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수가 머무는 곳 –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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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수가 머무는 곳 –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인천의 근현대사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 뒤 일본사람들에게서 쫓겨난 조선인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 곳에 위치해 있다. 국내 최초 성냥 공장인 조선인촌주식회사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한때는 도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도 처했었지만 지금은 헌책방거리 주위에 문화 사업을 활성화하면서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마을로 발돋움하고 있다. 헌책의 묵은 향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로 사진가들의 출사지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용돈벌이를 도와주던 헌 책 사고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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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살아남은 서점들은 동네의 터줏대감 노릇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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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유입되며 조금씩 변하고 있는 헌책방거리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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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거리의 매력은 절판된 책도 우연히 만날수 있다는 점이다.

선조 때부터 배움에 대한 가치를 높이 사 왔던 탓에 책 도둑은 도둑 취급을 안 했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물자가 귀하던 시절 새 책은 공부하는 학생의 신분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단 학생뿐 아니라 교육열 높은 대한만국 학부모에게도 이는 마찬가지, 새 학기가 되면 각종 참고서를 사기 위해 동네 책방은 분주해졌다. 1년을 보면 필요 없게 되는 참고서를 깨끗이 보고 다시 되파는 날이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오곤 했다.

하지만 동네 서점들이 점점 헌책을 사들이지 않기 시작했다. 사들이는 만큼 팔리지 않는 것이다. 산업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임금이 오른 부모님들이 내 자녀가 공부하는데 필요한 것을 아끼지 않고 지원해 주는 분위기와 인쇄기술의 발달과 수입을 통해 들어오는 물자들로 인해 도서 생산이 늘어나면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 가방 무겁게 가지고 가봐야 천 원에서 이천 원을 받으니 파는 이들도 재미가 없다. 이렇게 동네 헌책방 문화는 사라졌지만, 자료를 모으고 수집하는 기술이 부족했던 탓에 옛 서적을 찾는 문화는 헌책방거리를 만들었고 주기적으로 헌책방을 찾는 이들이 있어 헌책방 문화는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지식충전소에서 문화충전소로,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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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에는 이 마을을 가꿔나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벽화가 그려져 있다.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의 지식충전소 역할을 하던 헌책방들은 어느새 쇠락하기 시작했다. 구도심에 주로 형성되었던 특성상 새로운 상권이 생기면 헌책방으로 들어오는 유입 인구도 줄 수밖에 없었다. 상권 자체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배다리마을의 역사도 줄어가는 듯 보였다. 이 때 근대문화유산과 지역의 문화를 유지하고 전달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 2006년. 이 당시 배다리마을을 두 개로 쪼개는 도로건설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꾸준한 요구로 도로가 지하화되면서 역사문화마을을 조성하자는 움직임도 한층 활발해졌다.
 
1920년에 만들어진 인천양조장 건물이 문화를 담아내는 갤러리로 변신했다. 인천 작가회의나 퍼포먼스 반지하 등의 문화단체도 이 곳을 기반으로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주민들과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힘을 합쳐 마을 벽화그리기, 역사탐방, 텃밭가꾸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 끝에 이 곳은 근대 역사의 격동과 소소한 서민문화, 그리고 사람 사는 향기가 나는 역사문화마을로 재탄생했다. 배다리마을의 상징이던 헌책방거리는 지금 10여 곳으로 줄어 그 규모는 많이 축소되었으나 여전히 헌책의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 동네문화와 역사를 알리기 위해 이곳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도 시 낭독을 비롯해 각종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이곳이 새로운 문화 아이템을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런 배다리마을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역시 벽화다. 부스러기가 떨어져 가던 회색 콘크리트 벽에 알록달록 화사한 벽화가 그려졌다. 그 형식도 다양하다. 텃밭이 가까이 있는 곳에는 이 텃밭을 가꾸는 주민들의 모습을 만화적 구성을 더해 벽화로 그렸다. 마을 전체를 아름답게 가꾸고 돌보는 공동체의 모습을 담은 벽화도 눈에 띈다. 역사문화마을이라는 곳이 단순히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참여해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도시를 발전시킬 때,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은 경제적 논리다. 그런 점에서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은 특이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는 인천의 명물이다. 번듯하고 넓은 도로 대신 사람들이 소소하게 살아가는 맛을 살리는 것을 선택했고, 반짝거리는 새 책 대신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낡은 책을 선택한 곳이니 말이다. 바로 그런 곳이기에 느낄 수 있는 인천 문화의 향기는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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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1년 03월 2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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