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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풀이 내는 소리인줄 알았더니 너였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애꿎은 풀만 사각사각.
들여다볼까, 그대로 두고 볼까. 삶의 흔적을 엿본다는 일은 왜 언제나 이리도 어려운지.
소금이 잔뜩 달라붙어 그런가,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밤에는 빛의 바다를 찾으러 온 무리가 짠내를 풍긴다.
줄 하나 내려놓고 후후 입김으로 언 손을 녹여본다. 걸려도 그만, 놓쳐도 그만.
천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이곳을 지나갔을 무수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기억이 이어지는 한 영원이 흔들릴 깃발들.
색은 바랬을지 몰라도 세월의 선명함은 잃지 않았다. 본연의 색이야 어찌됐든 깊이를 지닌 너는 아름답기만 하다.
글 읽는 소리가 마루에 스몄는지 걸을 때마다 마루가 들썩이며 글을 읽어간다.
하나의 반석, 딱 그 만큼의 역할로 세월을 버티는 것은 어떤 일일까. 답을 내어주지 않는 노익장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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