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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 옆 벽화마을, 논골담길 구경 한 바퀴


여기, 바다와 함께 하고 있는 풍경 하나가 있다. 해안선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뻗어나간 철길 아래로 출렁이는 검푸른 바다와 바다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붉은 등대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그림 같은 풍경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자라난 해송과 밤바다를 밝히는 흰 등대가 굽어보는 아름다운 곳, 묵호항의 이야기이다. 

                    
                

정겨운 이름의 그 골목, 묵호진동을 가다 

  • 해안철길과 바다가 어우러진 묵호항 전경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해안철길과 바다가 어우러진 묵호항 전경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묵호(墨湖)는 그 이름처럼 검은 마을이었다. 1930년대부터 삼척에서 생산된 무연탄을 실어내었으니, 이곳의 사람들은 항상 연탄재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양양의 철광석도, 삼척의 시멘트도 이들의 굽은 어깨를 쉬이 펴 주지는 못했다. 인근의 망상 해수욕장은 젊은이들로 붐비지만, 묵호항의 사람들은 아직도 달동네에 산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묵호항을 찾는 것일까. 길게 늘어선 활어시장과 횟집들이야 어느 항구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겠지만, 묵호항에는 특별한 장소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명소로 꼽히는 두 곳을 고르자면 첫 번째는 묵호 등대, 그리고 두 번째는 출렁다리일 것이다. 묵호항의 두 명소가 빚어내는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과 드라마 <찬란한 유산>, 그리고 <상속자들> 등이 묵호 일대를 촬영지로 택하기도 했었다. 

우선은 묵호등대를 둘러보자. 묵호항의 상징이라고도 불리는 묵호등대는 묵호동의 산 중턱에 자리해 있다. 이 등대에 올라서면 묵호항과 동해바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니,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동해의 물결을 바라보는 일은 잠시 미뤄두어도 좋을 것이다. 묵호항은 묵호등대로 오르는 사람들에게 뜻밖의 선물을 선사해 주고 있다. 묵호항 수변공원부터 등대까지 이어지는 길이 바로 그 선물이다. 묵호항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은 집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좁은 골목길. 이 골목길에는 묵호항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있다. 

1960년대부터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묵호진동은 지금까지도 달동네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줄줄이 도심으로 떠나다 보니, 마을 인구는 절반도 넘게 줄어버렸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나이 지긋한 노인들뿐이다. 잡히는 물고기도 날이 갈수록 줄어가니, 묵호진동은 그야말로 쇠락을 거듭하고 있던 동네였다. 그런데, 이런 묵호진동의 골목골목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누구나 놀라고 말 것이다. 논골담길, 등대오름길이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불리는 이 길에는 이제 다른 무엇도 아닌 시간이 새겨져 있다. 

 

그곳의 벽에는 삶이 있고, 예술이 있다!

  • 검은 마을이었던 묵호진동이 새 옷을 입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검은 마을이었던 묵호진동이 새 옷을 입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논골담길의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원더우먼 복장을 한 채 배를 몰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별이 촘촘히 박힌 분홍색 옷과 질끈 묶은 빨간 스카프가 매력적인 이 할머니의 앞에는 회 한 접시를 올린 술상이 차려져 있어 웃음을 더한다.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뱃사람들에게 막걸리를 대접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도 보인다. 파란 플라스틱 의자와 빨간 실로 엮은 싸리비, 할머니의 반질반질한 연두색 앞치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결코 생소하지는 않은 풍경들이 골목을 따라 가득하게 펼쳐진다. 

그 모습이 정겹고도 그리워 가까이 다가설라 치면, 어느 새 발걸음을 우뚝 멈추고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이 따뜻한 모습들은 논골담길의 벽에서 다시 태어난 묵호항의 옛 풍경들이다. 벽화 속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니, 골목을 돌아가다 보면 그림 속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묵호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골목마다 펼쳐져 있다.

    묵호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골목마다 펼쳐져 있다.

벽화는 묵호등대까지 오르는 길을 따라 쭈욱 이어진다. 오줌을 참느라 사색이 된 꼬마와 그 옆에서 태연스레 오줌줄기를 뿌리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 빨래와 함께 널린 오징어들에서 묵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면모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논골담길’이라는 이름 또한 묵호항에서 난 명태나 오징어 등을 달동네 꼭대기까지 실어 나르는 통에 해수로 논처럼 질척해진 담길을 가리키는 말이니, 이 길을 통해 묵호가 보인다. 

묵호에 색을 입힌 것은 다름 아닌 동해시의 사람들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면, 시민들과 묵호진동의 노인들이 손수 페인트통과 붓을 들고 색깔을 입힌 것이다. 붓질 한 번 한 번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정성스러웠는지, 철거될 위기에 처했던 묵호진동에 덧칠된 벽화는 마을을 살려내었을 뿐더러 거대한 사진첩처럼 묵호진동의 옛 시간을 아로새겨두게 되었다.

 

  • 눈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벽화가 가득하다.

    눈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벽화가 가득하다.

그러니, 누군들 이 마을을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묵호는 더 이상 검은 마을이 아니다. 질척한 논골담길에는 하늘이 그려졌다. 벽화들이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처럼 화사하게 빛나는 가운데, 골목마다 카메라의 셔터 음이 끊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묵호동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을 사람들의 소망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묵호진동을 찾아온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으니, 이제 아무도 묵호진동을 쇠락한 곳, 검은 곳이라 부르지 않게 된 것이다. 

바다를 가르며 돌진하는 함선과 벽을 따라 헤엄치고 있는 잠수부, 모퉁이마다 새겨진 시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된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묵호를 배경으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자꾸만 발걸음을 붙들어 매는 논골담길의 유혹을 뿌리치고 등대까지 오르면, 눈에 익은 시 한 편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 내게는, 아모 것도, 두려움 없어, / 육상에서, 아모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 아모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바로 최남선 시인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다.

 

  • 묵호등대에서 바라보는 바다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묵호등대에서 바라보는 바다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논골담길을 지나 와 묵호등대에 올라서서 보는 바다에는 이야기가 비쳐난다. 하얀 옷을 입은 거대한 등대는 신화 속의 한 장면을 옮겨놓은 듯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등대를 만끽했다면 도깨비길을 따라 출렁다리 쪽으로 발걸음을 향해 보자. 이 흔들리는 다리가 논골담길을 통한 묵호 여행에 마지막 빛깔을 더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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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큼이나 정겨운 풍경을 담고 있는 동해시 논골담길, 뚜벅뚜벅 걸으며 천천히 둘러볼 만 한 매력을 지닌 곳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벽화마을 구경 떠나볼까요?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3년 12월 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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