라고. 자식, 이 정도는 알고 와야 되는 거 아니냐?”
“한 가지를 빼먹었는걸? 섬진강 상류 깨끗한 물로 담갔기 때문에 더 좋은 거라고.”
한식에서 고추장은 단순히 종지 그릇에 담겨 나오는 자투리 장이 아니다. 맛의 화룡점정을 찍는 고유한 우리 문화이다.
“고추장마을에 왔으니 고추장 맛을 봐야 하지 않겠어? 고추장 요리를 떠올려보면 비빔밥, 고추장 불고기, 고추장찌개, 매운 불닭 등등 너무 많아서 다 떠올리기가 힘들어.”
“난 여기에서 특별하게 맛 볼 수 있는 참외장아찌랑 매실 장아찌를 먹어볼래. 음, 짜지 않고 달콤한데?”
메주를 띄우고 장을 담글 때면 익숙한 시골냄새가 풍겨온다. 정겨운 그 냄새에 마을 어귀에서부터 마음이 푸근해진다.
“으악, 이게 무슨 냄새야? 뭔가 진하면서 깊은 이 시골냄새의 정체는 뭐지?”
“장을 띄우고 만들면서 나는 온갖 장류 냄새야. 이런 냄새는 아마 장이 제대로 익어가고 있다는 거 아닐까? 나는 향기롭기만 한데?” “그래? 다시 한 번 맡아볼까? 그래도 난 좀 고약한데.”
순창고추장의 맛은 대대로 이어지는 장인들의 솜씨가 묻어있기에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고추장만을 생각하고 지나온 세월이 장독에 담긴 고추장만큼 깊고 진하다.
“저기 좀 봐봐. 저기 장독대에서 장맛 보시는 분말이야. 고운 한복차림에 머리도 정갈하게 쪽을 지시고 장독대 사이에 계시니까 무슨 다큐멘터리 보는 것 같지 않니?”
“그러네. 저분 손에서는 왠지 매운 고추장 냄새가 날 것 같아. 그만큼 고추장과 함께 지나온 세월이 깊다고 하겠지?”
마을의 사람들은 대부분 길게 늘어선 장독들을 제일의 보물로 여긴다. 그곳에 담겨있는 것이 비단 고추장뿐일까. 지난날의 청춘과 세월이 묻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순창 고추장마을 사람들에게 가장 큰 보물은 무엇일까?” “아마 저 장독들이 아닐까? 하나하나 자식처럼 생각하시겠지. 줄지어 늘어선 장독대만 보아도 절로 배가 부르시다고 하셨잖아.”
“맞아. 이 장독들은 고추장마을 사람들의 보물이자 한국인의 보물이기도 하지.”
가을 무렵이면 순창에는 김장을 위한 빨간 고추를 늘어놓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또한 집집마다 줄지어있는 장독과 처마 밑에 매달린 메주는 짙은 장 냄새를 풍기며 상투적인 시골 풍경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코를 질끈 틀어막지만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지는 냄새는 절로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듭니다. 고추장마을의 가을은 맛있게 익어갑니다. 음식에 감칠맛을 더해주고 없으면 허전한 고추장으로의 여행을 원한다면 순창으로의 여행을 서두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