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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려야 제맛이다, 잘 말린 수산물의 습격

말려야 잘나가는 시대다. 말린 바나나, 건포도 등 말린 과일부터 말린 채소, 육류 그리고 수산물까지 그 종류와 범위도 다양하다. 건조는 시간을 들여서 하는 행위다. 단순히 햇볕에서 말리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음식의 특성에 따라 다른 방법을 취한다. 특정 온도를 유지해가며 말리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얼었다 녹였다를 반복해 말리는 음식도 있다. 이 건조 방법에 따라 수분부터 식감, 맛과 모양새까지 천차만별 달라진다. 많은 건조식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만큼의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건조된 것 중에서도 유난히 겨울철 사랑받는 종류가 있으니 바로 수산물이다. 오징어, 과메기, 황태 등 건수산물은 오래전부터 특유의 꾸들꾸들하고 쫄깃쫄깃한 맛으로 많은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말려야 제맛인 건수산물을 한 자리에 모아봤다.

					
				

대표 국민 간식, 마른 오징어

 
  • 매년 10월 경 경북 울진에서는 해안도로를 따라 오징어 덕장이 늘어서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오징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사랑하는 수산물 중 하나다. 꼭 바다 인근까지 가지 않아도 생오징어나 냉동상태의 오징어, 마른오징어 등 다양한 형태의 오징어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오징어 회, 오징어 튀김, 오징어 젓 등 오징어 요리 또한 무궁무진하다. 이중 가장 많은 인기를 끄는 것은 단연 마른오징어다. 특별한 조리법이 없고 영화관, 극장, 기차 안에서 등 어느 장소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어 대표적인 간식거리로 통한다.
 
동해안은 오징어의 주어장이다. 울릉도와 주문진, 울진 등이 대표적이다. 울릉도 마른오징어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 해풍을 이용해 오징어를 말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밤사이 어업을 마친 오징어잡이배가 항구로 들어서면 바로 건조작업을 하기 때문에 매우 신선하고 맛과 향이 깊다. 주문진 밤바다는 오징어잡이 배가 불빛으로 수를 놓는 광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낮 동안에는 어귀근처의 어민들이 전통 방식으로 오징어를 할복하고 건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편, 매년 10월경 경북 울진에 가면 해안도로를 따라 오징어 덕장이 늘어서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명품오징어'로 손꼽히는 울진 마른오징어는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 속에서 지속적인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다. 건조되는 과정에서 오그라들지 않도록 널기와 뒤집기 등 총 일곱 차례 이상 계속 만져주는 것이 특징이다. 대로변에 늘어선 덕장에서 꾸덕꾸덕 말라가는 오징어 수만 마리를 보는 것은 실로 신선한 경험이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말리는 마른오징어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 바다의 참맛, 과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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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청어를 대신해 꽁치로 과메기를 만드는 추세다. 잘 말려진 과메기가 포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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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메기는 생미역, 참기름, 고추 등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더욱 좋다.

본래 과메기는 청어 또는 꽁치를 반건조시킨 것을 가리켰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동해안 지역의 청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면서 지금은 꽁치만을 건조한다. 과메기라는 명칭은 ‘관목(貫目)’에서 유래했는데,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예부터 경북 지역에서 주로 먹는 음식이었으며, 그중에서도 포항 구룡포의 과메기가 가장 유명하다.
 
과메기는 겨울이 제철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11월 중순부터 날씨가 풀리는 2월 말경까지 말린다. 겨울철 밤낮의 일교차를 이용해 얼었다 녹였다 반복하면서 보름 정도 숙성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메기는 쫀득쫀득하면서도 꾸들꾸들해진다. 보통의 경우 공기 중에 지방질이나 단백질을 장시간 두면 산패를 하게 마련이지만, 껍질이 살을 에워싸고 있는 꽁치는 산패 없이 숙성만 한다. 잘 숙성된 과메기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낸다.
 
과메기는 뼈를 잘 발라낸 뒤 참기름, 생미역, 고추 등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좋다. 또 술을 마실 때 과메기를 안주로 먹으면 과메기의 아스파라긴 성분 때문에 속이 편안하면서 쉽게 취하지 않는다. 이 밖에도 과메기는 피부미용과 체력증진, 어린이 성장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해안의 까나리, 양미리

 
  • 양미리는 서해안 지역의 까나리와 같은 것으로 칼슘이 풍부한 생선이다.

