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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계천에서 추억을 곱씹다

    청계천에서 추억을 곱씹다

    지역서울특별시 성동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청계천에서 추억을 곱씹다

    • 프롤로그
    • 1.서울 한복판 낡은 판자촌
    • 2.안으로 들어가 보니
    • 3.추억이 새록새록
    • 4.아, 반가워라~
    • 5.유년시절과 마주하기
    • 6.잊혀 지지 않는 것
    • 7.청계천에서 만난 진한 기억
    • 8.달달한 행복
    • 에필로그

    청계천에서 추억을 곱씹다

    - 서울특별시 성동구 -

    청계천을 걷다 보면 옛 추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먹던 불량식품들이 좌판에 가득하고, 선반 위에는 못난이삼형제 인형도 있습니다. 어릴 때 동네에선 거의 보지 못했지만, 벽면에 걸린 흑백사진은 물론이고 부엌에서 쓰던 곤로까지 외갓집을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두물다리의 청계천판잣집체험관에 들른 이들은 저마다 이런 소소한 추억거리를 마주하면서 과거를 회상하기 바쁩니다. 1960~70년대까지도 대부분의 민초들의 삶이 저러했기에 십분 공감할 수 있는 걸까요?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청계천 위에서 나의 과거를 추억하라!“입니다.

    청계천문화관 맞은편에는 조금 특별한 건물이 우리를 기다린다. 바로 ‘청계천 판잣집 테마체험관’. 그 모습은 외형적으로도 상당한 볼거리가 되고 있다는데.

    “청계천변을 따라 좁은 집들이 이렇게 늘어서 있다니. 정말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인가요?” “과거 판자촌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전시공간이란다.”

    “저 안을 둘러보면 어른들의 생활 모습과 쓰던 물품들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을까요?” “글쎄, 어떤 볼거리가 있을지 한번 가보자.

    어려웠던 시절을 돌아보게 만드는 추억의 교실부터 만화가게와 흑백TV, 구멍가게, 연탄가게 등은 과거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고 있다.

    “멀리서 외관만 봤을 때는 보이는 게 다인 줄 알았는데 안으로 들어와 보니 ‘근현대 박물관’ 같아요.”

    “서울의 도심부를 관통하는 하천 청계천은 서울이 조선의 수도로 전해지기 전부터 흐르고 있었지. 그만큼이나 오래된 우리의 삶을 비추고 있구나.”

    서랍장 위에 포개놓은 두꺼운 솜이불에 요강, 풍로, 게다가 공부방 옆 연탄창고까지 익숙한 풍경과 또 한 번 마주한다.

    “연탄 부지깽이랑 한 번에 두 장을 들어올리는 집게며 다 추억거리가 됐어.”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시절은 어땠어요?”

    “예전에는 뉴스만 틀면 심심찮게 연탄가스 중독 사고를 알려줬는데 말이야. 연탄가스 마시면 식초를 마시라던 네 할머니 말씀이 떠오르는구나.”

    그 옛날 공부방의 풍경과 교복, 교실 난로에 데워먹던 양은도시락 등 소소한 등은 어른들을 추억 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만든다.

    “청계천과 판잣집이라. 저는 예전 모습이 아직 잘 상상이 안 가요.”

    “파주 헤이리마을이나 인사동에 가면 어른들에게는 추억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세대 것들을 알려주는 새로운 경험을 하러 많이들 가지만 이렇게 서울 청계천에도 예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는 줄 미처 몰랐네.”

    학창시철 체험도 방문객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아이들과 같이 교복을 입고 함께 사진도 찍으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아직 나한테 맞는 교복은 없나 봐요.” “아니야. 오히려 예전에는 교복을 딱 맞게 입지 못했어. 몸이 클 걸 대비해서 대개 큰 품으로 맞춘다거나 언니나 형에게 물려받는 교복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교복 하나도 제 몸에 맞추지 못한 시절이 있었네요.”

    입장료도 따로 없다. 특히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여유롭게 볼 수 있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어 더욱 좋은 체험관이다.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기신 것 같아요.” “추억하는 거야. 지금은 마트가 많아져 사라지는 구멍가게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았구나. 만화방도 예전에는 정말 많았는데 말이지.”

    “예전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 포스터도 있어요. 이건 정말 오래 된 거네요.”

    옛날이라고는 하나 그닥 멀지않은 옛날. 전혀 낯설지 않는 풍경이어서 그냥 돌아가기 못내 아쉽다면 다시 청계천 보도를 밟아보자.

    “아까 보니 이 근처 두물다리 ‘청혼의 벽’에서 다양한 연인들이 청혼 이벤트로 추억 쌓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또한 한강의 야경은 덤이요, 반포대교 달빛무지개 분수쇼에도 성산대교 밑이나 편의점 주변에서의 음악연주회는 지친 하루의 피곤을 말끔히 치유해주는 참 고마운 곳이야.” “동묘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가까울 수도, 멀 수도 있는 길이다.

    사랑고백 명소로 알려진 청계천 두물다리. 이곳에는 진짜포즈의 명소가 있다. 바로 `청혼의 벽`. 2012년 말 1000쌍을 돌파한 뒤 연말 명소로 뜨고 있다.

    “여기서 프러포즈 받는 사람은 참 좋겠어요. 꽤 비싸겠죠?”

    “판잣집체험관처럼 이 청혼의 벽 역시 이용료가 없다는 게 특징이지. 예약한 시간에 두물다리로 와서 무대에 등장한 여성에게 준비한 영상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저 워터스크린 위로 보여줄 수 있는 거지.”

