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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다녀간 이들이 마음 한 조각씩을 남겨두고 갔다. 산 속에 쌓는 또 다른 산, 산을 오르며 산을 본다.
사백 년의 세월을 머금고 선 나무. 오래도록 간직할 고민이라면 이 앞에 털어 놓아보는 것은 어떨지.
그 옛날 용왕이 점지해준 곳이라 그런지 넘실대는 파도 속에 용이 헤엄치고 있을 것만 같다.
저 창에서는 무엇이 내려다보일까. 오르는 수고를 마다한 이는 결코 알 수 없는 아름다움.
넓디 넓은 억새밭 사이에 웅크리고 있던 침묵이 사라졌다. 사람보다 풀이 더 많았는데 억새밭이 소란스럽다.
고개만 내밀고 있던 것이 어느새 활짝 입을 벌려 화려한 꽃잎을 토해낸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반질반질 윤이 나는 붉은 열매에게서 주름을 찾아볼 수 없다. 열매를 감싼 잎사귀 역시 매끄럽기는 매한가지.
가늘디 가는 삼실을 올려 놓고 쉴 새 없이 손과 발을 움직인다. 하나의 삼베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이 부딪치고 엮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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