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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울려 퍼지는 신명나는 소리, 소리들 - 경기 소리 전수관

경기도 과천시 문원동의 한 곳에서 맑은 소리가 울려 나온다. 옛날, 우리 조상들도 봄이면 저리 맑은 소리를 들었을까. 서민들의 언어로 이루어진 소박한 가사와 깨끗하고 경쾌한 창법과 서정적이고도 부드러운 선율의 어울림은 정겹고도 세련된 느낌. 그 소리가 나른하기도, 흥이 절로 오르기도 하니 가히 ‘봄날의 소리’에 어울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봄날과 잘 어울리는 그 소리, 경기 소리

‘경기 소리’는 한양과 경기도 지방, 그러니까 지금 수도권이라고 이르는 지역에서 불리던 민속 성악을 통칭하는 말이다. 조금 높은 음과 말씨가 분명한 창법을 가지고 있는 경기 소리는 민요와 선소리, 앉은소리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다채로운 구성을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옛 소리를 접하는 것이 쉽지 않은 탓에 전통의 가락이라는 것이 친숙하게만 다가오지는 않을 수도 있겠으나,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 서서 부르는 소리를 선소리라 하고, 앉아서 부르는 소리를 앉은 소리라고 한다는 정도만을 알고 있어도 용어에 대한 벽은 빠르게 허물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옛 말이 섞인 가사 또한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자주 접해 보았을 옛 사람들의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있으니, 조금만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 보더라도 가사 속의 장면들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경기 소리 중 봄날에 가장 어울릴법한 소리를 꼽자면 <한 잔 부어라>가 되겠는데, 그 가사를 통해 봄날 벚꽃 아래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한량들을 상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잔 부어라, 두 잔 부어라. 가득 수북 철철 부어라.’로 시작되는 가사의 첫 대목에서 이미 웃음보가 터졌다면 경기 소리와 조금은 가까워지게 된 셈이다. 이 노래의 제목 또한 가사의 첫 대목에서 비롯된 것이니, 선소리, 앉은 소리와 마찬가지로 소박하고 솔직한 이름이다.

 

  • 봄날의 경기 소리 전수관, 신명나는 우리 가락이 울려퍼진다. 


경기 소리를 들으려면 경기 소리 전수관으로

2011년에 첫 문을 연 경기 소리 전수관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 31호로 지정된 경기 소리를 마음껏 들어 볼 수 있는 곳이다. 소리 전수관을 찾은 이들에게는 경기 소리를 들려주고, 경기 소리를 배우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소리꾼 양성의 기회를 제공하니, 경기 소리의 모든 것이 이곳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경기 소리 전수관은 지상 2층, 지하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와집의 모양새를 본 떠 지은 외관도 멋스러울뿐더러, 공연장과 대 연습실, 개인 연습실 등을 갖추고 있기도 한 경기 소리 전수관에서는 매 해 ‘과천 전국 경기 소리 경창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봄을 맞아 우리 소리를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은 물론, 우리 소리에 발을 담그고 싶은 꿈나무들 또한 한 번쯤은 찾아봄직한 곳이 바로 과천의 경기 소리 전수관인 셈이다. 

공연을 관람할 계획이라면 경기 소리 전수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겠으나, 꼭 공연 때에 맞추어 경기 소리 전수관을 찾을 필요는 없다. 공연 때에 찾지 않아도 건물 안에서 울려나오는 우리 소리에 멋과 흥이 더해지는 봄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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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리, 경기 소리! 화려한 현대 음악도 매력 있지만, 나른한 봄날, 신명나는 우리 소리를 즐겨보는 것도 멋진 일일 것 같지 않나요?

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5년 03월 27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