    두물다리 ‘청혼의 벽’뿐만 아니라 인근에는 체험관 앞에는 연인끼리 사진 찍기도 좋은 청계천문화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인뿐 아니라 청계천 일대는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제격입니다. 또한 한강의 야경은 덤이요, 반포대교 달빛무지개 분수쇼, 성산대교 밑에서 열리는 음악연주회는 지친 하루의 피곤을 말끔히 치유해줍니다. 눈과 귀가 즐겁고, 맘이 가뿐해지고, 더불어 판자촌체험관에서 지난 옛 추억에 잠겨보는 하루는 수천 년을 묵묵히 흐르는 한강이 우리에게 주는 축복의 하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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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래마을, 프랑스를 가슴에 품다

    서래마을, 프랑스를 가슴에 품다

    지역서울특별시 서초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서래마을, 프랑스를 가슴에 품다

    • 프롤로그
    • 1.학교 따라 모인 프랑스 사람들
    • 2.담벼락에 새겨진 ‘Global’
    • 3.프랑스인의 와인사랑
    • 4.파리 패션위크의 명사
    • 5.작은 아테네신전, 스퀘어가든
    • 6.들판이 준 선물 오뗄두스
    • 7.프랑스 정통 베이커리 엿보기
    • 8. 작은 상점에서 만난 쁘띠프랑스
    • 에필로그

    서래마을, 프랑스를 가슴에 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

    원래 마을 앞의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 흐른다 하여 서래란 이름이 붙여졌지만, 몇 년 사이 서래로는 브런치 카페, 디저트 카페 등 카페문화를 선도하는 서울의 특별한 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블로거들의 단골 아이템 맛집이 가득하고, 아기자기한 노천 카페가 프랑스 향취를 만끽할 수 있는 서래마을은 서초구에 위치한 프랑스인 밀집지역으로 ‘서울 속의 프랑스’ 라고도 불립니다. 서래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면 ‘쁘띠 프랑스’의 기원도 보일까요?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서래마을 구석구석 숨겨진 프랑스의 흔적을 찾아라!

    낮게 깔린 건물은 복잡한 서울에서 뜻밖의 여유를 준다. 이곳은 국내 대표적인 부촌 중 하나다. 이중 마을의 중심은 역시 서울프랑스학교가 아닐까?

    “언제 한번 프랑스학교에서 바자를 한다는 말을 듣고 수업 중 잠깐 이곳에 들른 적이 있었어. 그때도 외국 아이들로 꽤 복작거렸는데.”

    “여기서 유치원부터 고교 3년 과정까지 가르치고 있어. 수업이 끝나면 파란 눈의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길거리로 나서는 모습이 참 정겹지?”

    서래로 끄트머리에 자리한 프랑스학교 담벼락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사진이 한가득 붙어 있다. 꽤 인상적인 이 사진들을 통해 마을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했을까?

    “서울의 부유층 동네처럼 높고 굳게 닫힌 대문과 담벼락의 모습을 보다가 이런 아기자기하면서 깔끔하게 단장된 담벼락이 오히려 더 이국적인 것 같아.”

    “맞아. 그런데 봐봐,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인데 표정은 모두 비슷하지 않아? 서래마을 한불축제같이 모두가 이 마을에서 하나가 된다는 걸 상징하는 걸까?”

    서래마을이 이색적인 테마 거리로 자리 잡은 것은 다양한 먹거리 덕이다. 브런치식당이나 이탈리안 레스토랑, 와인바를 갖춘 술집 등이 몰린 풍경은 그래서 더욱 이색적이다.

    “여기를 좀 봐! 입구에 와인병으로 탑을 쌓아놨어! 에펠탑을 생각하며 만든 걸까?” “글쎄, 테라스나 실내 장식도 모두 와인병으로 데코를 해놨어! 이거, 내가 찾던 와인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그보다도 브런치메뉴를 새롭게 선보인다고 써있는 걸 보니 지금은 술보다는 이게 좋겠어!”

    눈을 크게 뜨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파리 패션쇼 런어웨이를 재패하면서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패션디자이너 문영희 씨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고.

    “문영희 이마주드라비(Image de la vie)? 설마 그… 파리 패션쇼 무대를 처음 선 문영희?” “맞아. 바로 그 문영희 씨야.”

    “언제 이런 곳에 그분의 사저가 생겼지?” “꽤 오래 전이라지. 지금도 디자이너로서 프랑스, 한국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고 계셔.”

    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느낌이 돋보이는 건물들을 감상하며 골목 끝으로 가다 보면 작지만 유럽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에 커피 향이 매력적인 이국적인 카페를 발견한다.

    “주문과 동시에 바로 로스팅한 핸드드립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카페로군. 특히 네 가지 커피를 이곳만의 특별한 비율로 블렌딩해서 만드는 블렌딩 커피가 인기라는데?”

    “예술적인 감각으로 깨뜨린 벽돌모양을 봐봐. 이 프랑스풍의 멋진 인테리어도 좋고, 커피 볶느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저 두 형제의 인상도 참 좋아.”

    아르바이트로 나간 프렌치레스토랑에서 음식에 눈을 뜨기 시작해 지금은 일약 스타쉐프로도 더 잘 알려진 디저트카페 오뗄두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쁘띠 프랑스’ 코스다.

    “어린 시절을 가평에서 맛보았던 것들, 흙, 솔방울, 잣, 허브, 나물, 더덕 등… 끝도 없었어요. 그때 가평의 산과 들판이 준 선물이었죠. 배움만이 삶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유학길에 올라 지금 자리에 올 수 있었어요.”

    “정말 감동스토리네요. 아, 선생님! 지금도 점보슈크림빵 만들고 계시나요?”

    대로변에 위치해 쉽게 찾을 수 있는 베이커리가게 ‘파리크라상’은 프랑스 시골풍의 인테리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고풍스러운 멋이 살아 있다.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뺑드뮬, 깜빠뉴, 루스틱… 발음하기도 힘든 이 빵들, 전부 쉽게 접하기 힘든 종류들이라 하나하나 다 맛보고 싶어!”

    “그렇지? 이곳 이 수십여 종의 빵이 다 프랑스식 베이킹이라 모두 신기하고 새로워. 밀가루부터 시작해 프랑스산 원재료를 사용한다니 정통 프랑스빵을 제대로 맛볼 수 있겠어!”

    다시 프랑스학교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큰길가에 블링블링하니 외관부터 마을을 사로잡는 작은 아이템숍을 만나게 된다. ‘갤러리’라는 이름답게 볼거리가 참 다양한데?

    “주변에 갤러리도 많지만 문을 닫은 곳들도 참 많아서 아쉽지만, 그냥 돌아가려니 뭔가 허전했는데, 이런 쁘띠한 곳에 아기자기한 프랑스 소품숍을 만나게 되다니! 뜻밖의 행운인걸!”

    “수첩이나 엽서, 파우치에 프랑스인들이 즐겨 찾는 캐릭터가 한 가득이야! 정말, 파리의 어느 골목길 한켠에 자리한 작은 문구점에 온 것 같지 않니?”

