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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서 좋다, 전국 명물 동네빵집


밀보다는 쌀이, 빵보다는 밥이 더 익숙했던 우리나라에 빵이 처음 전파된 것은 1890년경의  일이다. 멀리 이국땅에서 넘어온 선교사들이 정동구락부에서 ‘면포’와 ‘설고’라는 이름의 빵을 판매한 것을 시초로 본다. ‘빵’이라는 말의 어원은 포르투갈어인 ‘pao’다. 포르투갈과 오래전부터 교역을 해온 일본에서 포르투갈의 ‘빠웅’이라는 발음을 따 '빵(パン)‘이라고 부른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빵을 풀이하면서 ’서양 사람들의 주 음식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서양의 음식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기원은 서양에 있다고 하나, 우리나라 사람들도 서양 사람들 못지않게 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최근 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빵집이 아닌 특색 있는 동네빵집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불황도 이곳들만은 피해간 듯하다.

                    
                
  • 쌀 소비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밀 소비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찬란했던 동네빵집의 과거

  • 우리나라에 빵이 본격적으로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직후부터다.

빵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90년경의 일이지만, 본격적으로 우리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부터다. 미국의 원조 등으로 밀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동네에는 수많은 소규모 제과점들이 생겨났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동네빵집의 매출이 지역 백화점의 매출액을 능가할 정도로 크게 번성했다. 맛이야 어떻든 만들면 잘 팔리는 시대였다. 1970년대와 80년대 들어 동네빵집은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를 끈다. 어느 빵집이든 붐비지 않는 곳이 없었다.

영원히 화려한 빛을 누릴 줄 알았던 동네빵집의 아성은 IMF 외환위기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대기업에서는 외환위기로 발생한 수많은 실직자들을 발 빠르게 가맹사업자로 끌어들였다. 거대 자본이 개입한 이른바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순식간에 골목 상권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외관이 번듯하고 깔끔한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발길을 돌렸고, 손님을 잃은 동네빵집들은 그렇게 하나, 둘 문을 닫았다.
 
그러나 전장에서도 피는 꽃이 있다 했던가. 숱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오랜 전통을 간직해온 동네빵집들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전국 명물 동네빵집을 순회하는 ‘빵 투어’라는 말이 새롭게 생겨났을 정도다. 이들 빵집은 단순히 오랜 세월 무너지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냈다는 이유만으로 칭송받는 게 아니다. 전국 명물 동네빵집으로 통하는 ‘이곳’들은 보통 빵집들하고는 분명 무언가 다른 데가 있다.

 

어제 만든 빵은 팔지 않는다, 대전 성심당

  •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에서 허름한 찐빵집으로 시작했다. 

대전 토박이라는 사람들에게 대전에서 볼만한 것을 추천해 달라 물으면 백이면 백 ‘성심당’ 이야기를 꺼낸다. 문화유적이나 랜드마크 등 관광지가 아닌 빵집을 가장 먼저 볼거리로 꼽는 걸 보면 과연 지역의 명물이긴 한가 보다.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 한 귀퉁이에서 작은 찐빵집으로 시작했다. 함경도에서 피란을 내려온 창업주가 대전에 정착하면서 세운 빵집이다.
 
한국전쟁 직후 끼니조차 때우기 어렵던 시절, 성심당에서는 매일 팔고 남은 빵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많은 대전 시민들이 성심당을 애틋이 여기는 이유다. 그 전통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매일 저녁 팔고 남은 빵은 50여 곳의 불우시설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성심당의 자선활동과 어제 만들고 남은 빵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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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심당의 튀김 소보로는 소보로와 단팥빵, 도넛을 합친듯한 독특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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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추와 고기가 섞인 소가 들어간 부추빵도 성심당의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성심당의 대표메뉴는 튀김 소보로와 부추빵이다. 튀김 소보로는 신선한 기름에 튀겨낸 소보로로 겉이 바삭하면서 안에 단팥이 채워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보로빵과 단팥빵, 도넛이 절묘하게 섞인 느낌의 빵으로 차갑게 식은 뒤에도 맛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촉촉한 빵 안에 부추와 고기를 섞은 소가 들어간 부추빵도 별미다. 이 밖에도 성심당에서는 천연 발효종을 사용한 건강식빵을 만들고 있으며, 초콜릿과 타르트 등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다양한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 

