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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폈네, 봄꽃 피었네

봄은 ‘설렘’의 계절이다. 지난겨울 맹렬했던 추위 탓일까, 아니면 겨우내 황량했던 풍경 탓일까. 나뭇가지에 새순이 하나둘 돋아나고, 얼굴에 와 닿는 햇살이 따사로워지기 시작하면 그렇게 기분이 들뜰 수 없다. 소리 소문도 없이 망울을 터뜨리던 봄꽃이 마침내 거리를 점령하고 나면, 마음은 이내 갓 만든 솜사탕처럼 말랑해진다. 유독 봄이 되면 새로이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이 많은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일는지 모르겠다.

					
				

이맘때쯤이면 늘 그랬듯 제주는 다른 곳보다 이른 봄을 맞는다. 노란 유채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벌써 오래전 뽀얗게 피어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핀다고 알려진 양산 통도사의 홍매화도 긴 겨울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2월 선홍빛 꽃망울을 터뜨렸다. 봄꽃이 피었다는 소식에 부지런한 사람들은 제 발로 먼저 꽃을 찾아서 떠났다.

봄꽃이라 하면 동백,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꽃, 튤립, 장미 등으로 그 모양새와 개화 시기, 색깔과 향기가 모두 다채롭고 풍부하여, 그 자체만으로도 상춘객들의 눈과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그중에서도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겨울 추위를 뚫고 꽃을 피우는 동백과 매화의 기개를 높이 샀다. 국내에서 동백으로 이름난 곳은 여수 오동도와 거제 지심도, 부산 동백섬과 통영 장사도 등이 있다. 매화는 매년 매화 축제를 개최하는 전남 광양시를 비롯한 장성군, 경남 양산시와 산청군 등이 유명하다. 거론된 지명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꽃들은 주로 남도에서 피어난다.

봄꽃을 만나러 남도까지 가는 일이 다소 수고스럽게 느껴진다면, 있는 자리에서 가만히 봄꽃을 기다려보는 것도 좋겠다. ‘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개나리와 진달래는 장소를 불문하고 피어나기 때문. 샛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진달래가 한데 어우러져 피어있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보는 이의 마음을 화사하게 만들어 준다. 봄꽃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벚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짧은 기간 동안, 사력을 다해 피었다가 처연하게 떨어지는 벚꽃 잎에는 수많은 사람의 추억이 담겨 있을 테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이 있건만, 사람들은 유난히 봄에 피어나는 꽃을 좋아한다. 단순히 보기에 예뻐서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거기에는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어여쁜 꽃을 피운 데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들어있으리라 짐작한다. 지금 이 계절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러니 지금 바로, 당신 앞에 '봄꽃 세상'이 펼쳐졌을 때 마음껏 즐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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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 한마디 트래블아이 한마디
대한민국이 화사한 봄꽃 소식으로 들썩들썩합니다. 금수강산을 수놓을 봄꽃 구경에 벌써 마음이 설레는데요. 봄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시린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꽃에 대한 예의겠지요? 혹은 척박한 내 마음에 꽃향기를 품고 싶은 바람일지도.

트래블투데이 박옥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