    서래마을의 프랑스인들을 배려하는 각종 표지판과 보도블록, 골목 사이마다 오밀조밀 자리한 레스토랑들, 길가를 가득 메운 바게트 굽는 향까지, 프랑스문화를 그대로 끌어다 앉혀놓은 이곳은 그야말로 ‘서울 속 작은 프랑스’로 불릴 만합니다. 서래마을에서 반드시 산책을 해봐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듯합니다. 이처럼 자국의 문화를 깊이 있게 담아내기까지 프랑스인들을 서래마을로 불러 모은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교육여건? 쾌적한 환경? 친절한 이웃? 당신은 지금 서래마을에서 진정한 프랑스를 발견할 수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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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 그린 어울림 마을

    빛 그린 어울림 마을

    지역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빛 그린 어울림 마을

    • 프롤로그
    • 1.개미처럼 올라야 만나는 마을
    • 2.성곽을 닮은 달동네
    • 3.복고의 멋
    • 4.어렵던 시절
    • 5.빛 그린 어울림 마을
    • 6.이젠 소문난 서울 출사명소
    • 7.개미마을 개미일꾼들
    • 8.이런 동네, 서울에서 본 적 있어?
    • 에필로그

    빛 그린 어울림 마을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

    인왕산 입구 홍제동 어귀에는 ‘개미마을’이라 불리는 동네가 있습니다. 약 1,000만 관객을 울린 영화 ‘7번방의 선물’ 속 주인공인 6살 지능의 사내 용구가 어린 딸과 오순도순 살던 산동네를 떠올리면 마을이 조금 쉽게 그려집니다. 실제 이 마을은 서울의 몇 남지 않은 산동네이자 달동네입니다. 부녀의 소꿉장난 같은 살림살이가 행복했던 그 풍경에 발을 디뎌봅니다. 그새 칠이 많이 벗겨진 꽃그림, 나무그림의 벽화는 수년이 지나고 보니 외려 아련한 맛도 있습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개미마을에서 소담한 멋을 간직하고 돌아오라!

    개미마을까지 가는 얼개는 간단하지만 쉬운 길도 아니다. 골목이 미로처럼 얼기설기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쉼 없이 오른다. 이 ‘고생길’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젊은이가 그 정도 혈기로 힘들다 소리는, 쯧쯧~. 우리 노인들은 몇 번이나 다리를 쉬며 집으로 가곤 해도 그나마 좋은 날은 낫지. 해마다 겨울이면 연탄을 지고 이 계단을 올라 다녔지. 그것도 이제 이력이 나서 괜찮아. "

    "달동네 사는 게 왜 힘든 줄 알아? 바로 겨울 추위야 추위. 길이라도 얼어 봐,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한 걸음 떼기도 힘들어.”

    마을로 향하는 가파른 길은 쉼이 없다. 하지만 보람도 있다. 정상에 다다를 즈음 입구에서 올려다 본 마을은 마치 성곽을 연상케 하는데!

    “여느 달동네가 그러하듯 이 동네도 낡은 지붕과 지붕이 면을 겹치고 있어. 집과 집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한 게 마치 성곽이 둘러쳐진 것 같기도 해.”

    “슬레이트 지붕을 인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그렇지. 대부분 50년은 족히 된 것 같아.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아래에서 볼 때와는 전혀 딴판이구나.”

    한눈에도 홍제동 개미마을은 그리 부유하지 않다. 하지만 복고의 멋이 제대로 살아 있다. 예스런 아이템들을 발견하는 건 지금부터는 그리 힘을 들이지 않아도 가능하다.

    “앗, 공중화장실이야! 이제 시민공원 정도나 가야 있을 법한 화장실이 여기서는 아직도 일상으로 자리하고 있네. 이곳엔 마을버스도 저렇게 커다란 소리를 내며 겨우 오르는구나.”

    “산 아래로 삐져나온 커다란 바위 위에 집들이 아슬아슬하게 걸터 있어. 바위 사이로 골목이 구불구불 나 있는 것도 그렇고, 저 집은 대문이 바위 사이에 나 있는 것 같아.”

    개미마을의 시작은 바로 천막촌에서부터다. 당시 그 모습이 마치 서부 인디언마을 같다고 하여 ‘인디언촌’이라 부르기도 했다. 마을사람들은 그 이름을 어떻게 기억할까?

    “6·25 터지고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와 임시 거처로 천막 치고 모여 살기 시작했지. 그래서 ‘인디언촌’이라지만, 인디언처럼 소리 지르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가능성도 있어. '

    "난 그래서인지 여기 한 30년 넘게 살았지만 그 이름은 영~ 별로였어. 봐봐, 지금은 다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개미마을’, 얼마나 듣기 좋아?”

    홍제동 개미마을이 출사장소로 유명세를 타게 된 건 아름다운 벽화들이 거리마다 즐비하기 때문이다. 새옷으로 단장한 담벼락은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 이 동네에 산다고 하기가 좀 그렇기도 했지. 친척들 오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그런데 동네 분위기가 이렇게 바뀔 줄 몰랐어. "

    "그전까지 동네 벽들이 온통 금가고 낙서들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마을이 몰라보게 밝아졌지. 개발 찬반도 심해서 담벼락마다 험담이 가득했는데 그걸 덮어줬으니 이보다 고마울 데가 없어.”

    이제 주말이면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로 꽤 북적인다.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벽과 골목 곳곳에 그려진 그림들을 연신 렌즈에 담는다. 다양한 벽화 속 그림들을 감상해보는 건 필수다.

    “이곳 벽화에는 ‘환영’, ‘가족’, ‘자연친화’, ‘영화 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 등을 테마로 한 그림들이 50개도 넘는대. 예전의 개미마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야. 그림만 다 돌아보고 나가도 대형 전시회를 감상한 기분이겠는걸?”

    “전시회는 사진을 찍을 수 없잖아. 여긴 얼마든지 셔터를 누를 수 있고 연출도 가능하지.”

    개미마을에는 텃밭이 참 많다. 텃밭마다 고추와 상추, 대파가 심어져 있고 각종 채소가 자란다. 텃밭 가꾸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인생고락이 느껴질까?

    “그나마 우리 마을 바뀌기 시작한 건 학생들 찾아와서 붓 하나씩들 잡고 담벼락에 그림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라지. 그래도 사람들 사는 건 웬만해서는 잘 안 바뀐다고.”

    “하지만 말이야. 이곳 사람들,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가난하지도 않고. 다들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왔을 것 같아. 저 텃밭들을 좀 봐. 시장 안 봐도 1년은 너끈히 먹겠어.”