양미리는 동해안의 까나리다. 모두 같은 생선을 가리키는 말로, 양미리는 까나리의 강원도 방언 격이라 할 수 있다. 서해안에서는 주로 봄철 어린 까나리를 잡아 젓갈을 담그는 데 쓰지만, 동해안에서는 늦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다 자란 양미리를 잡는다. 갓 잡아 올린 양미리는 구워 먹거나 잘 말린 뒤 찌개 등에 넣어 먹는다. 살아 있는 것을 구이로 먹는 것도 좋지만 역시 말려서 먹는 것이 제맛이다.
 
양미리는 동해안 전역에서 쉽게 잡힌다는 점 때문에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생선 중 하나다. 말린 양미리에 소금 간을 하여 석쇠나 연탄불에 구워 먹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양미리의 참 매력을 알 것이다. 한편, 양미리는 고등어와 같이 등 푸른 생선의 일종으로, 건강에 이로운 오메가3 지방이 풍부하다. 또 뼈와 치아의 건강을 돕는 칼슘이 풍부하여 골다공증 예방과 성장촉진에도 탁월하다. 
 

 

군산의 명물, 박대

 
  • 박대는 잡히는 즉시 죽어버리기 때문에 날것을 먹기보다는 말려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대는 참서대과에 속하는 생선으로 서해안 일대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이다. 뭍에서 가까운 얕은 바다에서 자라며, 갯벌의 게나 갯지렁이 등을 잡아먹고 큰다. 흔히 속 좁은 생선으로 밴댕이를 드는데 박대도 밴댕이 못지않게 좁은 속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내장이 매우 작다는 점과 잡아 올리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대의 산란기는 5월에서 7월 사이지만, 가장 맛있는 때는 겨울에서 봄까지다.
 
박대는 생으로 먹는 일이 거의 없으며 어물전에서 말려서 판매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말린 박대의 맛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박대의 질긴 등짝 껍질을 벗겨내면 옅은 분홍빛의 속살이 드러나는데, 이를 소금물로 씻어 볕에 말린다. 박대의 주어장인 군산 재래시장에 가면 어물전 뒤쪽으로 박대를 말리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겨울철은 온도와 습도가 낮아 쉽게 상할 일이 없고 벌레가 많지 않아 박대를 말리기에 제격이다. 
 

 

추위 속에서 깊어지는 맛, 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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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령, 진부령 등 겨울철 온도가 낮은 강원 산간 지역에 황태 덕장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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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에 걸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만들어진다. 

황태는 한겨울 일교차를 이용해 명태를 말린 것으로 살이 통통한 채로 노랗게 마른다는 점이 특징이다. 본래 함경도 지방에서 생산하던 것으로, 한국전쟁 때 강원 지역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이 진부령과 대관령 일대에 황태 덕장을 만들면서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황태는 한밤중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12월부터 날씨가 풀리는 4월까지 수개월에 걸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만들어진다.
 
그렇게 스무 번 이상 얼고 녹으면 드디어 꾸덕꾸덕한 황태가 탄생한다. 특히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만들어지는 황태들은 내거는 즉시 얼어버리기 때문에 비린내가 나지 않고 풍미가 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탄생한 황태는 황태 찜, 황태 구이, 황태 찌개 등 다양한 음식으로 다시 태어난다. 한편, 황태 속에는 간을 보호하는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숙취 해소, 노폐물제거 등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건수산물들은 사실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 만들어진 산물이다. 냉장고가 없었던 과거, 음식을 보관하기에는 겨울만큼 좋은 계절이 없었다. 음식을 오랫동안 먹기 위해 얼리고 말리고 해동시켜 먹었던 것이 날것보다 더욱 좋은 맛을 내며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토록 감칠맛 나는 음식을 선사해 준 우리 선조들에게 감사하며 말린 수산물의 맛에 흠뻑 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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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말린 수산물의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과메기부터 오징어, 황태와 양미리, 그리고 박대까지 꾸들꾸들하면서도 쫄깃쫄깃한 건수산물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2년 01월 02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