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연꽃이 피었던 산에 진달래가 만개하니, 고려산

옛날, 아주 먼 옛날. 그러니까 얼마나 먼 옛날인고 하니 한반도가 세 덩이로 나뉘어 세력다툼을 하던 시절, 삼국시대의 이야기다. 이때 한 승려가 산에 올라 절을 세울 곳을 찾고 있었다 한다. 산을 오르고, 또 오르던 중 승려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다섯 빛깔의 연꽃이었다. 승려는 희고, 붉고, 푸르고, 누렇고, 검은 이 연꽃을 날렸다. 다섯 연꽃이 떨어진 자리에 다섯 사찰을 세웠으니, 그 사찰의 이름이 각각 백련사, 적련사, 청련사, 황련사, 흑련사였으며 이에 다섯 연꽃을 피워낸 이 산을 오련산(五蓮山)이라 부르게 되었다.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다섯 빛깔 연꽃이 피었던 그 산, 봄이 되면 진달래가 만개한다.
오련산은 고려 시대에 이르러 고려산이 되었다. 그 까닭은 물론 고려의 도읍이 강화로 천도하였던 것이며, 고려 시대에 새로이 붙여진 이 이름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불리고 있다. 연개소문을 태어나게 한 산이 바로 이곳으로, 130여 기의 고인돌을 품고 있는 산 또한 이곳이니 이야기가 무성하다. 전설 속 다섯 사찰 중 두 곳은 오랜 시간이 흐르며 사라져버렸지만, 산중에 묻어 있는 전설과 역사 때문에 이 산이 신비로워 보이는 것은 여전한 일이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이야기보따리에 아는 것 없이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의 얼굴에까지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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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를 따라 걷는 동안 무수한 진달래들이 트래블피플을 반길 것이다.
고려산은 봄이 되면 찾는 이들이 훌쩍 늘어나고 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산이 우리나라의 진달래 군락지 중 으뜸이라 불리기도 하며 중부지방 최대의 진달래 군락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파르다고는 할 수 없는 이 산에 진달래가 화사하게 화촉(花燭)을 밝히니, 그 모습이 가히 신비롭고도 아름답다 할만하다. 진달래 군락지를 돌아보기 위해 고려산을 찾았다면 으레 위의 다섯 절 중 한 곳, 백련사를 출발점으로 삼게 되곤 한다. 진달래 군락지에서 가장 가까운 사찰이 이곳이기 때문. 사찰의 고요한 풍경 소리와 함께 시작된 고려산을 오르는 길은 산허리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며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고려산에 진달래가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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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을 따라 펼쳐진 고려산 진달래의 아름다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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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산진달래축제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진달래를 만끽할 수 있다.
진달래 군락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크게 얻고 있는 곳인 만큼, 고려산에서는 매년 고려산진달래축제를 열고 있다. 4월 무렵 2주에 걸친 진달래 축제가 펼쳐지니, 고려산에 만개한 진달래를 만끽하고 싶다면 이 시기에 맞추어 고려산을 찾아보자. 고려산진달래축제에서는 진달래 화전, 떡 만들기 등의 행사가 마련되어 있어 고려산의 진달래를 한층 더 향기롭게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고인돌광장에서는 강화의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 장터가 열리기도 하며, 강화의 농산물과 특산물을 판매하는 장터가 운영되기도 한다.
산 하나에 물감 통을 통째로 들이부은 듯 진분홍빛이 가득한 모습에 너나 할 것 없이 자연스레 카메라를 꺼내 들게 되고, 덕택에 온 산에 셔터 소리가 분주하다. 어른 키를 훌쩍 넘길 만큼 커다랗게 자라난 진달래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고려산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만들곤 한다. 어쩌면 먼 옛날, 다섯 연꽃을 꺾었던 승려가 한 계절 더 빨리 고려산을 찾아왔었더라면 진달래의 이름을 딴 사찰이 세워지게 되지는 않았을까.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1년 04월 12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