    개미마을에 저녁이 왔다. 산등성이 마을에 하나둘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불빛은 참 따스했다. 마치 개미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한국전쟁 후에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천막 짓고 살던 ‘인디언촌’에서 시작했는데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지금 이 사람들이 얼마나 인정 넘치는지 누가 알아주나? "

    "아프면 서로 돌봐주고 좋은 일 있으면 같이 기뻐해주고……. 그렇게 서로 의지하고 기대면서 하루하루 살아가, 우리는.”

    족히 40년은 된 낡은 집들이 고스란히 캔버스가 된 홍제동 개미마을은 이제 서울의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은 듯 보입니다. 눈에 익은 ‘삼거리 약수터·연탄가게’, 영화 속 오지 않는 아빠 ‘용구’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버스정류장, 산기슭까지 다닥다닥 묻혀 있는 낡디 낡은 집들까지 지난날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을 법도 한 왠지 모를 아련함이 진하게 묻어나는 개미마을입니다. 여러분은 이곳에 가면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추억의 느낌을 어떤 색깔로 칠하고 돌아올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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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속 이색낭만을 찍다

    도심 속 이색낭만을 찍다

    지역서울특별시 마포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도심 속 이색낭만을 찍다

    • 프롤로그
    • 1.아마추어처럼 날아서 프로처럼 쏘다
    • 2.계절은 기억 저편으로, 익숙함은 사진으로
    • 3.진짜 전문가로 거듭나길 원해?
    • 4.서울에서 만나보는 메타세쿼이아길
    • 5.평화의공원 단골 출사지
    • 6.때로는 내려놓을 줄 아는 자세
    • 7.조화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포토존
    • 8.해가 지면 또다시 시작되는 ‘마법의 시간’
    • 에필로그

    도심 속 이색낭만을 찍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

    월드컵대교를 지나다 만발한 꽃들이라도 발견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사진’입니다. ‘은은한 향기가 철따라 만발한 난지천에서 찍는 난초, 지초는 얼마나 생기 넘칠까?’ ‘널찍한 초지가 일품인 하늘공원의 조망을 담아보는 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들입니다. 시원한 주말 카메라 하나 챙겨들고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뛰어들어 보겠다 마음만 먹고 있었다면, 이제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도 바로 ‘월드컵공원 일대를 거닐며 나만의 한 컷을 담아라!’입니다.

    꽃과 풀이 있는 곳에는 늘 벌과 나비, 메뚜기 같은 곤충이 있기 마련이다. 월드컵공원 내 난지천공원에서도 벌과 메뚜기를 만난다. 멀어지는 피사체는 어떻게 찍어야 좋을까?

    “15mm 어안렌즈를 주로 마운트해서 갖고 다니고 있는데 한번 교체해봐야겠어. 새로운 시야를 확보하는 연습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거든.”

    “초광각렌즈는 피사체가 멀어질수록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멀게 표현되지 않을까?” “이 메뚜기도 최단거리로 접근하지 않는 한 제대로 찍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필요할 테지.”

    야생화가 피어 있다면 아마 개망초는 늘 볼 수 있는 녀석 중 하나다. 특히나 난지천에는 개망초가 아주 광활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또 다시 구도 물색에 들어간다.

    “벌써 억새가 폼 잡을 때가 되어가나 봐.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은 길어지는데 햇살이 예쁜 봄과 하늘이 예쁜 가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구나. 왠지 아쉬운데?”

    “그런 의미에서 이곳을 나만의 구도로 기념사진을 남겨봐야겠어. 그렇게 아쉬움이 나만의 익숙함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게 사진의 매력이고 장점 아닐까?”

    이름부터 근사한 하늘공원은 억새밭 사이로 보이는 풍력발전기와 탁 트인 하늘이 백미.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이다. 하지만 공원으로 들어서기 전 수칙이 있다고!

    “휴~ 291개나 되는 계단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멋부리려고 신은 워커가 이렇게 애물단지가 될 줄이야.”

    “고가 카메라보다는 편안한 신발과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전문 지식보단 카메라 매뉴얼을 숙지하는 건 기본이야. 카메라와 친숙해지고 싶으면 꼭 편한 신발을 착용하도록 해.”

    하늘공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작은 산책로 메타세쿼이아 길은 시원하게 쭉 뻗은 산책로의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 울창한 숲길이 매력적이다.

    “옆에 달리는 아스팔트 도로와는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질 정도로 동화 같은 풍경이 이런 도시 한복판에 존재하고 있다니!”

    “지금이면 초록빛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단순한 풍경사진부터 평소에 자주 찍던 인물사진까지 그 효과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거야.”

    한강 위를 비추며 빌딩 사이로 숨어드는 해가 흐리게 깔린 구름 때문에 선명한 노을을 담을 수 없었지만 부드러운 빛이 주는 포근함은 왠지 멋지게 담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른 코스모스들은 이미 꽃잎이 시들고 연보랏빛 개미취와 은빛으로 흔들던 갈대가 꽃을 피워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정말 장관이야.”

    “잠실대교 아래 어디쯤 탁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저 회색빛 빌딩이 남산타워인가? 저 빌딩 사이로 붉은 마침표를 찍고 지는 태양을 담아보자!”

    평화의공원에서 징검다리는 누구나 사진을 찍는 곳. 대부분 피사체를 다리 위에 세워놓고 강 건너에서 사진을 찍는데 좋은 사진이 거의 없다. 뭐 획기적인 방법 없을까?

    “몇 번 구도를 잡았는데 인물도 안 살고 배경도 허전한 사진들뿐이야.” “그럴 때는 과감하게 징검다리 앞에서 촬영해보는 거야. 봐봐. 사람 얼굴부터 확연히 드러나지? 때로는 배경을 일부분 포기하는 것도 사진을 살리는 방법이지.”

    “정말이네. 호수를 포기한 대신 인물의 좋은 표정과 편안한 갈대숲을 얻었구나.”

    월드컵공원은 볼 것이 많다. 드넓은 생태공원부터 미술관, 음악분수, 산책로 등등. 하지만 이중 사진 촬영명소로 각광받는 포토존은 따로 있다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갖가지 테마의 아름다운 촬영 명소들이 마치 내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는구나.”

    “이제 곧 해가 질 텐데,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가을의 풍경 한 자락, 석양이 질 무렵 아닐까? 이제 곧 해가 질 텐데, 진짜 황금 컷을 잡으러 평화의공원 수변으로 나가보자!”

    특유의 고즈넉함 못지않게 평화의공원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 또한 일품이다. 예쁜 야경사진을 촬영할 때도 노하우가 있다는데?

