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경성방직 사무동
오늘날의 영등포는 서울 못지않게 발전된 도시로 영등포역을 비롯해 대형 백화점, 음식점 등 상권이 잘 이루어진 하나의 복합문화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곳에서 과거 옛날의 흔적을 찾기가 매우 어려울 거라 생각하지만 영등포 곳곳에는 그 옛날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대표적으로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져 100 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무공간인 경성방직 사무동을 지금 소개한다.
한국전쟁에도 살아남은 그 곳, 경성방직 사무동
영등포 타임스퀘어 뒤편, 옛날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경성방직사무동
100년 전만 해도 영등포는 서울에서 큰 채소공급지였다. 그러던 중 본격적인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공장지대가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서울 최대의 산업단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산업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산업시설 중 하나로 1936년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경성방직 사무동!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기 전에는 영등포에 이런 역사적인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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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넝쿨이 붉은 벽돌담을 타고 올라 마치 숲속의 정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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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한 쪽에는 경성방직 사무동의 역사에 관해 소개하는 안내판이 서 있다.
이 곳이 특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은 우리 역사의 원형을 그대로 잘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상당히 크다. 당시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대부분의 건물이 폭격이나 화재로 소실되었는데 이 곳 경성방직 사무동은 그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아 지금까지 그 옛날의 원형 그대로를 대부분 지켜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제강점기 역사 속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자본 즉, 순수 우리민족에 의해 만들어진 곳으로 역사적으로도, 건축사적으로 굉장히 눈여겨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하여 지금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문화재 제 135호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면면히 빛내고 있다.
따뜻한 여유와 쉼이 있는, 경성방직 사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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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공간이 아닌 아늑함과 따스함을 주는 카페로 바뀐 경성방직사무동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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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하나에도 우리만의 세심한 건축미가 돋보인다.
과거의 경성방직사무동이 한 방직공장의 사무공간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면 이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다. 바로 베이커리와 카페가 함께하는 곳으로 변신을 꾀하였다는 점! 거의 100여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붉은 벽돌이 전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베이커리 카페로 운영되는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오랜 시간이 지남에도 우리가 계속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과거이자 역사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빈 공간으로 두지 않고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카페로 재구성한 점은 참 신선하다.
지금의 영등포는 예전의 경성방직 자리에 타임스퀘어가 들어서고, 곳곳에 현대화, 도시화의 상징인 상가 건물들이 무수하다. 그럼에도 경성방직 사무동은 처음 지어진 이후로 한 번도 외관을 바꾸지 않은 채 붉은 벽돌 건물 그대로를 간직해 왔을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건물 중 남아 있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일본식이거나 일본풍을 많이 띠는 것에 비해 일본색이 거의 스며들지 않은 건물이라는 점에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는, 또 지금은 여유와 쉼이 있는 공간, 경성방직 사무동! 이제는 따뜻함과 훈훈함으로 넘쳐나는 역사적 산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