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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지 않은 여수의 밤. 달빛과 함께 새 빛이 시선에 가득 차오르고 있다.
그 옛날 용왕이 점지해준 곳이라 그런지 넘실대는 파도 속에 용이 헤엄치고 있을 것만 같다.
다리 하나 올리면 넘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넘지 않는 이유는 그래도 그것이 담이기에.
미끄러져 내려갈까, 솟구쳐 올라올까. 틈새에서 만났음에도 막막한 마음.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 존재하는 거라고 했다. 마음의 수만큼 생겨나는 거라고 했다.
그래야만 했을까. 그렇게 했기에 지금 저 곳에 있는 거겠지. 뿌리가 바위로 변할 때까지 그래야만 했던 거겠지.
눈을 떼면 둥실, 날아오를 것 같은 풍경의 한 귀퉁이. 마음 속으로 눈싸움을 시작해 볼 때가 왔다.
나뭇잎 사이로 비쳐든 햇살에 눈이 시리다. 비쳐드는 것이 어찌 이리 선명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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