    “곧 해가 질 거야. ‘매직아워(Magic Hour)’를 활용해봐!” “매직아워? 그게 뭐야?”

    “해가 지는 시간을 기준으로 전후 약 30분간 매직아워를 하는데, 이 시간에 사진을 찍으면 빛의 산란현상으로 인해 하늘이 새파랗게 촬영되어 색감이 아주 좋지!”

    ‘난 어디를 가도 내 맘에 드는 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는 자신감, 이제 어느 정도 생기셨나요? 마음의 반영으로, 행복한 사진을 찍기 위해선 행복한 마음을, 사랑스러운 사진은 사랑스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사진은 찍는 사람이 표현하고 싶은 구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끔은 엎드리고, 때론 보조의자를 놓는 상상력과 과감함이 필요합니다. 기계가 만들어 주는 퍼포먼스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계가 아닌 감수성을 가진 사람만이 찍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은 만사 제쳐두고 월드컵공원 일대로 출사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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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고한 정신을 찾아서

    숭고한 정신을 찾아서

    지역서울특별시 동작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숭고한 정신을 찾아서

    • 프롤로그
    • 1.생생한 흔적들
    • 2.현충문 앞에서
    • 3.평화를 위하여
    • 4.경찰 충혼탑
    • 5.묵념의 시간
    • 6.한 분 한 분의 이름을
    • 7.충혼당
    • 8.충효를 되새기는 길
    • 에필로그

    숭고한 정신을 찾아서

    - 서울특별시 동작구 -

    동작구에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아마, ‘충효의 도시’ 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립 현충원이 자리하고 있는 동작구에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국선열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숭고함 앞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 어쩌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한 삶은 그들이 주신 선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래블아이가 선택한 동작구의 여행 코스 또한 단연 현충원! 이곳에서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미션, ‘현충원에 깃든 호국 정신의 흔적을 찾아내라!’

    국립묘지의 정면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거대한 분수이다. 이 분수의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는데, 어떤 분수일까?

    “충성분수탑이야. 펄럭이는 태극기의 모습과 금방이라도 함성을 지를 것 같은 순국선열들의 모습. 너무나도 생생해서 눈을 뗄 수가 없구나.”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있었던 일인데도 마음이 아파요. 얼마나 굳은 각오를 가져야 전쟁터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일까요? 존경하고, 또 감사해요.”

    현충원으로 통하는 문, 현충문이 보인다. 현충원에 들어서기 전, 잠시 몸과 마음가짐을 단정히 하는 순간을 갖도록 하자.

    “아름답고도 웅장해요. 저 안에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분들이 잠들어 계신 건가요? 빨리 만나 뵙고 싶지만, 그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을래요.”

    “오늘따라 어른스러운 모습인데? 벌써부터 이곳에 너와 함께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회원들의 성금으로 만든 종인 호국종. 이 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고, 언제 울리게 되는 종인지 생각해 보자.

    “호국종? 용감히 싸우다 전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고, 또 앞으로의 평화를 기리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종이 아닐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매년 6월 25일이 되면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이 종을 치곤 한다고 들었단다.”

    현충원은 한국전쟁의 순국선열들만을 기리는 곳이 아니다. 경찰충혼탑 앞에 서면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의 업적을 실감할 수 있을 것.

    “너 아주 어렸을 때 꿈이 경찰관이었던 것, 기억나니? 그 때 나는 혹시 네가 위험하기라도 할까봐 반대를 했었지. 경찰에는 아주 큰 용기와 숭고한 정신이 필요한 것 같아.”

    “맞아요. 위풍당당한 경찰관 아저씨들의 모습에 반했던 것 같아요. 이제 저 호랑이 두 마리가 그 분들을 지켜드리고 있으니, 조금은 안심이네요.”

    현충원에는 그야말로 수많은 순국선열들이 안치되어 있다. 묘역을 찾아 그 풍경을 직접 눈에 담은 사람들에게 순국선열들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데?

    “세상에, 숨이 막혀 오는 것만 같아요. 평소 이분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제 태도를 반성하게 돼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라를 지켜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래, 맞아. 평소에 이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지.”

    현충원 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수많은 이름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이름 하나 하나에 한 사람 몫의 삶이 담겨 있으니, 가볍게 지나치지 말도록 하자.

    “걸음이 점점 느려지는구나. 생각도 많아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야.”

    "저도 그래요. 어떻게 이곳에서 웃거나 뛰어다닐 수 있겠어요? 다음에 이곳을 찾을 때에는 꼭 꽃 한 송이를 준비해야겠어요.” “좋은 생각이구나. 꼭 그렇게 하도록 하자.”

    국립서울현충원이 만장됨에 따라 국립대전현충원이 개원하였으나, 서울현충원 안에는 충혼당이 추가 건립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기 나무 너머로 보이는 저 건물이 바로 충혼당이군요.” “그래, 맞아. 서울에 고인을 모시기를 희망하는 유족들을 위해 건립했고,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곳이란다.”

    “현충원의 규모는 정말 엄청나군요. 이곳에 담긴 마음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지요?”

    현충원 앞에는 ‘충효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길이 있다. 이 길의 끝에서 또 하나의 특별한 장소를 만날 수 있다는데, 그곳은 어디일까?

    “이 길을 쭈욱 따라가면 사육신 공원이 나온다고 해.” “사육신과 현충원을 잇는 길이라니, ‘충효길’이라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그럼, 다음 행선지는 그곳으로 정해 볼까요?”

    “좋지. 산책하는 동안 생각이 많아질 것 같아.”

    가끔, 우리가 바쁜 삶을 핑계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분들의 고마움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트래블아이>와 같은 생각이 드신다면, 지금 당장 현충원으로 향해 보세요.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도 잠시, 그곳에 인사를 드리러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홀가분해질 테니까요. 이어지는 행선지, 사육신 공원은 어떤 곳일까요? 그곳에서도 애국정신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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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을 걷다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을 걷다

    지역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을 걷다

    • 프롤로그
    • 1.청사초롱 따라 걷는 회기로
    • 2.애국지사들이 찾던 고찰 청량사
    • 3.서울에서 만나는 세종대왕기념관
    • 4.가던 걸음 멈추고 시선을 돌리면
    • 5.국내 최초의 수목원, 서울 홍릉수목원
    • 6.살아 있는 식물도감
    • 7.황후의 혼 서린 수목원
    • 8.동대문 평화시장을 가로지르는 청계천
    • 에필로그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을 걷다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

    오늘날 동대문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지역입니다. 과거 동대문구 청계천변에 개장한 평화시장은 아직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신흥 패션타운도 여러 군데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평화시장을 가로지르는 청계천 일대는 언제나 관광객과 차량으로 붐빕니다. 하지만 이처럼 붐비는 동대문구에도 호젓한 ‘히든 플레이스’가 있답니다. 차들이 가득한 도로 옆길에서 벗어나 조용한 명소를 걷다보면, 교외로 나온 듯 차분해지기까지 합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바로 ‘동대문의 숨은 명소를 걸으며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을 느껴라!’입니다.

