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원도 빌고 야경도 보고, 우면산 소망탑

경부고속도로의 진입로에 위치한 서초구는 사통팔달의 도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버스터미널이 있고 지하철 노선만 해도 여섯 개나 지난다. 1988년 강남구에서 분리되며 새롭게 생겨난 서초구는 서리풀이 무성한 상서로운 땅이라 하여 ‘서초(瑞草)’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초구는 먼 옛날부터 전국각지로 떠나는 사람들과 서울로 들어오는 사람들이라면 꼭 거쳐야 하는 관문과도 같은 곳이었다. 서초구의 북쪽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남쪽에는 청계산과 우면산이 있다. 서울에서 얼마 안 되는 자연이 풍부한 곳 중 하나다. 이 밖에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등 문화예술기관이 많다 보니,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서초구를 찾는다. 일로든, 여가로든 서초구를 찾는 이들에게 한 가지 귀가 솔깃해지는 정보를 전해주려 한다. 바로 서초구에 있는 숨은 야경 명소다.
서울에서 만나는 자연 쉼터 '우면산'
소가 졸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우면산이라 부른다. 큰 바위가 관을 쓴 모양 같다고 하여 관암산(冠巖山)이라고도 불렀고, 활을 쏘는 궁터와 정자가 있다고 하여 사정산(射亭山)이라고도 불렀다. 해발 293m로 높지 않은 산이며,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었다. 우면산에 오르기 위한 등산로는 예술의 전당 뒤편으로 오르는 길과 남부터미널 입구에 있는 서초약수터로 오르는 길 등 여러 코스가 있다. 산행길이 짧고 평탄한 데다 나무로 만든 계단과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어서, 편안한 차림으로도 오르기 쉽다.
한편, 서울시에서는 지난 2011년 우면산 산사태로 인한 수해복구를 하며, 산세가 험하지 않고 평탄한 우면산에 산책을 위한 둘레길을 조성했다. 서울시 교육연수원에서 출발하여 보덕사, 성물암 약수터, 덕우암 계곡을 지나 소망탑에 도착한 뒤, 다시 태극쉼터와 예술바위를 거쳐 서울시 인재개발원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총 4km 구간으로,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산책코스다. 이 둘레길은 멀리 가지 않고도 집 근처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어 가족들이 함께 찾는 친환경 산책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우면산 소망탑에는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찬찬히 걸어서 우면산 정상에 오르면 우직하게 서 있는 돌탑을 하나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각자의 소망을 담아 하나, 둘 올리기 시작한 것이 지금과 같이 큰 돌탑이 되었다. 소망탑의 높이가 높아지자 사람들이 옆으로 돌을 쌓기 시작해 지금은 약간 기형적인 형태가 되었다. 그래도 정면에서 바라보면 어김없이 탑의 형태다. 사람들은 그 크기에 놀라거나 신기해하면서, 혹은 미심쩍어하면서도 혹시 내 소망도 이뤄질까 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돌을 얹는다. 그냥 보면 돌탑에 불과한 듯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테다. 우면산 소망탑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소원을 빌었다면 이제는 '이것'을 기다릴 차례

우면산 소망탑에서는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우면산 소망탑에 오르면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소망탑 전망대는 청계산과 함께 서울시 우수경관 조망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시거리가 좋은 날엔 서울 전역이 보일 정도다. 이 소망탑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부터 오르면 좋은데, 그 이유는 날이 저물면 알게 된다. 소망탑에 돌을 얹어 소원을 빌었다면 해가 다 떨어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곧 눈앞에 화려한 서울의 야경이 펼쳐질 것이다. 예술의 전당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빌딩들이 내는 무수한 불빛은 어둠이 내려앉은 서울의 밤에 아름답게 수를 놓는다. 남산처럼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서울의 야경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 전 소망탑에 빈 소원이 꼭 이뤄질 것만 같다.