 

초코파이는 입소문을 타고, 전주 PNB 풍년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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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PNB 풍년제과는 우리나라 최초로 일본식 전병 '센베이'를 판매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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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년제과 초코파이는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유명해졌다.

1951년 문을 연 전주 PNB 풍년제과는 본래 일본식 과자인 ‘센베이’로 유명한 제과점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운영하던 과자점에서 일을 도우며 제과기술을 익힌 창업주가 우리나라 최초로 센베이를 만들어 판 곳이기 때문이다. 지역 시민이나 전국의 미식가들 사이에서 ‘센베이’ 맛집으로 통하던 풍년제과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불과 몇 해 전의 일이다. 10년 전 개발한 수제 초코파이가 전주 한옥마을을 다녀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부터다.
 
풍년제과의 초코파이는 처음 수년 동안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에는 다른 빵들에 비해 값도 비쌌고, 모 유명 제과업체의 초코파이의 명성이 너무나 컸다. 그렇다고 장사를 접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고집 있게 만들어 팔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뒤늦게 빛을 보았지만 지금은 그만큼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풍년제과의 초코파이는 빵과 쿠키의 중간쯤인 모양새를 하고 있다. 반으로 자른 빵 사이에 딸기잼과 모카크림, 호두를 넣고 그 위에 초코 시럽을 뿌렸다. 이제는 비빔밥의 뒤를 이어 전주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으로 손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빵집, 군산 이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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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 이성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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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당의 단팥빵은 쌀가루로 만들어 겉이 얇고 속이 꽉 차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제 강점기였던 1920년대 전북 군산은 전체 인구의 절반을 일본인이 차지할 정도로 일본 문화가 발달한 도시였다. 이때 군산 내항 인근에 ‘이즈모야’라는 제과점이 하나 들어서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문을 연 빵집이었다. 해방 이후 일본인이 운영하던 이 빵집을 창업주가 인수했다. 일본어로 된 간판을 내리고 ‘이성당(李成堂)’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걸었다.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하는 빵집’이라는 의미다.
 
이성당의 대표 메뉴는 단팥빵이다. 성심당의 튀김 소보로나 풍년제과의 초코파이에 비하면 다소 평범한 메뉴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성당의 단팥빵은 시중에 판매되는 단팥빵과 조금 다른 데가 있다. 겉반죽과 앙금의 양이 그렇다. 이성당의 겉반죽은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로 만든다. 그래서 밀가루로 만든 다른 빵들에 비해 껍질이 얇다. 대신 얇은 껍질 안쪽에는 팥 앙금을 보통 빵의 두 배 이상 넣는다. 원재료 또한 친인척이 운영하는 식품회사에서 공수한다. 믿을 수 있는 재료와 넉넉한 인심으로 만드는 단팥빵은 군산 이성당의 명물이다.

 

다시 동네빵집을 꿈꾸다

지난 2012년 대한제과협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빵집은 점차 늘어가는 반면 동네빵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전의 성심당과 전주의 PNB 풍년제과, 군산의 이성당을 비롯한 서울의 나폴레옹제과점, 안동의 맘모스제과, 광주의 궁전제과 등 각 지역의 오랜 동네빵집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 할만하다.
 
프랑스, 일본 등 국가에서는 이미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다시 개인 베이커리로 제빵업계의 주도권이 넘어간 상태다.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빵이 아닌 특색 있는 빵, 어디에나 널려 있는 빵집이 아닌 오직 그곳에만 있는 동네빵집의 시대가 다시금 도래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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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7년 12월 2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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