    동대문 회기로는 서울시가 선정한 ‘도심 속 걷기 좋은 길’ 중 하나다. 회기로는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서 서울 성북구에 이르는 총연장 1.75km의 길이다.

    “이 청사초롱 좀 봐. 정말 단아하지 않니?”

    “그런 것 같아. 참, 우리가 걷고 있는 회기로가 서울시에서 선정한 걷기 좋은 서울 도심길 중 한 곳이래. 청사초롱을 보며 은행나무 아래를 걷는 것만으로 운치있는 것 같아.”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부근 청량사는 천장산 남쪽 기슭의 비구니 도량이다. 예부터 4대 비구니 도량으로 유명한 이곳에 어떻게 애국지사들이 자주 드나들게 됐을까?

    “청량리에는 청량리역만 있는 줄 알았는데, ‘청량사’라는 절이 있는 줄 몰랐어.”

    “청량사는 신라 시대에 지어진 절이래. 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한용운 선생이 이곳에 자주 머물렀다고 하니 괜히 숙연해지는 것 같지 않니?”

    애초에 종묘에 건립하려다 우여곡절 끝에 이곳에 세워진 세종대왕기념관은 조금 낯설지만 역시 들러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어떤 볼거리들이 있을까?

    “세종대왕과 관련한 건축물은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 전부인 줄 알았어.”

    “그렇지? 하지만 찾아보면 이곳처럼 세종대왕에 관해 알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여러 곳 있어. 특히 이곳 세종대왕기념관은 세종대왕이 남긴 업적을 한눈에 모아볼 수 있는 곳이야.”

    세종대왕은 현대에도 존경받는 최고의 임금으로 꼽힌다. 여기엔 그의 수많은 업적이 따르고 있기 때문. 아직 세종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 기념관을 두루 둘러보자.

    “일월오봉도, 물시계 등, 고궁박물관에서 본 것들이 실제 시야에 들어오니 무척 반갑고 또 뿌듯해!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꿰뚫을 수 있겠어.”

    “정말 그래. 저기를 조 봐. 와~ 우리의 옛 멋을 잘 살린 전통혼례가 치러지고 있어. 단지 체험이나 관람 수준인가? 실제 혼례를 올리는 것도 같지?”

    홍릉수목원은 임업 연구원 부속 수목원이다. 일반인은 주말에만 관람할 수 있으며, 평상시에는 연구의 터전이기도 하다. 침엽수부터 활엽수까지 다양한 수종이 자생하고 있다.

    “여기를 처음 온 사람이면 누구나 ‘서울에도 이런 숲이 있구나 하고 놀란다고 해. 목본 1,220여종, 초본 810여종이나 되니까. 나도 이곳을 두 번째 찾았을 때 비로소 나무마다 붙어 있는 이름표가 눈에 들어왔지.”

    “연구동 뒤로 와봐. 숲이 제법 울창해. 여기 얼레지·복수초·곰취 등 야생화도 잔뜩 있어.”

    13만평 중 3만평을 개방하고 있는 이 수목원의 꽃길을 걸어가면 침엽수원, 활엽수원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 식물들, 비교적 볼 수 있는 방법이 쉽다는데?

    “침엽수끼리 활엽수끼리 종별로 묶고 또 비슷한 나무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네.”

    “나무 이름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출신지명도 보이는구나. 제3활엽수림의 팽나무는 월악산, 단풍나무는 점봉산에서 가져왔어. 사람주나무는 안면도, 비자나무는 제주도…. 수목원의 풀과 나무들, 이제 보니 전국 각지에서 하나둘 모은 거로구나!”

    홍릉수목원은 1922년 명성왕후의 능이 있던 홍릉 지역에 임업시험장을 설립하면서 조성된 한국 최초의 수목원이다.

    “오리나무 물갬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이 수목원 전체 숲을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고, 국내 자생수목인 잣나무, 전나무 등을 소나무 숲 아래에 식재하여 복층림 구조를 이루고 있어.”

    “마치 깊은 산 중의 숲길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들지?” “여기서 명성황후 능지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청계천은 평화시장이 있는 동대문을 가로지른다. 과거 이곳에는 영세 상인들과 서울의 빈민들이 거주하는 쪽방촌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헐리고 녹지대로 거듭났다.

    “조용한 강물이 흐르고 가게들이 즐비한 이곳에 정말 쪽방촌이 있었을까?”

    “그렇다고 해. 이곳은 과거 노동운동이 활발히 일어난 곳이기도 하지. 하지만 지금 이곳은 유유히 흐르는 청계천과 그 옆으로 난 산책길로 더없이 평화롭기만 한 것 같아.”

    서울 도심은 붐비고 시끄러운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가을이어서 햇살은 더없이 따사롭고, 때때로 부는 바람은 알싸해 걷기 좋았습니다. 풍물시장 근처에서 출발해 걷는 동안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청계천은 복개와 복원을 거듭하고, 혼잡하던 평화시장 일대는 걷기 좋은 산책길로 바뀌었다는 사실, 그리고 독립운동가의 발길이 닿은 사찰이 아직 거기 있다는 사실은 <트래블아이>의 고개를 왠지 끄덕이게 했습니다. 지금 바로 걷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동대문으로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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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영 시인이 풀처럼 누운 그곳엔

    김수영 시인이 풀처럼 누운 그곳엔

    지역서울특별시 도봉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김수영 시인이 풀처럼 누운 그곳엔

    • 프롤로그
    • 1.영험한 기운의 은행나무 고목
    • 2.“비나이다~ 비나이다~”
    • 3.때로는 혹한의 시련도
    • 4.800년 고령 나무의 비밀 뒤에는
    • 5.원당샘을 국내 최고라 말하는 이유
    • 6.미네랄 샘물로 자생하는 공원
    • 7.도봉동문으로 가면!
    • 8.우러러 사모하다
    • 에필로그

    김수영 시인이 풀처럼 누운 그곳엔

    - 서울특별시 도봉구 -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 도봉을 두고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각별한 저항정신이 아직 살아 있다 말할 수 있는 건, 현대문학의 거장 故 김수영 시인의 발자취가 방학동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관에서 시작해 원당공원에 이르는 ‘김수영 거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길에는 오랜 명맥을 이어온 특별한 뭔가가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뭘까요? <트래블아이>의 오늘 미션은 바로 ‘김수영 시인이 풀처럼 누운 그곳에서 바로 그 특별함을 만나라!‘입니다.

