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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타는 가을, 이라는 눈에 익은 수식어. 하지만 그런 말이 곱게 어울리는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울퉁불퉁 모난 바위에 흰거품이 피어오른다. 바위도 파도도 불평 하나 없이 그저 부딪치고 있다.
얼어붙은 계곡이 소리까지 집어 삼킨 듯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너는 계속해서 흐르는데도
파도가 부딪치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저리 멋진 굴곡을 바위는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존재라는 것은 찰나를 지칭하지만 기억은 영원하리라. 여기, 기억의 탑이 즐비한 곳에 그리운 이가 잠들어 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저 고일 뿐이다. 이끼를 품지 못한 돌에게 저 약수는 푸른 생명일 테니.
구름처럼 떠돈다는 말에는 구름에 대한 부러움이 가득 담겨 있다. 한 조각 구름처럼 세상을 유유히 관망하는 일이란 얼마나 꿈 같을지.
초록이 만든 곡선들에 그늘이 졌다. 풍경에서 새어 나온 녹차 향에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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