    연산군 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한 아파트단지 안에는 주민들이 영물로 떠받든다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뭔가 범상찮은 기운의 이 나무, 찬찬히 살펴보자.

    “키가 10m는 더 돼 보이지? 이 자리를 얼마나 지키고 서 있었던 걸까?” “글쎄? 모르긴 몰라도, 오랜 기간 이곳을 지나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햇살을 통해 그대로 비추어주는 듯해. 이 고풍스러운 자태, 정말 멋져.”

    “한때 아파트와 오른편 빌라에 막혀 뿌리, 가지가 뻗지 못해 나무색깔이 변하기도 했다지.”

    이 고목은 예부터 나무에 빌면 아들을 낳게 해주는 신령수로 통하는 신통방통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어떤 이야기일까?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가지에 불이 붙었다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에도 갑자기 불이 났대. 믿겨지니?”

    “믿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고. 아래로 처지는 저 가지가 바로 아들을 점지해주는 기운이 있다는데. 어쨌든 이 지역 명물인 건 분명해.”

    이 영험한 나무에도 시련은 닥친다. 1990년대 주변에 아파트 대단지와 빌라촌이 들어서면서 생육에 지장을 받게 된 것인데? 당시를 회상해보자.

    “처진 나뭇가지에 지지대를 세우고 병충해 부위를 도려내는 수술도 4차례나 받았어. 도봉구는 주민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나뭇가지를 가로막던 빌라 2동의 12가구를 매입해 철거도 마쳤지.”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지역이 모두 하나로 똘똘 뭉친 거구나! 정말 대단해.”

    사실 이 고목은 가뭄 때 마르지 않고 혹한에도 얼지 않아 수맥을 이룰 수 있었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이재 이곳의 두 번째 특별함이 정체를 드러낼 순간이 온 것 같은데?

    “여기가 바로 연산군묘야. 여기서 왼편에 보면 600년 전부터 식수로 사용한 우물이 있어.” “와! 이번에는 600년이야?”

    “그래. ‘원당샘’이라는 우물인데, 800년이 넘는 세월에도 은행나무가 건강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이 우물의 수맥이 이어진 덕분이라는 거야.”

    수백 년간 방학동 사람들의 생활용수로 사용됐던 원당샘물은 건강에 좋기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시중 생수와 비교해 어떤 면에서 뛰어난 걸까?

    “일단 맛만 봐서는 여느 생수 맛이랑 다른 점은 못 느끼겠는데?”

    “미네랄 함유량이 훨씬 높다는데, 맛으로 그 차이가 느껴지겠어? 미네랄 함량은 칼슘과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등 성분으로 측정하는데, 마그네슘은 물에 녹아 있는 경우 특히 인체에 쉽게 흡수되지. 충분한 양의 미네랄을 섭취하면 어디에 좋은지 알고 있니?”

    원당샘 주변은 역사문화 탐방에도 제격이라는 자연친화적인 원당샘공원이 자리해 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공원에 들어서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파평 윤씨 일가가 원당마을에 정착하면서 이 샘도 ‘원당샘’으로 명명했다지. 근데 2009년에는 샘물도 말라서 흐르지 않다가 이를 복원했어. 지금 이곳에는 원당샘공원도 생겨났지.”

    “와~ 이런 곳에 전통연못부터 꽃담, 사모정까지 다 있네. 자연친화적인 공원의 식물들이 모두 원당샘물로 자생하고 있구나!”

    도봉산은 어느 지점에서 보아도 명산의 자태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북한산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 자연공원이라 볼거리도 배울 거리도 많다느데?

    “도봉산이 북한산이라 불리게 된 건 조선조 중종 때라고 해요. 북한산성을 축성한 뒤죠.”

    “이야~ 그런 사실은 처음 알았는걸. 2천 년의 역사가 담긴 북한산성을 비롯해 수많은 역사, 문화유적이 이곳에 있겠구나!” “옛 풍습을 되살리려는 도봉사람들이 이곳은 어떻게 가꿔놓고 있는지 궁금해요!”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다 보면 수려한 경치에 둘러싸인 계곡과 그 인근에 의미심장한 글귀가 새겨진 바위가 눈에 띤다. 그곳으로 가보자.

    “이건 우암 송시열 선생의 글귀로구나!” “정말! 가만, 여기는 또 곡운 김수증 선생 글씨가 있어요! ‘높은 산처럼 우러러 사모한다’ 누구를 사모하기에 이렇게 새긴 걸까요?”

    “조광조의 학덕을 칭송하는 의미에서 새긴 거지. 또 어떤 글귀들이 남아 있나 살펴볼까?”

    김수영 시인의 ‘풀’은 과연 어떤 이름의 풀일까요? 사람들은 흔히 무명초라고 하지만 사실 이름 없는 풀은 별로 없습니다. 단지 그 이름을 모를 뿐입니다. 김수영 시인 역시도 무슨 풀인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수영 시인의 ‘풀’은 바람에 눕고 바람 때문에 일어나고 바람 때문에 울고 바람 때문에 웃었습니다. 옛날부터 도봉구 방학동 사람들은 고목 하나에 울고 웃고 샘물 하나에 일어서는 민초 그 자체였습니다. 방학동 ‘김수영 거리’에서 찾은 여러분만의 ‘특별함’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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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 속 아날로그 감성

    도시 속 아날로그 감성

    지역서울특별시 노원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도시 속 아날로그 감성

    • 프롤로그
    • 1.그 시절 화랑대역
    • 2.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 3.당당한 젊음을 비추하는 그곳
    • 4.화랑의 정신이 깃든 곳엔
    • 5.화려하게 피었다 쓸쓸히 지다
    • 6.문정왕후의 계절을 반추하다
    • 7.추억을 음미하는 곳
    • 8.가을의 문턱을 넘어
    • 에필로그

    도시 속 아날로그 감성

    - 서울특별시 노원구 -

    늘 기척도 없이 다가와 바쁘게 사라지는 계절이라 조금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보내는 가을은 언제나 서툴고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수확을 앞둔 흙은 한결 부드러운 윤기가 흐르고 바람은 무더위를 밀어낸 자리에 풍성한 곡식의 향을 불어넣습니다. 그 소소하고 미미한 변화들을 도시의 삶에서 잊고 지낼 뿐입니다. 호박넝쿨이 뒤덮은 기찻길과 이제는 찾는 이 없는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을 걷다 보면 절로 걸음이 느려지고 마음은 고요해집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바로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에서 아날로그 감성에 간지럼을 태우자!’ 입니다.

    지금은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으로 통하는 화랑대역은 1939년 경춘선의 개통과 함께 이름을 ‘태릉역’이라고 했다. 왜 이름이 화랑대역으로 바꾼 걸까?

    “지금도 내 친구 하나는 과거 육군사관생도였던 남편이 훈련 길을 오는 새벽녘 이곳 간이역에서 눈물과 눈짓으로 인사를 하던 애틋한 연애시절을 떠올리더라.”

    “그들뿐 아니라 육군사관학교가 역사 옆에 들어서고 ‘화랑대역’으로 이름을 고쳐 지으면서부터 70여 년 동안 이곳은 많은 사람들의 아련한 추억거리들로 차곡차곡 쌓이게 됐겠지.”

    새벽녘 훈련소로 떠나는 애인과 눈짓으로 작별하던 소박한 화랑대역은 지난 70여 년 세월을 들고 나며 쌓인 아련한 이야깃거리만 남긴 채 홀연 남겨져 있다.

    “삼각형 박공지붕도 인상적이고,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라 한때 사진 동호인들에게도 각별한 사랑을 받은 곳인데, 경춘선이 복선화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낡아가고 있구나.”

    “그렇군. 선로 위로 난 온갖 잡풀 때문에 걷기조차 어려울 정도야. 하지만 이 일대에 도심공원이 만들어진다니 이 간이역이 어떻게 변할지 내심 기대가 되는데?”

    육군사관학교에 가면 국방의 의무를 다했던 이들에겐 멋진 추억이 되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씩씩한 젊음의 매력은 배가되는 장소가 따로 있다는데?

    “배우 리처드 기어를 일약 대스타로 만들었던 영화 ‘사관과 신사’에서 사관학교 생도들이 자신을 기다리던 애인을 와락 끌어안던 장면, 기억나니?”

    “국방의 의무를 다했던 청춘들에 대한 기억 말이지? “맞아. 육군사관학교도 간성문 밖에 그런 영화 같은 장면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

    육군사관학교 일대는 60여 년 대중에 쉽게 개방되어지지 않았던 공간이기에 넓은 녹지와 아름드리 단풍나무가 호기로운 산책로를 보다 더 여유롭게 거닐 수 있다.

    “매주 한 번씩 화랑의식을 관람할 수 있다더니 우리가 때맞춰 잘 왔구나! 정복을 갖춰 입고 행진하는 저 생도들, 참 의젓해 보이지 않니?” “맞아. 텔레비전으로만 보았던 화랑연병장과 육군박물관까지 다 둘러보았으니 그만 갈까?”

    “잠깐! 이곳에도 단풍나무 숲길이 이렇게 잘 조성되어 있었다니,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데?”

    조선 최고의 권력가로 화려하게 피어올랐으나 쓸쓸히 저문 문정왕후 윤씨의 무덤 태릉은 남편의 곁이 아닌 서울의 북쪽을 외롭고 쓸쓸하게 지키고 있다.

    “조선을 대표하는 악녀라 하면 흔히 장희빈을 떠올리겠지만, 그보다 더한 여인이 바로 이 무덤의 주인인 문정왕후 윤씨 아니었을까 싶어. 12살 아들을 임금의 자리에 앉히려고 온갖 술수를 동원하게 된다지. 즉위 8개월 만에 숨을 거둔 인종 독살설도 나오니까.”

    “화려하게 피어올랐지만 쓸쓸히 저문 그녀의 인생은 우리네의 헛된 욕망과도 꼭 닮았어.”

    태릉 외에도 인근에는 문정왕후의 일생만큼이나 붉은 단풍이 산책로를 뒤덮어 고즈넉한 운치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가볍게 거닐어보자.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이 태릉 입구에 자리해 있어. 이 가을여행에서 우리 역사의 가치, 문화의 우수성을 함께 배울 수 있어 좋구나.“

    “그렇다 하더라도 문정왕후가 사랑했을 법한 이 붉은빛 산책로를 둘러보지 않고 돌아가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서울여대 졸업생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소라분식도 들러본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메뉴들을 마주하고 있자니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식욕도 빠르게 찾아든다.

    “쫄깃한 떡에 매콤달콤한 양념장으로 맛을 낸 떡볶이와 고소한 치즈를 듬뿍 올린 치즈주먹밥, 가을만 되면 이 맛이 얼마나 그립던지.” “맞아. 중간고사 마치고 먹는 요 ‘질펀이’의 매운양념도 캬~.”

    “얘! 넌 그때 이집 단골인 태릉선수촌 오빠들이랑 ‘눈팅’ 하려고 더 자주 들락거렸잖아!”

    깊어가는 가을밤, 도심 속 느긋한 휴식공간을 찾고 있다면 은은한 빛만으로도 아늑함이 충만한 카페로 가보는 건 어떨까?

    “한지로 싼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어. 커피 맛도 정말 좋구나.” “정말 그래. 이곳은 공정무역으로 거래한 원두를 직접 로스팅 하고 있거든.”

    “오늘 하루를 ‘힐링’으로 마무리하면서 이번만큼은 가을을 그냥 지나쳤다는 아쉬움은 들지는 않을 것 같아.”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선로를 덮은 탐스러운 호박넝쿨을 지나 흐드러진 붉은 단풍이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육사 앞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도 만나고, 한때 조선을 치마폭 아래 두었으나 쓸쓸하도록 화려하게 진 어느 왕후의 무덤가를 지나쳐 옛 추억 넘실대는 이야기들을 끝없이 찾아가는 가을내음 가득한 도심 속 가을 여행. 어쩌면 공릉동으로 떠나는 이 여정이야말로 그간 도시의 삶에서 잊고 지낸 가을을 되돌려줄지도 모릅니다. 깊어가는 가을의 속도가 느껴질 즈음 떠나는 도심 속 여행, 당신은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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